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기 앞서서
1. 저는 의료인이 아님다
2. 따라서 프로의 전문적이고 날카로운 통찰은 없습니다
3. 언젠가는 병원 침대에 누울 일이 생길 시민1의 입장에서 썼습니다.
"열 명의 범죄자를 풀어주는 한이 있더라도 한 명의 무고한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해라" 우리에게 "무죄추정의 원칙" 을 설명하는 가장 빠른 문구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확실해보이는 정황증거들이 나와서 "응 너 범죄자, 일단 차가운 철창 뒤에서 머리좀 식혀" 이랬는데 알고봤더니 그 사람이 무죄라면요??
그 사람의 흘러간 시간과 억울한 마음, 가족들이 받은 고통은 상상도 하기 힘들겠죠.
사법적 정의의 실현이 지나쳐 오히려 무고한 사람을 고통받게 만드는 일입니다.
그래서 있습니다. "무죄추정의 원칙" .
"너는 재판에서 유죄로 선고받기 전까진 무죄다!"
이걸 문재인 케어에 대입해보면 어떨까요?
저는 의료인이 아니니 대충 있음직한 일로 적어봅니다.
어느 환자가 절뚝거리면서 병원에 왔어요. 왼쪽다리에 힘이 안들어간대요
병원에서 확인해보니 왼손에도 힘이 빠지고 손가락의 움직임이 둔해졌어요.
말을 하는데 발음이 좀 꼬여요. 예전에는 안그랬대요.
두통있냐고 물어봤는데 두통은 없대요
의사가 보니 뇌졸중의 가능성이 있어요. 근데 디스크일수도 있어요. 다른 가능성도 많겠죠
그래서 확실히 하고자 MRI를 찍어보고 싶어요
그런데
1. 뇌졸중 의심 시 MRI를 찍을 수 있는 조건
2. 디스크 의심 시 MRI를 찍을 수 있는 조건
이 환자가 이 둘 중 어느곳에도 속하지 않아요. 왜냐면 MRI는 급여대상이고, 심평원의 가이드라인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찍을 수 없거든요
의사는 이 상황을 환자에게 설명해줬지만, 적절한 치료를 해줄 순 없었어요. 무슨 병인지도 모르니까요
이 환자는 아무런 병이 없을 수도 있어요.
목디스크일 수도 있어요.
뇌졸중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의사는 알 방법이 없어요. 여러 검사를 통해 가능성을 좁혀야 하는데, 검사를 할 수가 없으니까요
이 환자가 천분의 일, 만분의 일의 확률로 뇌졸중이라면 어떨까요?
조만간 병원에 누워서 들어오겠죠.
이걸 위의 무죄추정의 원칙에 대입해볼게요
"열 건의 과잉진료를 허락하는 한이 있더라도 한 명의 목숨을 살려라"
(과잉진료 상관없다는 뜻 아닙니다...아래에 방지대책 써놨어요)
얘가 무슨 병인지 확실히 알라면 의사의 손에 더 많은 패를 쥐어줘야 합니다.
손에 쥔 패가 많을수록, 이미 깐 패가 많을수록 의사가 병을 유추할 확률은 올라가겠죠
이 과정에서 과잉진료가 나올 수 있을겁니다. 찍을 필요 없는데 일부러 찍으라고 하는 양심없는 놈도 있을테고, 판단 착오로 불필요한 MRI를 찍을 수 있을거에요
근데 이런 과잉진료를 막고자 하는 일이, 다른 환자들을 죽이게 된다면 어떨까요??
그 환자가 나, 내 친구, 내 연인, 내 엄마, 내 아빠라면요??
제조업에 이런 말이 있어요
"현장에 답이 있다"
때로는 책상앞에서 서류뭉태기보고 고민하는 관리직보다 현장에서 직접 보고 겪은 운영직이 훨씬 정확하고 빠른 판단을 내릴 수 있거든요
메뉴얼이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일들을 많이 봐왔거든요
서류에 적히지 않은 내용들까지 술술 꿰고 있을 때도 많죠
적어도 초기진단을 위한 진료와 일분일초를 다투는 응급상황에서는 현장에서 판단하는 의사에게 전적으로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가장 치열하고 불꽃튀는 현장이 높으신 분들의 입김으로 위축된다면, 그 피해는 누구에게 갈까요??
과잉진료에 대한 건은 가이드라인을 정해서 미연에 방지하기보다, 추후 심사를 통해서 잡되,
100% 잡아서 확실히 방지한다!! 라는 방향보다는 10%정도로 느슨하게 잡되, 걸리면 뒤진다 라는 방향이 더 옳을 것 같아요
현재 과잉진료로 판정나면 지원금 삭감정도의 경미한 조치만 있으니, "걸리면 재수없는거고, 안걸리면 개이득!" 이란 생각으로 과잉진료하는 의사들도 있을테니까요
군대 다녀오신분들은 기억하시죠? 선조치 후보고. 현장에 많은 권한을 위임해서 즉각적으로 판단하여 대처하고, 추후에 그에 대한 책임을 묻는다.
의료의 현장은 선조치 후보고가 맞을까요? 선보고 후조치가 맞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