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李대통령 - 대기업 총수 간담회 ◆
재계를 향한 이명박 대통령의 목소리 톤이 높아졌다. 출범 초기와 비교할 때 성장을 위한 기업의 투자, 일자리 창출을 위한 고용 확대, 양극화 해소를 위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 등 요구 사항도 많아졌고 수준도 강해졌다. 공정사회, 공생발전 등 현 정부 국정 운영 철학에 비춰볼 때 향후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과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 등을 촉구하는 행보는 더욱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는 △중소기업 업종에 대기업 진출 자제 △건전한 기부문화 정착 △중소기업 납품단가 인하 자제 △거래 중소기업 경영 지원 △정규직 고용 확대 △비정규직 근로자 안정 지원 등이 예상된다.
지난달 31일 30대 그룹 총수와 이명박 대통령의 오찬간담회에 앞서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이웅열 코오롱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김윤 삼양사 회장, 현정은 현대 회장(왼쪽부터) 등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박상선 기자>
◆ 중도실용 → 공정사회 → 공생발전
이명박 정부는 '친기업'과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표방하며 출범했지만 집권 1년차인 2008년을 제외하고는 줄곧 재계를 압박했다. 그동안 중도실용→공정사회→공생발전으로 화두를 바꾸면서 대기업의 책임과 역할을 강조해 왔다.
이 대통령은 2007년 대선 열흘 만에 당선인 신분으로 전국경제인연합회를 찾아 20대 기업 총수와 만나 "차기 정부에서는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부'를 만들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취임 직후인 2008년 4월 투자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한 민관합동회의에서 기업 활동을 제약하는 규제 철폐를 약속했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 조짐이 드리우면서 기업을 향한 이 대통령의 요구 사항이 늘기 시작했다. 그해 9월 제2차 민관합동회의 때는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기업들에 투자 확대를 요청했다. '어려울 때 공격적으로 경영하는 기업이 위기 이후에 더 크게 성장한다'는 논리였다.
이듬해 7월 제3차 민관합동회의 때는 일자리 창출에 무게를 실었다. 근로자 고용 안정을 위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촉구하고 일자리 확대를 요구했다.
2009년 8ㆍ15 경축사에서 '친서민 중도실용'을 화두로 던졌다. 친서민 카드를 꺼내면서 중산층을 강조한 것이다.
이에 대해 삼성 LG 등 주요 그룹은 2009년 12월 제도권 금융서비스를 이용하기 어려운 취약계층에 돈을 빌려주는 미소금융재단을 잇달아 설립했다.
이어 지난해 8ㆍ15 경축사에서는 '공정사회'를 화두로 던지면서 바로 다음달 동반성장위원회를 구성해 재계를 압박했다. 이익의 대부분을 대기업이 독차지한다고 보고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을 강조한 것이다. 공정사회 원칙으로는 기회 균등과 공정 경쟁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삼성 현대차 등이 잇달아 협력업체 상생 방안을 발표해 적극적으로 화답했다. 특히 지난해 9월 13일 대기업 대표와 한 조찬간담회에서는 납품업체에 대한 단가 인하 압력 등을 자제할 것을 당부하면서 기업 총수가 직접 챙기라고 했다.
◆ 기업 투자ㆍ고용, 기대치 못 미쳐
올해 들어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지난 1월 수출ㆍ투자ㆍ고용 확대를 위한 30대 그룹 회장단과의 간담회에서 이 대통령은 '더불어 함께 사는 사회'를 언급하면서 투자와 고용을 늘릴 것을 요청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대기업의 계열사를 통한 '일감 몰아주기'를 지적했다.
정부가 일감 몰아주기 과세 방침을 밝히고 정치권에서 대기업 계열사의 소모성 자재 구매대행(MRO) 사업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자 삼성은 지난달 MRO 계열사인 아이마켓코리아를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SK도 MRO 계열사를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했고, 한화는 아예 사업에서 철수하기로 했다. 정부의 '동반성장' 국정 기조에 발맞춘다는 차원에서다.
이어 지난달 31일 열린 공생발전을 위한 대기업 간담회에서는 지난 8ㆍ15 경축사에서 제시한 공생발전에 대해 설명하고 대기업 총수의 기부 문화, 건강한 기업 생태계 형성 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대기업이 세계 금융위기와 재정위기 상황을 극복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치하하면서도 대기업이 양적ㆍ질적 팽창에 맞춰 성장동력을 만들고 사회공동체 구성원으로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최선을 다해줄 것을 강조했다. 또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함께 클 수 있는 기업 생태계를 만들어줄 것을 요청했다.
이 대통령이 이처럼 기업에 대한 주문을 늘리고 있는 것은 기업의 투자와 고용이 현 정부 기대에 여전히 못 미친다는 인식 때문이다.
대선 당시 경제대통령을 표방했지만 임기를 1년6개월 남긴 현재까지도 현 정부 출범 당시 목표했던 성장과 일자리 수준에 현저히 못 미친다는 판단이다. 따라서 이 대통령이 일견 조급함을 느끼기 시작했고 기업인 출신 대통령으로서 기대했던 기업의 지원이 부족한 데 대해 실망감 내지는 서운함도 묻어 있다.
출처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1&oid=009&aid=00025305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