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따라 이상하게 눈이 침침하고, 특히 오른쪽 눈이 너무 뻑뻑한게 느껴져서
토요일 아침일찍 안과에 갔더랍니다.
집근처에 안과가 2개 있는데, 하나는 좀 삐까 뻔쩍한 안과였고 ,
그 옆에 또 할배의사가 운영하는 조촐한 안과가 있었죠.
올해 몇 번 눈에 피로를 느껴서 그 삐까뻔쩍한 안과에 3번정도 방문했습니다....
할배가 운영하는 안과는 갈때마다 사람이 많아서... 기다리기 싫어서 삐까뻔적한데로 간거였습니다.
근데 토욜이고 사람도 많을거 같고, 기다리기 싫어서, 아침 일찍 갔더니 할배안과에 사람이 없네요...
기다리지 않고 바로 할배의사한테 진료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정말 친절한 할배의사는 이것저것 물어봐주고, 증상을 얘기하니까...
눈 시신경 사진을 찍어보자 하더라구요. 그리고 시신경 사진 결과를 보더니....ㅜ
걱정하는 눈빛을 하면서...오른쪽 눈신경 유두함몰미(?)가 높다면서.... 녹내장이 의심된다..이라네요...
정밀 시야검사를 해봐야한다고 하더라구요....
시야검사를 받기전 5분동안 폰으로 녹내장 관련 폭풍 구글링하는데....
거의 녹내장 = 실명.... 뭐 이렇더라구요....ㅅㅂ
진짜 눈앞이 캄캄해지면서...미치겠는거예요. 이게
순간 삐까뻔적한 안과갔을때 일들이 오버랩됬습니다. 젊은 의사한테 비슷한 증상들을 얘기했을때...
항상 저보고 눈썹이 눈에 대이는 증사이라 (안검내반증)... 쌍거풀 수술을 60인데 꼭 받아라...고 맨날 권유만 했것든요..
아아.. 진짜 거의 패닉의 5분을 보냈고...
녹내장 시야검사를 시작하였습니다.
눈 주위 여기저기서 빛이 반짝거리고 그것을 인실할때마다 스위치를 누르는 검사입니다.
거의 10분정도 진행되는데요... 눈물이 날 것 같았습니다...
여태껏 야근하면 눈 혹사시키고, 가끔은 일끝나고도 밤 늦게 게임했던 일들이 갑자기 후회되기 시작하더라구요...
이제 한 오년일한 거 같은데..내가 너무 좋아하는 직업인데....백수가 되겠구나..생각하며...억장이 무너짐을 느꼈습니다.
정말 초조한 얼굴로 실험 결과를 기다렸습니다...
할배의사쌤이 결과용지를 보시더니, 아.. 문제없네... 이라십니다..ㅜㅜ
그래도 할배가 바로 알아보데요. 맨날 컴퓨터 보고 일하죠?? 눈관리 잘하셔야 되요...조언도 해주시네요.
아시아인들은 안압이 낮아도 녹내장이 온다고 자세히 설명도 해주시네요...
(딴 안과에서는 안압테스트만 했었습니다, 별로 의미가 없다는...)
그리고 시신경이 별로 건강한 것 같지 않으니까, 매년 녹내장 검사는 필수적으로 해라합니다....
진찰비 12000원을 내고 나오는데...만감이 교차했습니다.
집에 온 후, 예전에 샀던 눈 건강과 관련된 책(해럴드 페퍼드 저)을 펴서 녹내장 챕터을 정독했습니다...
결국 스스로 정리한 부분은...우리 프로그래머들은 한 곳을 계속 응시해야 하기때문에 응시벽이라는 증상이 생기기 싶습니다.
잠을 자면서 이 응시벽이란 증상이 유지되었을때, 녹내장으로 연결된다...뭐 이런 내용이 있더군요.
아직까지 녹내장 원인에 대해 확실히 밝혀진건 없지만... 컴퓨터를 자주 보고 일하는 직군에서 녹내장이 올 확률이 높다라는
연구들도 나와 있구요...
눈이 생명이 이 쪽 직군에 살아남기 위해 새해에는 여러가지 변화를 주기로 결정했습니다.
와이프한테 말해서 식단도 야채와 과일 위주로 바꾸기로 했고 운동량도 늘리기로 했구요.
인터넷에 파는 고급 눈찜질기, 눈 운동기 뭐 이런것들도 구매하기로 했어요...
그래도 정말 다행이다 싶은건, 지금 늦지 않은 타이밍에 녹내장에 대한 경각심을 느끼게 되었고
또 예방을 위해 최선을 다할 수 있게 된 좋은 경험.. 여러분과 나누고자 합니다.
프로그래머분들.. 눈건강 꼭 챙기세요.
그리고 눈 침침할때 꼭 녹내장 검사 받으시구요. 진료비 정밀검사비 다 합쳐도 만원정도 밖에 안 합니다.
눈이 안 좋은 상태에서 녹내장 검사 받으시면 이미 늦으신겁니다.
녹내장은 회복되지 않습니다. 그냥 악화를 막는 방법밖에 없는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