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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게시물ID : readers_1946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연필두자루
추천 : 2
조회수 : 333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05/05 03:20:49
고3이 된 후로
1시를 넘겨 잠들어본적이 없다
학기 초에는 5시에 일어나서 학교가기전 1시간 반은 공부를 하고, 또 집에 오자마자 바로 잠들어서
공부량을 최대로 하면서도 수면량도 보존할 수 있는 아주 효율적이면서도 규칙적인 생활을 계획했으나
옛 선조들 말 틀린거 하나 없듯, 4월1일부터, 정확하게 3일 갔다.
물론 고3 이니 만큼 공부를 안한건 아니지만, 
나름 내 인생에 있어서 꽤 중요한 갈림길에 섰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자리에 서놓고도 나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내가 좀 한심스럽게 느껴졌다

18살 때 까지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던 우울증은, 의외로 잦아들었다.
고3이 되서 가장 먼저 해야한다고 생각했던게 내 몸과 정신을 챙겨야 겠다는 다짐이 먼저 들어서 그런지
우울함을 견딜 수 있도록 나를 단련해야 했다.
대부분 나에게 오는 우울증들은, "나는 비사교적인놈" 이란 생각으로부터 오는 자괴감 이었기에, 
조금은 사교적인 척 해야했고, 또 억지 웃음에도 익숙해져야 했다.

의외로, 할만했다

모순적이지만, 이렇게 가면을 쓰고 친구들 앞에서 지내고 있는것이, 오히려 나를 되돌아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가식적으로 나마 생긴 친분으로 조금은 우울증을 덜 수 있었고, 
아예 가식적인 관계라고 못을 박아 버려서 그런건지 내가 싫은건 싫다고 할 수 있게되었으며
내가 재미없다고 생각하는건 안봐도 됐고
귀찮은건 귀찮다고 얘기하고, 안한다고 해도 누가 뭐라할 사람이 없다는걸 알게되었다.

우습게도, 2% 부족하지만, 똑바로 살고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3이 되면 정말 미친듯이 공부만 할테다, 라는 각오로 올라왔었지만, 막상 되고보니 또 그렇지는 않았다
공부량이 늘긴 했지만, 공부 외에도 내 몸이랑 마음을 지켜야 했기에 조금 더 견고한 성을 쌓아야했고
그래서 나는 행복해야 한다! 라는 핑계를 구실로 여러모로 재밌게 살고있다.

말이 그렇다는거지 그렇게 사람이 180도 바뀐건 아니다.
빈도와 강도가 줄어들었을뿐, 본디 감정기복이 심한 사람이라서, 조금만 우울할 기미가 보이면 또 우울해진다.
특히나 최근에는 나를 감추는데 신경을 쓰고 있어서 그런지 웃으려 해도 입꼬리만 살짝 올라갈 뿐, 즐겁진 않다.
웃는게 매력적이라는 말을 그나마 좀 듣는편이라 웃는건 최대한 자연스럽게 웃으면서 살고싶었는데
지금은 그마저도 잃어버리지 않았을까 싶다.
조금 싸이코패스가 되가는 느낌.

생각해보면 진짜 미친놈이 되가는것 같긴 하다
위에 180도 라는 글을 적으면서도 ' 파이라고 적어야 맞는거 아닌가? ' 라는 생각이 먼저 들고,
농구를 하다가도 탄성충돌과 비탄성충돌, 운동량 보존 법칙 같은것들이 생각나기도 하고
목사님의 설교를 듣다가도 목사님이 들고계신 마이크로부터 패러데이의 법칙을 발견할때도 있다.

괜히 그냥 자해가 하고싶기도 하고 아무나 나를 좀 시원하게 후드려 패줬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반대로 아무나 드럼 치듯, 북치듯, 장구치듯 짱짜가장 하고 패버리고 싶을 때도 있다.
나무 기둥만한 십자드라이버가 내 몸을 푸슉 하고 뚫고 지나간뒤 죽어갈때 기분이 어떨지 상상도 해보고
등뒤에 날개가 돋혀서 날아가보는 상상도 한다
아, 이건 예전부터 해오던 상상이다. 자이로 드롭도 못타면서 왜그렇게 날개가 달리는 상상을 많이 하는건지는 모르지만, 
그냥, 날개를 좋아했다

각설하고,
그래도 나름 잘 버티고 있구나 생각하고 있었는데
결국 오늘 일을 냈다.

5월 5일 어린이날, 새벽 2시 44분을 넘기는중.
잘하는 짓이다, 병신

솔직히 지금도 마음속으로 두개의 견해가 공존하고있다
한쪽은, " 그래도 휴일이고, 시험끝난지 얼마 안됐으니까 하루정도는 쉬어도 괜찮잖아? " 라고 말하고
그 반대쪽은, " 등신아 지금이라도 빨리 자야지 내일 공부를 할거아냐, 안그래도 요새 잠도 늘었으면서 뭐하는짓인데? " 라고 말하고있다.

누가 천사고 누가 악마인지는 확실하지가 않은것 같다. 
내 정신적 건강을 생각해주는 전자가 천사일 수 도 있고 내 미래를 챙겨주는 후자가 천사일지도 모르니 확정 지을 수 는 없다.
전자는 감성의 외침이고 후자는 이성의 외침인데, 지금의 나는 감성적이 되기로 했으므로, 이욍이면 전자를 천사라고 쳐주자.

내일이되면 아마 후회하겠지.

...아니 후회는 안할것 같다. 
일찍 잔다고 해도 좀 더 말끔한 정신으로 공부 할 수 있을것 같지는 않고, 
그냥 오늘은 아무 생각없이 글을 써야 될것같은 날이었다는 느낌이다.

괜히 감성적이고 우울할 때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생각은 진로에 대한 생각인데
이미 진로에 대한 답을 확정지었기 때문인지 오래가진 않았다.
나름 대비를 해놨다는걸까.

이렇게 글을 쓸때면 마음을 정리한다는 핑계로 글을 쓰면서 시간을 보내는데
이제는 우울함을 알아서 쫒아내고 나니, 
정말 아무 이유없이, 아무 생각없이 글을 쓰고 있다.

뜬금없지만, 좋아하는 여자아이가 있다.
그냥 갑자기 생각이 났다.
성격도 활발하고, 사교성도 좋고, 귀엽다.
예전에는 그렇게 이쁜지 몰랐는데, 요새는 그냥 보고있으면 보고만 있어도 좋다.
나는 내쪽에서 한 2~3년째 좋아하고 있는것 같은데, 모른척하고있는건지 아니면 진짜 모르는건지
눈치가 빠른애고, 또 그쪽으로는 되게 빠삭한 애다 보니까 아마 눈치를 챘어도 한 1년전에는 챘을것 같은데
그렇다고 또 관심을 주는것도 아니고, 부담스러워 하는 것도 아닌게 태도가 애매모호하다.
그냥 이대로 남았으면 좋겠다는 나름대로의 의사 표시인걸까
근데 나도 남자다 보니 이런 생각보다는 김칫국마시는 생각만 자꾸 하게된다. 
사실 내가 좀 더 티를 내주면 좋겠다던가, 뭐 그런거

근데 지금은 또 덜하다.
예전에는 진짜 하루종일 보고있으면 좋겠다거나, 혹여나 없어지기라도 한다면 못살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는데
지금은 없더라도 못살것 같지는 않다

그때는 어딘가 기댈곳이 필요했었던것 같다
아무도 곁에 없다고는 생각이 들었고, 외로웠으니까, 그랬던것 같다.

물론, 여전히 좋아한다, 보고싶고, 같이 다니고싶고, 목소리도 듣고싶다

하지만 이대로 남는것도, 괜찮을것 같다
그냥 이렇게 가끔 만나서 친구처럼, 웃고 떠들다가 그렇게 그애를 보면서 쉬는것도
괜찮을것 같다는 얘기다

이제는 그닥 우울하지 않으니까
버틸만 한것같다.

결국 3시 18분을 넘겼다
뭐 거창한걸 쓰겠다고 2시간이나 쓴건지 모르겠지만
의외로 아무생각 없이 쓴건데 머릿속이 좀 정리된 느낌이긴 하다.

이제 좀 자야지
출처 Me친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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