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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글] 초 봄
게시물ID : readers_1941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핑크삼디
추천 : 1
조회수 : 342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04/30 23:57:43
초 봄은 봄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겨우내 잠든 꽃 봉오리를 터트리고 땅속 개구리가 생기를 찾을때가 봄이라고 생각했다. 피지 않은 꽃을 시샘하여 날을 춥게하는 바람은 피지 않은 꽃이 아닌 끝내지 못한 겨울전 봄이 찾아와 슬퍼해 부는 바람이라 생각했다. 색색이 꽃이 만연하고 날씨가 온후하게 풀린 봄이 정말 봄이라 생각했다  우연한 기회였다. 여느때와 같이 전철을 타고 집에 가는 저녁이었다 이상하게도 사람이 많이 없는 그날 저녁 방물장수 아줌마 처럼 어깨에 커다란 보자기를 둘러맨 아줌마가 볼성 사납게 눈을 크게뜨고 이리 휙 저리 휙 온 전철을 자신의 시선으로 헤집었다 순간 저런 아줌마와 마주치면 낭패란 생각이 들었다 

 고갤 숙이고 휴대폰을 보는양 하며 신경쓰지 않으려 노력했다 성큼성큼 크게 걸어오는 걸음 소리가 들렸다 심장이 따라 쿵쿵 거리고 태연한척 고갤 들었다 그 아줌마와 눈이 마주치자 아줌마는 훤희 웃었다 그리곤 내 앞으로 검은 비닐봉지를 내밀었다 "가져" "네...?" 얼이 빠져 멍하니 그 아줌마를 쳐다보니 아줌마는 퍽 소중한 양을 떨며 내 품안에 비닐봉지를 내려놓고 다음 정거장에서 내렸다

 아줌마가 내리자 말자 다가온 내가 내릴역에 황급히 짐을 챙겨 전철에서 내려 숨을 골랐다 근처 의자에 앉아 비닐봉지 안을 살펴보자 깨끗한 유리병 위에 소복히 흙이 담겨있고 그 위에 길쭉한 풀 하나가 위로 올라있는 모습이란... 한숨만 터져나왔다 이걸버리고 가야하나 버린다면 어디로 버려야하나 이리면 그냥 가져가 키워볼까 식충식물이면 어쩌지? 별별 생각이 머릿속을 어지럽혔다 '하아' 한숨을 깊게 내쉬고 화분을 끌어안고 집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상하게도 발걸음 하나하나가 무거웠다
 집으로 들어와 바닥에 짐을내리고 그대로 침대에 누웠다 피곤했다 무엇이든 하기싫고 이대로 잠들고 싶었다 깊은 한숨이 흘러나오고 자리에서 일어나 아무렇게나 널부러진 짐 부터 정리했다 코트를 걸고 가방을 책상위에 놓고 비닐봉지속 유리병을 들었다  채 피치못한 꽃봉오리는 아직도 얄팍한 모습 이었고 작디 작은 이 줄기는 살짝 치는걸로도 꺽일듯 여렸다 
유리병을 받침대로 쓸만한 플라스틱과 함께 창가에 올렸다 창가에 올리고 얇은 풀떼기를 툭툭 쳣다 내가 치는곳에 따라 이리저리 움직이는 풀떼기가 귀여워 픽 웃었다 그리곤 다시 침대에 벌러덩 누워 눈을 감았다 여간 잠에 들어버렸다  다음날 알람이 울리고 나서야 정신없이 몸을 움직였다 옷을 입고 잔 덕에 옷은 다 구겨졌다 어제 미리 준비하지도 않은 탓에 준비할것도 많은 아침은 정신없이 지나가 버렸다 
정신없이 수업에 열중하다 보니 어느새 해가 기울었다 한잔하자는 친구들에게 어물어물 거리며 약속 장소를 빠져나왔다 집으로 돌아가자 말자 몸을 욕조에 담구었다 나른히 풀리는 몸에 기분이 좋아졌고 차갑게 부는 바람이 상쾌했다 창가로 다가가 어린 풀을 보았다 여전히 얄팍한 꽃 봉오리는 생명력이 없어보였다. 그저그런 그냥 시원한 그런 2월의 저녁이었다 
모두들 하나 같이 꽃샘 추위라며 옷을 여미고 다녔다 꽃샘 추위는 무슨 채 길지 못한 겨울을 슬퍼한 바람이 부르는 추위라 생각했다 아직도 난 겨울이라 믿는 그럼 3월의 초반이었다 창가에 놔둔꽃은 세게부는 바람에 이리 저리 허리를 꺽어가며 버티고 있었다 그 모습이 흥미로운 한편 또 신기했다 금세 풀이 꺽여도 놀잡지 않을 풀 떼기가 저리 버티고 있는 모습이 또 날이 지날수록 살이 차오르는 꽃봉오리 하나 하나가 신기했다 
저 풀에 지지대를 하나 놔둬 버티게 해줄까 하고 잠시 생각했지만 곧 접기로 했다 저 풀이 뭐라고 어차피 시들어 버릴거 무정한 눈으로 풀을 한번 쳐다보곤 침대에 누웠다 어차피 시들어 없어질 풀이었다 감정도 뭣도 없는 풀이었을 뿐인데 왜이리 마음 한켠이 불편해 지는지 도통 이유를 알수가 없었다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바람은 여전히 매서웠다 오히려 겨울보다 추울지경의 바람에 짜증까지 치밀어 올랐다 날이 지나면 지날수록 꽃봉오리는 살이 차오르고 점점 위로 커가기 시작했다 그 모습이 신기해 보고 또 보고 하다못해 사진 까지 찍기 시작한 내 모습은 경이롭고 놀라울 지경이었다 뭐... 혹시 너무 매운바람에 풀이 아파할까봐 영양제 까지 사다 놨으니 가히 미친지경이라 보아도 되었다 
그 추위는 일주일간 지속되었다 매서운 겨울바람이 지나간 자리는 지나치리 만큼 날씨가 풀려있었다 그 추위가 어제까지 있었던게 맞나 싶을 정도로 풀려버린 온화한 날씨에 이른 새벽에 눈이 떠졌다 이상하게 시선이 제일먼저 그 풀에 가 박혔다 곧 꽃이 필듯 가득찬 꽃 봉오리가 신기해 가까이 갔다 위쪽으로 노란 옷을입은 부끄럼 쟁이 아가씨가 있는양 야트막히 보이는 그 노란 색이 신기했다 전혀 상상도 안될만큼 가득차 버린 꽃 봉오리도 신기했다 그 모든게 신기해 만져보려 손을 뻗은순간 별안간 꽃이 피었다 경이롭고도 아름다운 순간이었다 꽃 봉오리가 터지면서 노오란 꽃잎들이 펼쳐 졌다 그리곤 바람을 따라 살랑 살랑 꽃 잎을 흔들었다 
신기하고 놀라웠다 보고 또 보아도 아까 그 모습이 잊혀질리 만무했다 이른 아침을 준비하는 해가 오기시작했다 날씨는 한결 풀려있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초 봄을 봄이라 부르는 이유를 꽃샘 추위가 더 추운이유를 겨우내 끝까지 버틴 꽃 에게 마지막으로 주는 시련이였다 겨울과 꽃샘 추위를 겨우겨우 버틴 그 꽃은 정말 아름답고도 어여뻣다  

 초 봄은 봄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겨우내 잠든 꽃 봉오리를 터트리고 땅속 개구리가 생기를 찾을때가 봄이라고 생각했다. 근데 이젠 달라졌다 초 봄도 봄이었다. 겨우내 잠들어 버린 꽃들을 피우기 위해준비하는 그런 어린 봄이란 생각이 들었다 
출처 내 손가락 끝을 타고나온 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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