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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할머니의 소금 주먹밥.
게시물ID : bestofbest_1941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mocha
추천 : 290
조회수 : 6851회
댓글수 : 23개
베오베 등록시간 : 2007/11/16 21:18:27
원본글 작성시간 : 2007/11/16 12:00:31
안 그래도 아래 퀸카의서방님 글 읽고 '참 좋은 일 하시는 구나' 생각하던 차에,
다른 싸이트 보다가 발견한 감동 글이예요~
추운 겨울, 마음까지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을 주변 이웃은 없는지, 모 해드릴 만한 일은 없는 지 잠시 생각하게 되네요.

다른 분들도 좋은 일 많이 하셨으면 해서 퍼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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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일입니다. 친구와 둘이 집으로 가는 길이였습니다. 

제가 사는 동네가 뒤에 산을 끼고 비스듬하게 집들이 모여 있는 곳이라 

언덕을 올라가는 중이였습니다. 

그때 저 앞에 양손 가득 무척이나 커다란 비닐봉지를 낑낑 거리며 들고 가시는

 할머니를 보았습니다. 저와 친구는 약속이나 한 듯 후다닥 뛰어가 할머니의 

비닐봉지를 들어드렸어요. 




할머님은 놀라시며 계속 괜찮다고 괜찮다고 손사레를 치시며 봉지를 뺏으시려 하시더라구요.

 그게 더욱 안쓰러워 댁까지만 들어드릴께요 하고 저희도 고집을 부렸어요.

 때는 11월 초. 날은 춥고 언덕은 가파르고 저희도 올라가기 힘든 상황에 할머니는

 짐까지 드시고 얼마나 힘드시겠어요. 




그렇게 할머니 집 앞까지 왔어요. 

대문도 없이 좁은 골목 옆에 바로 붙어있는 방문을 열고 들어가니 한눈에 

봐도 허름해 보이는 단칸방. 할머니 여기에 둘게요. 봉지를 바닥에 

내려놓는데 그제야 봉지 안을 들여다보니 인형들이더군요. 

방 안 이곳저곳에도 널려진 인형들을 보아 할머니께선 인형 눈 붙이는 

일을 하시는 것 같으셨어요. 그렇게 봉지를 내려두고 나오려는데 

할머님이 부득 고맙다며 고구마를 쪄주시겠다고 앉았다가라는 겁니다. 

 

괜찮다며 사양을 했지만 간곡하게 고마워하시며 부탁하는 할머니의 마음에 

친구와 저는 앉았다 가기로 했어요. 바닥은 차가운 시멘트 바닥처럼 얼음장 

같았고 어찌나 외풍이 심하던지...... 잠깐 이였지만 이런데서 할머니가 

사신다니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어쩐지 화면이 제대로 나 올 것 같지 않은 

구식 TV (아시죠? 그 버튼 누르는 거 말고. 끽끽- 채널 돌리는 TV) 

깨진 창문에 붙인 엉성한 테이프. 어디서 주워 다 놓은 듯 한 낡은 반닫이. 

벽 곳곳엔 습기가 찬 흔적까지. 괜스레 가슴이 뭉클하더군요. 


한참 후. 방과 연결된 작은 부엌에서 찌그러진 양푼에 고구마를 쪄가지고 

나온 할머니. 쭈글쭈글 해진 거친 손으로 고구마를 까서 주시면서도 

연신 죄송해하시더군요. 줄게 이것 밖에 없다며. 같이 얹어먹을 김치

동치미 하나 없는 고구마 뿐 이였지만 정말 감사한 마음으로 친구와 고구마를 먹었습니다. 

그때 할머니가 저희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물으셨어요, 몇 살이고 어느 학교 학생이냐. 

뭐 이런 것들 말이죠. 찬찬히 대답을 해드리며 방안을 슬쩍 둘러보는데 

반닫이 위에 먹다 남은 주먹밥 같은 게 보이더라구요. 

어떠한 것도 첨가되지 않고 그냥 단순하게 하얀 밥을 동그랗게 뭉쳐놓은 주먹밥이요. 

저도 모르게 그 주먹밥에 시선이 고정되었는지 할머니가 알아보시고 으응. 

주먹밥? 내 주식이야. 하루 세끼 밥. 이러시더라구요. 제가 놀라서 하루

 3끼 내내 저것만 드세요? 그랬더니 웃으시며 그러시더라구요. 




“정부 보조금 얼마 받는 거랑 저거 인형 눈깔 붙이는 거랑 하고나면 뭐 얼마 돼? 

인형 눈깔이야 노인네 침침한 눈에 몇 개 붙이나. 죽을 둥 살둥 해도 몇 개 못해. 

그거 합쳐 방세 내고 연탄 들이고 남는 돈으로 쌀사고 나면 끝이야. 없어. 그래서 

어디 반찬 해먹을 돈이 있어야지. 그래도 쌀이 있으니께 얼마나 다행이여. 그래 

반찬이 없으니께 쌀에도 소금이랑 살살 섞어서 심심하지 않게 주먹밥 맨들어 

먹으면 그게 하루 세끼야.” 




더 이상 숨길 치부가 어디 있겠냐는 듯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웃으시며 말하는 

할머니의 말을 듣고 있으려니 갑자기 눈물이 왈칵 나더라구요. 

세상에 반찬 해 드실 돈이 없어 소금을 넣고 주먹밥을 해드신다니...... 

세상에 아직도 이런 분이 계신가 하는 마음에 정말 가슴이 아프더라구요. 

더욱이 가슴 아팠던 건 저희에게 쪄주셨던 고구마도 이웃분이 드시라고 

몇 개 갖다 주신 고구마를 매일 주먹밥만 드시는 게 물리 실텐데도 생전 처음 

보는 우리에게 그저 비닐봉지를 들어준 게 너무 고마워 본인이 드시질 않고 

저희에게 쪄주셨던 거랍니다. 




그런 말을 하시면서도 괜찮다며 환하게 웃는 할머니를 뵈니 정말 눈물을 

더 이상 참을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외려 그런 저희를 다독여주시며 울지 

말라고 내가 공연한 이야기를 했다며 또 미안해하시는 할머니. 그러시면 

서도 여름엔 난방비가 들지 않아 여유가 조금 되니 

그땐 계란 반찬도 해먹는 다면서 웃으시더라구요.  




그리고 집에 돌아왔는데 도저히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친구와 상의를 해 각자 

집에 말씀을 드리고 이것저것 반찬 조금을 싸들고 다시 할머니를 찾아갔습니다. 

무척이나 반가워 해주시더라구요. 반찬을 보여드리자 연신 고마워하시며 눈물도 

보이시구요. 작은 일이였지만 괜히 뿌듯했습니다. 그렇게 자주는 아니 였지만 

친구와 저는 그 후로도 몇 번 반찬과 이것저것 할머니께 챙겨드릴 것들을 가지고 

할머니를 찾아뵙곤 했습니다. 가서 할머니와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고 서툰 

솜씨지만 인형 눈 붙이는 일도 도와드리고. 

 

다행히 그해가 지나고 운 좋게 동사무소 직원의 추천과 주위 분들의 도움으로 

독거노인을 위한 무료 양로원에 들어가시게 되셨답니다. 그후로 저도 이사를 

가게 되었고 이래 저래 자연스레 연락이 끊겼지만 지금도 종종 할머니 생각이 

납니다. 쭈글쭈글하고 거친 손이였지만 고마움을 듬뿍 담아 까주셨던 고구마가 

아직도 눈에 선하네요. 

 

 

김남연 할머니 건강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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