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가 약 350만 명인 도시국가 싱가포르는 이스라엘을 닮은 국방제도를 유지한다. 국민총생산에서 국방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6%로서 한국의 두 배이고, 이스라엘의 반이다. 현역은, 직업군인이 3만2700명, 의무병이 3만9800명, 합쳐서 7만 병력이다. 인구비례로 따지면 한국은 100만(지금은 70만) 兵力을 유지해야 싱가포르와 같아진다는 계산이다.
싱가포르는 국민皆兵制(개병제)이다. 18세가 되면 군대에 징집되는데, 연기가 되지 않는다. 重病者(중병자)가 아니면 모두 입대한다. 兵役특혜는 없다. 심지어 영주권을 가진 외국인도 군대에 가야 한다. 훈련기간은 3개월이다. 체육선수에게 주어지는 특혜는 훈련기간의 단축이다. 뚱보들에겐 훈련기간을 길게 준다. 제대한 이후에도 예비군에 편입되어 나이 50세(장교)나 40세(사병)가 되기까지 매년 40일간 소집된다. 30만 명이 넘는 예비군이 있다.
싱가포르 정부는 군대 복무를 하지 않은 사람은 공무원으로 채용하지 않는다. 싱가포르 군대는 1960년대 후반 이스라엘 군대가 지도하여 만들었다. 이스라엘 고문단은 멕시코 사람으로 위장하여 建軍(건군) 작업을 도왔다고 한다.
싱가포르의 가상 敵은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이다. 싱가포르의 국민 구성은 중국계, 말레이계, 인도계 등으로 복잡하다. 국민개병제는 다양한 출신성분을 초월하여 싱가포르 시민들을 하나의 국민집단으로 용해시키는 용광로 역할을 한다.
싱가포르는 한국보다도 더 평화스러운 안보환경에 있다. 그럼에도 自主국방정신은 한국보다 더 강하다. 싱가포르는 물론 운동선수에게 兵役면제의 특혜를 주지 않는다.
한국에서는 1980년대 석사장교 제도가 생겨 특혜 논란을 불렀다. 석사 소지자 중 우수한 자를 시험으로 선발하여 6개월간 군사훈련과 전방 체험을 거친 후 소위로 임관함과 동시에 전역시켜주는 제도였다. 당시 군 복무기간이 3년에 육박한 점을 고려하면 파격적인 혜택이었다.
그 뒤 兵役면제 특혜가 남발되었다. 스포츠, 예술, 과학계의 人材를 2, 3년간 군대에 보내는 것은 국가적 낭비라는 주장이 일견 설득력이 있는 듯하나 이는 短見이다. 군대 복무중에도 특기를 살릴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만들 수 있다. 특혜는 한번 주어지면 확대되기 마련이다. 그렇게 되면 군 복무를 충직하게 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모자라는 사람처럼 보이게 된다.
미국에서도 징집제 시절 병역특혜를 일체 인정하지 않았다. 테드 윌리엄즈와 같은 대타자도 2차대전과 한국전쟁 두 차례 징집, 戰線에 배치되어 4년간 복무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