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저는 심리학을 전공하는 사람입니다.
게시물ID : freeboard_53290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자림
추천 : 11
조회수 : 972회
댓글수 : 12개
등록시간 : 2011/09/03 19:28:14
막상 글을 쓰려고 버튼을 눌렀는데 어디서부터 시작을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이야기가 좀 길어질 것 같은데 세줄 요약이 없는 점과 글 솜씨가 비루한 점, 
미리 양해 구하고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우선 저는 수도권 소재 심리학을 전공하고 있는 대학원 석사 과정 재학생입니다.

여러분들은 심리학 이라고 하면 어떤 생각부터 떠오르시나요?
제가 20살 이후 심리학을 공부하며 가장 많이 질문 받았던 것은 대체로
"지금 내가 무슨 생각하고 있는지 맞춰 봐" 혹은
"그럼 최면술도 할 수 있어?"
이 두가지를 꼽을 수 있을 것 같네요.
심리학을 공부하는 7년간 정말 거짓말 하나 안 보태고 100번도 넘게 들었던 말인 것 같습니다.

제가 고등학생 시절이던 2000년대 초반 한창 인터넷 커뮤니티를 하던 중고생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던 혈액형별 성격 분류 혹시 기억하시는 분들 계시나요?
그 당시엔 혈액형, 별자리와 같은 별별 성격 유형 분류부터 인터넷에 떠도는 수 많은
심리테스트들이 판치고 있었죠.
그냥 재미삼아 보던 학생들이 물론 대부분이었겠지만, 일부는 그걸 진지하게 받아들이기도하고
인출된 결과를 자신의 성격으로 낙인시켜 영향을 받던 사람도 있었겠지요.

최근 네이버 웹툰에서 닥터 프로스트라는 만화를 봤습니다.
권위 있는 출처로부터 자문을 구해서인지 상당히 소재를 깊이 있게 다루더군요.
하지만 제 개인적으로는 만화적 재미를 위해 소재의 사실성을 제외한 내용 구성면에서는
다소 무리한 설정과 진행이 보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아무래도 상담을 소재로 만화를 진행하다보니 리플에 이런 글들이 유독 많이 보였습니다.
"아, 저도 저 누구누구와 비슷한 일을 많이 겪는데 저도 장애가 있나봄."
"헐 나 완전 똑같은 증상이 있는데 나도 역시 무슨무슨 증후군이였음"


사실 심리학만큼 과거부터 신비로운 학문으로 여겨지고 
많은 오해를 받았던 학문도 드믈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현대에 이르러서는 많은 사람들이 심리학에 관심을 갖고
다수의 교양서적을 통해 대중들에게 친숙한 학문이 되기도 했지요.
덕분에 예전에 비해 오해는 많이 줄었고 전공자만큼이나 풍부한 학문적 소양을 가진 분들도 많아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점들을 소개하고
조금이나마 심리학에 대한 오해를 풀고자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부족한 글솜씨와 전공지식이나마 여러분들이 올바른 심리학에 대한 정보를 드릴 수 있다면
무척이나 기쁠것 같네요.


위에 세 예시는 제가 이 글을 쓰게된 여러 계기중 몇가지를 나열한 것입니다.
실제로 제 글의 제목을 보고 들어오신 오유 여러분들 중에는
"오, 혹시 남의 마음을 예측할 수 있는 법이라도 알려주려나?"
"이 사람도 최면술 할 수 있나?"
하는 생각을 하신 분들은 없으신지요.

한창 심리학에 대해 마술적이 오해가 넘치던 때에는 사람의 사소한 행동을 통해
그 사람의 심리를 읽는 기술이 실재하는 것처럼 여겨지기도 했습니다.
이를테면, 팔짱을 끼는 것은 나에 대한 방어적 태도이다.
사람의 시선을 보면 거짓말의 유무를 알 수 있다. 등등.

결론부터 말하자면 맞기도 하고 아니기도 합니다.
위의 사실들은 물론, 권위있는 절차를 통해 진행된 실험으로 밝혀진 진실이기도 하지만
이러한 사실들을 숙지하고 일상 생활에 적용한다고 해서 '독심술'처럼 상대의 마음을
읽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일상 생활은 실험실 상황과는 다르게 셀 수 없을만큼 다양한 변수가 있으며
실험에서 특정 행동들을 규정 짓는 조작적 정의에 대한 이해가 없이는 이러한 이론을
쉽게 적용한다는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
그저 학문적 지식으로만 받아들이는 편이 이롭지 이러한 것들을 대인관계 '기술'로
이용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우며 솔직히 상대에게 기분과 진실을 묻는 편이 오히려
성공율 높은 의사판단 기술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최면술.
심리학과 최면술이 상당히 밀접한 관련이 있고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을거라 생각하는 분들이 종종 있습니다.
사실 심리학에 최면술과 관련된 파트가 있기는 합니다만;
여러분들이 생각하시는 전승 체험이라던과 오컬트적인 요소는 배제 돼 있고,
실제 심리학 개론의 200~300 페이지 되는 책 분량에 기껏해야 1페이지 정도만이 할애되어 있는
극히 일부의 언급만 되는 스킬입니다.
무엇보다 최면은 정신분석에서 인간의 무의식을 탐구하는 용도로 주로 사용되며
전승이나 인간 조종과는 전혀 무관한 치료를 목적으로 일부 학파에서만 쓰이는 기술입니다.


다음으로 시중에 떠도는 수 많은 성격 분류법과 심리테스트.
혈액형 같은 경우는 이미 그 진상을 알고 계시는 분들도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인간의 다양한 성격을 단순히 혈액형만으로 분류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한 시도이기도 하며
과학적 검증절차 역시 들은바 없습니다.
혹시 혈액형, 별자리 성격 분류를 보고 정확히 자신의 성격을 맞췄다고 느낀 경험이 있는 분들은
인터넷에 바넘효과를 검색해 보시면 좋은 참고가 될 것 같습니다.
이는 심리 테스트의 결과에서도 적용되곤 하는데,

간단히 말해 바넘 효과는 흔히 포러 효과라고도 불리우는 현상으로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가지고 있는 성격이나 심리 특성에 대한 진술을
마치 자신만의 고유한 특성을 맞춘 것처럼 느끼는 일을 말합니다.
쉽게 예를 들자면
"당신은 다른 사람이 당신을 좋아해 주기를 바라며 스스로에 대해 비판적인 성향이 있다. 
또한 아직 개발하지 못한 잠재 능력이 있고 약간의 성격적 약점이 있지만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간단한 테스트 절차를 거쳐 위와 같은 결과를 출력받았을 때(위의 문장은 실제 바넘 효과 증명
실험에서 사용되었던 텍스트에서 일부를 발췌한 것입니다) 이를 '와, 정말 잘 맞는다!' 라고
받아들이게 된다는 효과입니다.

실제 심리 테스트들의 결과도 이를 이용한 것들이 대부분이며 "당신은 사람들과 어울리길 좋아하지만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와 같은 상반 진술(어느쪽이든 해당되는 상반되는 내용의 진술을 동시에
제시하는 것)의 형태를 띈 바넘도 있습니다.
사실상 심리학의 측정 도구들은 엄격한 검증을 통해 신뢰도와 타당도를 확보하고
실제 연구에 사용되는 것이 기본이기에 몇 번의 클릭질로 성격과 성향을 예측한다는 것이
얼마나 허무맹랑한 일인지 여러분도 잘 아시리라 믿습니다.


마지막으로 심리학적 지식이 널리 알려진 부작용 중의 하나라고 생각하는 점인데,
요즘들어 사람들이 자꾸만 자신에게 병리적인 라벨을 부여한다는 점입니다.
예전에는 오히려 자신이 정신병자라는 낙인이 찍힐까봐 실제 병리자도 쉬쉬하던 사실이
그만큼 정신 병리가 사람들에게 친숙해진 것으로 해석해야 하는가 웃지못할 생각까지 듭니다.

자가 점검이나 문제대한 자각은 치료에 무엇보다 중요한 선행 조건중 하나입니다만,
인터넷에 떠도는 이야기나 짧은 사례를 자신과 대조해보고 쉽게 자신에게 병리적 무언가를
딱지 붙일 필요는 없습니다.
정신적인 병과 육체적인 병은 큰 차이가 없습니다.
자신이 아프다는 '고통'(정신적이든 육체적이든)에 대한 자각이 있다면 전문가를 통해
진단 받고 치료 받는 것이 최선입니다.
육체적인 병보다 심리적인 병이 무서운 이유중에 하나는 
혼자 내가 이런 병은 아닐까, 저런 병은 아닐까 괜히 의심해보는 사이에
실제로 자신을 그렇게 몰아갈 가능성도 있다는 점입니다.

자기 이행 예언효과, 혹은 피그말리온 이펙트라는 것을 아시나요?
혈액형 성격 분류는 그 정확성에 있어 이미 논쟁의 대상조차 되지 못하지만,
자신을 A형 성격에 꼭 맞다고 믿는 누군가는 실제로 흔히 알려진 A형의 성격 유형처럼
소심하고 내성적인 사람으로 '되어 가는' 현상처럼
자기가 믿는 대로, 혹은 타인이 나에게 기대하는대로 점차 바뀌는 것을 말합니다.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람도 자신에게 병리적 라벨을 붙이고
일상 생활에서 반복적으로 그것을 상기하는 사이 실제로 증상을 얻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정신병리를 공부하는 입장에서도 실제 사례들을 접하다보면
마치 내담자들의 사례가 자신의 일처럼 여겨지기도 하도 나도 혹시? 하고 의심하게 되는 순간이
수 없이 많지만 실제로 자기가 그러한 병리를 앓고 있다고 여기는 상담자나 임상가는 드믑니다.

혹시라도, 정말 혹시라도 정신병리가 자신을 특별하게 만드는 명찰처럼 여겨져
나는 무슨무슨 공포증이야, 나는 무슨무슨 증후군이야 라고 자기최면을 거는 사람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그만두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기억상실, 불치병이 낭만으로 여겨질지 몰라도 그것이 현실이 된 순간에도 낭만일 수 있을까요.



사실 하고 싶은 이야기는 굉장히 많은데 지면상 내용이 더 길어져봐야 지루하기만 할 뿐이고,
무엇보다 저 자신이 가진 지식 또한 백퍼센트 정확하며 전문적이라고 하기엔 너무 부족하기에
혹시라도 제가 틀린 부분이 있다면 더 나은 지식이 가지신분의 지적과 적절한 비판을 기다리며
이쯤에서 글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끝으로 한가지만 더 당부하자면, 심리학 자체도 그저 하나의 학문에 불과할 뿐인데도
묘하게 술자리나 소개팅 자리에서는 굉장히 마술적 힘을 지닌 지식으로 여겨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아직도 심리학에 대해 마술적인 매력을 느끼시는분.
심리학은 경영학이나 사회학, 행정학과 마찬가지로 단순한 학문일 뿐이며 사회과학의 한 분야입니다.
주변에서, 특히 술자리나 소개팅 자리에서 '내가 심리학 좀 공부했다' 고 자신있게 이야기하며 
몇가지 흥미로운 효과와 기술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은 잘 걸러서 절반만 들으시길 권합니다.

경영학 학부생이 나 부동산에 대해 좀 안다며 투자룰 권한다면 
여러분은 그 이야기를 믿고 투자할 수 있으신가요?
심리학도 마찬가지입니다. 학부생은 물론, 석사생인 저 역시, 그리고 제 선배님들이신
박사분들도 술자리 유머로 사용하면 했지 함부로 심리학적 지식을 주변에 이용하지 않습니다.
그만큼 심리학은 특별한 힘을 가진 학문이 아닐 뿐더러, 역사가 짧은만큼 아직도 새로운 것이
밝혀지고 기존에 밝혀졌던 것들이 뒤집히는 역동적인 학문이기에 발달과정 중에 있는 학문인거죠.

요새 콜드리딩이다 픽업 아티스트다, 심리학에 기반을 둔 대인관계 기술 등이 대중에게 널리
이용되고 있습니다. 그 효용성이야 솔직히 말해... 제법 효과가 있다고 말씀드릴 수 밖에는 없지만
오유 여러분들이 악용하지도, 악용당하지도 않기를 바라며 이만 마치겠습니다.

혹시 심리학에 대해 질문이 있으신분은 코멘 달아주시면 제가 아는 한도내에서
최대한 성심성의껏 답변드리겠습니다.
모두들 좋은 주말 되시길 바라며, 애인 생기세요.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