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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자료 6. 보건 의료
게시물ID : sisa_2293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사람향기
추천 : 10
조회수 : 256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06/07/07 17:32:12

한미 FTA가 한국 보건의료에 미칠 영향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한미 FTA는 단지 있던 시장을 서로 열어젖힌다는 것의 문제만이 아니다. 한미 FTA는 그동안 너무나 당연히 여겨졌던, 그리고 사실 너무나 당연한 여러 사회적 합의들을 무너트리고 모든 것을 상품의 논리, 자본의 논리로 재편하려 한다. 
한미 FTA는 당장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를 수입하게 만들고 고유의 문화를 지키기 위한 스크린 쿼터마저도 축소시키고 있다. 국민 생활의 기본조건으로, 또한 식량주권으로 인식되어온 농업에 대한 정책적 뒷받침을 해체하고 있다. 이것만이 아니다. 전통적으로 국가의 책임으로 인식되어 온 의료와 교육과 같은 공공서비스 분야를 한-미 FTA는 자본이 이윤을 챙기는 투자처로 변화시키려한다. 공공부문의 자본 참여는 공공적 서비스 영역에서 민간 기업이 자신의 이익을 위한 영리활동을 할 수 있도록, 사회보장이나 보건복지를 위해 국가가 시행하던 사업이나 규제를 없애는 것이다. 
의료의 영역에서도 그러하다. 의료는 인술이란 표현에서 보듯 역사적으로 항상 공공적 성격을 부여받아온 영역이다. 비록 우리 사회에서 공공 의료가 차지하는 비율은 10%로 서구의 70-80%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현실이기는 하나, 그래도 전 국민이 건강보험에 가입하고 있고 동시에 모든 의료기관이 건강보험 환자를 의무적으로 치료하도록 제도적으로 보장하여 부족하나마 의료의 공공성을 지켜내고 있다. 
그런데 한미 FTA를 통해 미국의 의료 관련 자본과 국내 자본이 결탁하여 이 구조를 해체하려 한다. 외국인 투자가 가능하기 위해선 의료기관의 영리법인화가 필요하다. DDA 협상시 의료개방의 문제는 곧 의료기관의 영리법인화 문제였고 이는 한미 FTA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처음에는 외국인에 영리법인을 허용하고 내국인에게 금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공평성의 문제로 결국 모든 의료기관의 영리법인화가 허용될 것이다. 
기업이 의료기관을 소유하는 것을 막던 장치가 풀려 의료기관이 주식회사 영리법인이 된다면 더 이상 건강보험 가입자가 보험증을 들고 의료기관을 이용할 수 없다. 또한 이와 동시에 민간 의료 보험이 확대 시행된다면 건강보험 자체가 위축되어 건강보험이 보장하던 혜택을 늘리기가 어려위지고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보장의 폭이 줄어들 것이다. 
또한 한미 FTA가 시행되면 의약품 가격을 폭등시킬 것이다. 한국에서 판매되는 의약품의 가격을 한국정부가 정하는 것이 아니라 다국적제약회사들이 자기 마음대로 가격을 정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 한-미 FTA가 우리 보건 의료에 미치는 영향을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 살펴 보자. 


I. 한미 FTA는 의료기관 영리병원화 
1. 한미 FTA는 병원을 주식회사로 만들어 의료비를 폭등시키고 건강보험을 붕괴시킬 것
현재 의료부문에 있어서 미국시장에 개방되지 않은 것은 단 하나다. 바로 영리병원 허용이다. 그런데 한미 FTA는 바로 병원의 주식회사화를 의미하는 영리병원화를 요구하고 있다.
영리병원의 허용은 한국보건의료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가 
영리법인의 허용은 곧 병원이 주식회사가 된다는 것을 뜻한다.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에 주식을 사서 이윤을 얻는 만큼 병원의 주식을 사서 이윤을 얻지 못하면 주가가 폭락을 하게 된다. 결국 병원은 이윤을 내지 못하면 망할 수밖에 없게 되고 이러한 경쟁원칙에 따라 병원은 최대이윤을 목적으로 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이렇게 되면 병원은 불필요한 진료를 늘리거나 불필요한 서비스I(병실료의 인상 등)를 늘리는 것을 통해 의료비 수입을 대폭 늘리려 할 것이다. 이것은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이 폭등하는 것을 뜻한다. 또한 영리병원은 인건비의 삭감을 통해 이윤추구를 하게 될 것이며 이는 비정규직의 증가, 노동강도 강화, 필수노동인원의 해고로 나타날 것이다. 이것은 병원노동자들에게도 재앙이지만 환자들에게는 진료질의 저하를 뜻한다. 
병원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영리병원이 허용되면 영리병원으로 전환하겠다는 병원이 국내 사립병원 중 7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내 사립병원이 전체 병원의 92%를 차지하고 공공의료기관이 8%에 불과한 한국 의료 현실에서 최소한 60% 이상이 주식회사형 기업병원으로 전환된다는 것을 뜻한다. 영리병원이 많다고 하는 미국에서조차 14%만이 영리병원이다. 그런데도 미국은 영리병원과 민간보험회사 때문에 국민의 70%가 전국민의료보험 도입을 원함에도 불구하고 OECD국가중 전국민의료보험이 없는 유일한 국가가 되었다. 그런데 한국의 경우 60% 이상이 영리병원이 된다면 그 결과는 어떻게 될 것인가.
처음에는 몇 몇 병원만 영리병원화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한 곳에 영리법인화가 허용되면 경쟁의 법칙에 의해 다른 병원들의 연쇄적인 영리법인화는 불가피하다. 이를 ‘뱀파이어 효과’라고 부르는데 영리병원이 생기면 다른 병원도 영리병원화 되거나 영리병원까지는 안가더라도 영리추구경향이 강해지는 효과를 말한다. 이는 미국이나 남미에서 많이 관찰되는 현상이다. 
영리병원이 가져올 의료비폭등은 결국 건강보험재정을 고갈시켜 보험혜택이 대폭 축소되거나 건강보험 자체를 붕괴시킨다. 이는 가상 시나리오가 아니라 미국이나 남미에서 실제 일어난 역사적 사실이다. 
이러한 결과는 민간의료보험의 확대로 귀결된다. 의료비 폭등으로 건강보험재정으로는 바닥나고 보험혜택이 줄어들면 병원이용시 본인부담이 대폭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한꺼번에 많이 드는 진료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민간의료보험에 울며겨자 먹기로 가입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런데 민간의료보험 또한 이윤을 위한 기업이기 때문에 보험료가 비쌀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공적건강보험의 경우 가입자가 100원을 내면 정부나 기업이 100을 보태고 관리비 7원이 들어 193원을 가입자가 돌려받지만 민간보험의 경우 100원을 내면 보험회사가 약 50원을 이익으로 가져가고 가입자게 돌아오는 것은 50원 뿐이다. 현재 건강보험의 보장만큼이라도 보장을 받으려면 보험료는 최소한 4배가 될 것이고 여유가 없는 대다수 서민은 민간의료보험에 가입조차 못하게 될 것이다.
부유층의 경우 보험료 부담이 크더라도 좋은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할 수 있게 되고 이렇게 되면 보험혜택에 적은 공적 건강보험에는 가입할 필요가 없게 된다. 현재 민간의료보험은 건강보험이 강제가입이고 모든 의료기관이 ‘건강보험당연지정제’ 이기 때문에 보충형에 머물고 있다. 그러나 보험혜택이 줄어들면 부유층들은 건강보험을 탈퇴하게 될 것이다. 현재 상위 12%가 건강보험에서 탈퇴하면 건강보험재정은 반으로 줄어들게 된다.
요약해서 말하면 한미 FTA로 인한 영리병원의 허용은 의료비폭등을 일으켜 건강보험재정 고갈과 보험혜책 축소를 가져오고, 이는 의료보험의 이원화(1국 2의료체계)를 가져와 소수의 부유층들은 좋은 민간보험에 가입할 수 있고 대다수 서민들은 보험혜택이 대폭 축소된 건강보험에 남아 있게 될 것이다. 

2. 영리병원과 민간의료보험에 대한 몇가지 사실들
가) 이미 병원은 영리를 추구하고 있지 않은가?
많은 사람들이 병원의 영리법인화가 문제라는 말을 하면 현재도 병원들은 영리추구를 하는데 영리법인화가 되든 안되든 무슨 문제가 더 생길 것인가라는 의문을 제기한다. 그러나 현재의 의료기관이 소유는 영리를 추구하는 자본이나 개인이지만 이를 비영리법인으로 묶어 놓은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즉 의료기관을 비영리법인으로 묶어 놓은 것은 의료가 보통의 재화와는 다른 성격을 가진 재화 즉 공공적 성격을 크게 가진다는 것을 고려한 제도이다. 의료는 그것을 수단으로 영리만을 추구했을 때 커다란 폐해가 생긴다. 모든 사람에게 주어져야 할 의료가 돈 있는 사람에게만 제공되는 모순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는 현대 민주주의가 추구하는 교육, 의료 등의 사회적 서비스를 인간의 기본 권리로 보장하는 사회와는 거리가 멀다. 이 때문에 의료는 보통의 상품과는 달라야 하고 인간의 사회적인 권리로서 인식되어야만 한다. 즉 우리나라 헌법에도 규정되어 있듯이 “국가가 국민의 보건에 대해 책임을 져야“하는 것이다. 

의료기관이 영리법인이 되면 병원도 일반 기업들과 똑같은 행태를 보이게 된다. 현재 의료기관의 목적은 어쨌든 명목상으로는 국민건강의 향상이고 이 때문에 국가의 규제를 받게 되지만 자본이 들어오게 되면 최대 목표는 이윤이 되며 투자자들의 이윤환수를 위해 끝없는 경쟁과 이윤추구에 나서게 된다.
현재 비영리법인이라는 제도 아래에서도 온갖 영리를 추구하고 있는 의료기관들이 그러한 굴레를 벗어버리면 얼마나 영리를 철저히 추구할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이는 미국에서의 영리법인과 비영리법인 의료기관의 행태의 차이를 보면 명확하다. 영리법인은 비영리법인에 비해 의료의 질은 낮은 대신에 매우 비싼 가격을 요구한다. 노동자들에 대한 구조조정이 단행되고 노동자들의 병원에서의 노동강도는 높아지며 이에 따른 병원노동, 즉 진료의 질이 떨어지는 것을 피할 수가 없다. 환자들에게나 국민들에게나 병원노동자들에게나 병원의 영리법인화는 어떻게든 막아야할 일이다.

나) 대체형 민간보험도입은 어떠한 결과를 낳는가?
영리법인이 들어서면 대체형 민간보험도입의 불가피성은 이미 말한 바 있다. 이렇게 해서 영리법인-민간의료보험이 도입되면 무슨 일이 발생할 것인가? 영리법인-민간보험을 근간으로 하는 남미의 나라들과 미국의 의료체계를 보면 그 문제를 알 수 있다. 
칠레의 경우 공적건강보험과 민간보험의 ‘1국 2의료보험 체계’로 전환한 이후 민간보험은 10% 내외의 부유층만 가입할 수 있었고 나머지 대다수 서민들은 건강보험에 남아있게 되었다. 그런데 돈을 많이 내야할 부유층이 빠져나가고 이들이 공적 건강보험의 예산 확충을 위한 국가예산지원에 관심이 없으며 민간의료보험을 운영하는 대자본이 자신들의 시장을 늘이기 위해 건강보험을 더욱 위축시키려고 하는 압력을 가해 결국 공적 건강보험은 더욱 더 보험혜택이 줄어들게 되었다. 
미국의 경우 민간의료보험이 전면화되고 공적 건강보험은 노인과 사회적 약자와 절대빈곤층에 대한 지원으로 한정되는 형태이다. 이렇게 해서 미국은 유럽이 GDP의 7-9%를 쓸 때 GDP의 14%나 되는 많은 돈을 쓰면서도 (전 세계 의료비 지출의 50%) 정작 미국은 완전히 무보험인 사람이 인구의 15%(4800만명)이고 인구의 과반수이상이 보험이 없거나 충분히 제대로 적용받지 못하는 나라가 되었다. 
영리법인화를 이야기하면서 효율적인 경영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영리법인-민간의료보험체계를 보면 효율적이라는 것은 미국이나 남미를 보면 그 의미를 잘 알 수 있다. 병원 하나하나의 효율성은 높아질 수 있다. 즉 병원 하나하나는 돈을 더 잘 벌 수 있다. 그러나 사회적으로 보면 그 효율성은 거시적인 비효율성을 초래한다. 국가적으로는 낭비를, 환자에게는 과잉진료와 겉으로는 고급이지만 실내용은 부실한 진료를 강요하게 되고 병원 노동자들에게는 노동강도 강화와 비정규직의 양산, 그리고 실업을 불러일으킬 뿐이다.

다) 싱가포르는 영리병원의 천국인가? : 정부의 싱가포르에 대한 새빨간 거짓말 
정부는 싱가포르가 영리병원이 허용되어 외국환장치를 통해 돈을 많이 벌어들이고 있다고 선전한다. 그러나 싱가포르는 우리나라와 완전히 사정이 다르다. 

첫째, 싱가포르에서는 1차 의료의 80%는 민간 개업의에 의해 제공되고 있는 반면에 비용이 많이 드는 2, 3차 병원의료의 경우 상황이 역전되어 85%가 공공부분에 의해 제공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공공의료기관비율이 9%가 안 된다. 공공병원에 대한 국고지원도 2000년에 이미 8300억원으로 우리나라에 비해 (인구비율로 보면) 1인당 지원금이 무려 60배나 된다. 이런 높은 정부 부담에 의해 포괄적 기초의료가 공공병원이나 정부의료기관에 의해 제공되고 있다. 예산면에서도 정부세출 중 보건의료예산이 우리의 경우 4000억 원 정도로 전체 일반회계 예산의 0.5%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반면에 싱가포르는 2002년에 정부예산 중 5.6%인 1조원이 보건의료에 쓰이고 있어 우리 예산의 11배 이상을 쓰고 있다. 
이 결과 싱가포르의 의료비 지출은 현재 43억불로 GDP의 3.2%를 쓰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GDP의 약 6%를 의료비로 쓰면서도 싱가포르보다 의료시스템이나 보장성이 훨씬 뒤떨어지고 있다. 

공공병원민간병원병상수8,831(74.5%)3,024 (25.5%)의료이용 점유율83.7%16.3%표 1 싱가포르의 공공병원비율 및 의료이용점유율 (2003년) 
Ministry of health of Sigapore, Health Facts 2004

둘째, 2002년 한 해 동안 20만 명 이상의 해외환자가 진단 및 치료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한 싱가포르를 방문했다. 그러나 이중 대부분이 동일 언어권이고 싱가포르와 육로로 1시간 거리인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에서 육안으로 보일만큼 좁은 해협을 사이에 둔 인접국 인도네시아 전체 해외환자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는 병원이 부족하여 싱가포르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는 사정도 존재한다. 그러나 최근 인도네시아나 말레이시아 자체에 병원들이 많이 생기면서 싱가포르의 해외환자 유치는 감소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일본과 중국의 경우 동일언어권이 아님은 물론 가깝지도 않다. 또한 중국은 이미 해이유명병원이 많이 진출해 있다. 
한마디로 싱가포르는 강력한 공공의료체계를 바탕으로 자국민을 진료하는 병원을 통해 언어사용이 같은 주변국의 해외환자를 유치하고 있는 형태의 의료허브로 한국과는 완전히 상황이 다르다. 한국에서 싱가포르를 벤치마킹하려면 공공병원비율 80%를 먼저 도입하여야 할 것이다.

3. 무엇이 대안인가?
어떤 사람은 개방이 대세이고 쇄국정책은 세계화 시대에 살아남을 수 없다고 말한다. 교육이나 의료개방과 교육 기관과 의료기관의 영리법인화가 대세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며 현실적이지도 않다. 
공공의료기관이 70% 이상이 되고 의료보장률이 70-90%가 되는 나라들에서 이미 의료는 상품이 아니며 개방의 대상이 될 수도 없기 때문에 이러한 나라들에서는 의료문제가 WTO DDA(세계무역기구 도하개발아젠다)나 FTA의 협상의제에 오르지도 않는다. 개방은 대세가 아니며 영리법인화도 대세가 아니다. 특히 의료부문에서 개방은 대세가 아닐뿐더러 오히려 공공성의 유지 및 비상업화, 비개방이 대세이다. 유독 미국과의 FTA에서만 서비스 개방, 즉 공공 서비스의 시장화와 사영화가 요구되며 한국정부가 한국의 삼성생명-삼성병원, 현대캐피탈-현대병원 등의 보험-금융자본과 병원자본의 요구를 받아들여 한-미 FTA를 빌미삼아 의료시장화, 즉 병원 영리법인 허용, 민간의료보험 확대와 공적건강보험의 축소를 요구하는 것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돈을 바라보고 하는 제한된 사람만을 대상으로 하는 고급진료가 아니라 적정한 진료를 모든 시민에 적정한 의료가 제공되는 공공의료의 강화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미 상업화된 의료를 더욱 상업화하여 최소한의 고삐조차 풀어버리자는 병원/약국의 영리법인화를 막아내야만 한다. 또한 현재 공적 건강보험보장률 50% 남짓의 쪽박조차도 깨버리자는 민간보험도입시도를 막아내야만 한다.


II. 한미 FTA와 의약품 접근권
1. 의약품 접근권을 파괴하는 한미 FTA
미국은 FTA를 통해 우리나라의 의약품정책, 의료제도를 미국식으로 바꿀 것을 요구할 것이다. 이는 미제약자본과 미보험자본이 우리의 의료제약시장에서 제한 없이 돈을 벌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미국은 우리나라에 의약품가격제도, 의약품정보 보호, 의약품의 판매승인 시에 특허를 보호할 것과 임상시험의 간소화 등을 계속 요구해 오고 있다. 
이런 요구의 핵심은 미 제약회사 의약품의 특허보호와 높은 가격을 인정받기 위한 것이다. 글리벡과 이레사의 약값이 비싼 이유도 미국이 요구한 ‘혁신적 신약의 가격결정제도’ 때문이다. 거대 다국적제약사들이 어마어마한 돈을 버는 대신 우리에게 남는 것은 약값이 너무 비싸 약도 못 쓰고 죽어가야 하는 환자의 피눈물이다. 생명에 관한 보건정책과 제도를 무역협상대상에 포함시킨다는 것 자체가 환자의 생명을 제약자본에게 넘겨주는 비인간적인 처사이다. 

미국 주도 FTA에서는 WTO를 통해 추진되는 자유화 조치들을 고스란히 포함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더욱 많은 것을 요구하고 있는데 미국이 FTA에서 의약품에 대해 얻고자하는 주요 사항은 다음과 같다. 

① 지적재산권자와 외국투자자를 보호하기위한 미국정부의 의무를 FTA를 통해 더욱 강화하고, 투자자(지재권자)의 지위를 공고히 해야 한다. 
② TRIPS보다 지적재산권이 강화되고, 이를 국가(미국)가 책임지고 잘 이행해야 한다. 
③ 지재권을 제한하고 사유재산에 대한 공공적 혹은 국가적 발전의 균형을 이루기 위한 국내개혁과 국내산업화를 촉진하는 (한국의)유연성은 억제한다. 
④ 미국의 기준 혹은 미국법 이상의 기준으로 한국의 국내법 변화를 요구한다. 

이를 위해 크게 두 가지의 방향으로 FTA를 진행시키려 하고 있다. 
첫번째, 지적재산권 강화(TRIPs Plus)를 통해 각국에서 의약품을 적정한 가격에 골고루 공급하기 위한 노력들을 차단하는 것이다. 특허기간의 확대, 강제실시의 제한, 병행수입 금지, 특허대상 확대, 식품의약품안전청과 같은 국가의약품통제기구에 특허를 강화시키는 권력을 부여하고, 지적재산권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의무와 다양한 보호, 특허범죄에 대한 민사, 형사처벌 강화 등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두번째는 각 정부의 주권이자 무역협상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되는 의약품(식품)의 가격정책, 판매승인, 관리제도에 대한 수정을 요구하고 FTA협상 대상으로 삼는 것이다. 세계무역기구(WTO)와 미국법보다 더 강력한 지적재산권 보호를 요구하면서 의약품접근권을 파괴하는 것뿐만 아니라 미 제약산업에 있어서 무역장벽이라고 인식되는 것을 붕괴시키기 위한 다양한 요구를 하고 있다.
브라질의 경우는 제네릭(카피)의약품 사용 활성화를 제한하는 방식을 통해 ‘에이즈무상공급프로그램’의 붕괴를, 호주는 의약품 등재, 가격결정과정에 있어서 미제약사의 권리를 강화하는 방식을 통해 ‘의약품급여제도(PBS)’의 원리를 파괴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2. 미국의 FTA는 각국의 의약품 정책을 어떻게 바꾸려고 하는가
첫째, 지적재산권(특허권) 강화는 여러 방면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첫째는 regulatory delay에 대한 보상을 위해 특허기간의 확대를 요구하는 것이다. 미주도 FTA에서는 특허허여일(data of grant)로부터 최소 20년간 특허보호를 요구하고 있어 결과적으로 TRIPS보다 3~5년간 특허기간을 확대하고 있다. 특허를 수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합리한 지연에 대해 보상을 위해 특허기간을 확대해야한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의약품의 경우 판매승인과정에서의 지연에 대한 보상까지 요구함으로써 특허기간이 더 확대될 수 있다.(미-싱가폴 FTA, CAFTA)

둘째, 강제실시의 조건과 범위, 필요성에 대한 판단은 각 국가의 주권임을 부정하고, 사적 부문이 강제실시를 사용하는 것을 거의 금지하고 있다. 미 주도 FTA는 공공의 비상업적 목적 혹은 공표된 국가의 비상사태 혹은 급박한 응급상황에 대해서만 정부의 요구에 따라 강제실시가 허여되어 정부 혹은 정부를 대신하는 제 3자에 의해 생산, 사용, 수입만 인정하고, 사적부문이 강제실시를 사용할 수 있는 조건은 거의 없으며, 강제실시로 인한 생산품을 판매하거나 수출할 수 없게 하고 있다. 
한미 FTA는 과도한 가격과 같은 특허남용을 개선하기위한, 그리고 필수의약품 접근을 증가시키기 위한, 사적부문에서의 경쟁을 촉진하기위한 강제실시의 가능성을 차단할 것이다. 더 나아가 미 주도 FTA에서 비상사태로 강제실시를 제한하는 것은 각 체결국으로 하여금 TRIPS협정에서 강제실시의 조건을 오로지 국가적 비상사태나 다른 급박한 긴급사태로 축소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고, 도하선언문을 채택하기까지의 개도국의 노력을 무로 돌리게 될 것이다. 

셋째, 5년간 의약품 정보의 ‘배타적 권리’를 보장하여 특허출원 후 5년간 강제실시를 불가능하게 하고 있다. TRIPS협정에서는 ‘미공개된’ 의약품 시험정보를 ‘불공정한 상업적 목적’에 대항하여 보호 할 것을 요구하지만 ‘배타적 권리’에 대한 언급은 없음. 즉, 다음과 같은 유연성을 활용할 수 있다. 이러한 유연성은 완전히 무효화될 수 있다. 
미주도 FTA에서는 특허권자의 동의가 없다면 ‘모든 새로운 의약품‘에 대해 승인된 날짜로부터 최소 5년, 농화학물질에 대해 10년 동안 제3자에 의해 시험 정보(regulatory data)가 사용되는 것을 금지한다. 현재는 물질승인에 대해 정부가 인정한 안전성과 유효성에 관한 시험 정보는 공공정보로 취급하고 있다. 
따라서 그것은 제네릭 생산자로 하여금 그들의 생산품 승인을 준비하는데 그 정보를 사용하도록 허락한다.(FTAA는 의약품과 농화학물질에 둘 다 5년의 정보 배타권을 두고 있다) CAFTA의 경우 브랜드 의약품이 세계 어느 곳에서 판매승인 되더라도 브랜드제약사에게 5년간의 정보 배타권을 보장해야한다. 이는 최소 5년에서 최대 몇 십 년의 배타권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한다. 

넷째, 병행수입을 금지하고 있다. TRIPS협정 제 6조 ‘이 협정의 어떠한 규정도 지적재산권의 소진문제를 다루기 위하여 사용되지 아니한다.’에 따라 병행수입이 허용된다. 그러나 미.모로코FTA는 의약품의 병행수입 혹은 재수입을 금지하고 있다. 미.싱가폴FTA는 ‘권리소진’에 대한 조항을 갖지 않는다. 또한 "싱가폴이 제조자의 허락없이 특허의약품의 병행수입을 허락하기위해 물질동일성, 안전성, 양, 제조 행위, 건강과 안전에 관련된 다른 관련요건을 입증하기위한 적당한 규제나 입법을 해야 할 것이다“라고 제한을 두고 있다.

다섯째, 특허대상을 확대하려하고 있다. TRIPS 27.3(b)항은 식물과 동물, 식물이나 동물의 생물학적 생산과정을 특허대상에서 제외하도록 허용하지만, 특허 또는 sui generis system(효과적인 독자적 제도)이나 양자의 혼합을 통해 식물변종의 보호를 규정한다. 그러나 미주도 FTA는 TRIPS 27.3(b)항을 포함하지 않거나, UPOV(식물변종의 보호를 위한 국제협약)에 가입하도록 강제함으로써, 혹은 effective sui generis system(효과적인 독자적 제도)는 오로지 UPOV 1991가 되어야한다고 명시함으로써 식물변종에 대한 특허가능성을 두고 있다. (OECD국가들 특히 미국과 유럽연합과 호주는 ‘effective sui generis system은 오로지 UPOV 1991이다.’라고 말해왔다.)
또한 각국의 고유한 의약품전달체계, 의약품가격정책, 식품정책등 보건정책마저 FTA협상수단으로 삼아 무역협정에서 협상대상이 되어서는 안되는 사회적 평등 정책과 생명에 관한 보건정책을 FTA협상 대상으로 하여 국민의 건강권을 위협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미호주FTA를 통한 호주의약품급여제도(PBS)를 약화시킨 것을 들 수 있다. 미제약협회는 호주의약품급여제도(PBS)가 지적재산권을 파괴하고, ‘혁신’을 평가절하하고, 신약개발에 대한 투자를 단념시킨다고 주장하면서 미무역법을 통해 호주를 ‘감시대상국’으로 지정할 것을 요구하며(2003) 압박을 가했다.
구체적으로 1)등재방식, 의약품급여자문위원회(PBAC)의 변화, 2)가격제도, 의약품가격기구(PBPA)의 변화 3)비용효과성 분석의 수정을 요구해왔다. 즉, 특허의약품일지라도 제약회사 맘대로 가격을 높게 책정할 수 없고, 기존의약품보다 효과가 뛰어나지 않으면 등재되지 않기 때문에 호주의약품급여제도(PBS)가 신약의 시장진입을 차단하고, 지적재산 보호를 파괴하며, 신약 개발에 대한 투자를 억제시킨다는 것이다.
미제약협회는 이러한 요구를 미호주FTA에 포함시키기 위해 호주의약품급여제도(PBS)를 협상대상으로 삼아야한다고 주장했고 이를 관철시켰다. 호주 보건장관 토니 애보트는 호주의약품급여제도(PBS)는 무역이슈가 아니고 협상의 부분조차 되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으나, 호주 하워드Howard정부는 의약품 비용에 대한 정부의 부담을 줄이는 대신 환자의 부담을 늘리기를 바라기 때문에 호주의약품급여제도(PBS)를 미-호주 FTA협상대상에 포함시켰다.
미-호주 FTA는 호주에서 의약품 등재에 관한 미제약사의 권한을 강화시키고, 미제약사의 비싼 의약품소비를 촉진시키며, 의약품워킹그룹을 통해 미제약사의 이익을 지속적으로 요구할 수 있도록 한다. 필연적으로 미제약사는 높은 가격으로 자사의 의약품을 등재시킬 것이고, 평등한 의약품 접근권은 파괴될 것이다.
게다가 의약품에 관한 조항이 아닐지라도, 미-호주 FTA17조(지적재산권)조항은 비용효과적인 제네릭 의약품의 도입을 지연시키도록 호주특허법의 변화를 요구한다. 미국은 스스로 ‘미-호주 FTA협상은 국제적으로 의약품가격을 상승시키기 위한 시작이다’라고 노골적으로 밝히고 있다

3. 한-미 FTA는 한국 의약품정책을 어떻게 변화시키려하는가?
미국의 우리나라의 의약품 정책에 대해 한국의 지적재산권 보호수준, 약가정책, 의약품 정보보호 등에 대해 수정을 요구하고 압력을 가하고 있다. 우리에게 요구하는 통상현안은 크게 환자 및 의사접근 제한에 관한 사항으로 처방/ 의료수가 지침과 제품 가격 책정(혁신적인 신제품에 대한 A7 가격책정, 실거래가제/ 최저거래가제, 3년마다 실시하는 가격책정, pharmaco-economics에 관한 것) 등이다.
기타현안으로는 품목허가 소유권(및 톨제도), 국가간 실험(cross border testing), 임상실험의 조화, 정보 보호 및 지적재산권 문제, 원료의약품 등록제도(Drug Master File) 등이다. 이상의 내용에서 ‘혁신성’에 대해 명확한 정의를 하여 더 많은 외국제약사의 오리지널 의약품이 선진7개국(A7)평균가의 적용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 가격정책을 약가인하를 위해 사용하지 말 것, 외국제약사에게 한국시장이 매력적일 수 있도록 임상실험의 간소화, 의약품 정보 보호, 지적재산권 강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첫째는 의약품 가격정책 및 제도에 대한 압력으로 선진7개국 평균가, 실거래가제, 최저거래가제, 참조가격제, 상환가이드라인, 3년제 약가재결정 제도 등에 대하여 미 제약사 의약품의 혁신성에 대해 차별적으로 인정해줄 것과, 미국과의 합의하에 한국의 의약품가격정책을 변화시킬 것을 요구하고 있다. 

둘째는 의약품 정보보호에 대한 압력으로 2002년 3월, 미국과 한국은 판매승인을 위해 제출된 시험정보의 불공정한 상업적 사용에 대항하는 완전보호를 제공하기위하여 한국의 의무와 관련된 문제를 TRIPS협정 39.3항에 의해 요구되는 바에 따라 결정했다. (미 무역장벽보고서 2003)

셋째, 의약품 판매승인에 대한 압력으로 임상시험, 제출해야 할 자료 등 판매승인절차가 미 제약사의 한국시장 접근을 가로 막고 있기 때문에 간소화(혹은 폐지)해야 한다는 점, 판매승인요건으로 안전성과 유효성 등외에 특허권 침해여부를 판단할 것, 의약품판매승인기구에 특허집행기능 강요하고 임상실험 간소화를 요구하고 있다. 

넷째, 의약품 정책 생산에 대한 압력으로 외국제약자본의 요구와 이해를 반영하기위해 ‘보건의료개혁워킹그룹’설립과 한국정부가 의약품 정책 생산을 할 때 미국과 미제약사와의 합의하에 미국과의 일치를 요구하고 있다.

4. 결론
이와 같이 살펴 본대로 한-미 FTA가 체결되면 민중의 의약품 접근권은 크게 제약된다. 
먼저 다국적제약회사가 국내 제약시장을 장악하게 된다. 국내제약산업의 타격은 불을 보듯 뻔하다. GMP를 준수하는 국내 제약업체 중 미국과 일본 수준에 부합하는 시설을 갖춘 곳은 30개사에 불과한 상황에서 한미간 FTA에서 GMP에 대한 합의가 있다하더라도 대미 수출증가 효과는 거의 없는 반면 무차별적인 다국적사의 의약품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다국적제약사의 약가압력설을 주장해 파문을 일으킨 바 있는 이태복 전 복지부 장관도 "한미FTA가 체결되면 2010년경 국내 제약시장의 70%를 다국적사가 장악할 것"이라 말했다. 이 전 장관은 "한국은 현재 50% 정도 (다국적제약사가) 장악하고 있는데, 이것도 의약분업 후 불과 몇 년 사이에 급격하게 늘어난 수치"라며 "2010년 정도 되면 약 70% 이상의 시장 장악이 이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한미 FTA 본격추진시 예상되는 변화는 보험약가 산정과 약가재평가, 대체조제, 참조가격제 등 시행제도에 대한 제동 및 의약품 허가 유통 관련 규정 등이 미국의 의도대로 되고, 전반적으로 다국적사들이 보유한 오리지널 의약품의 지적 재산권 방어 및 높은 약가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전개될 것이다.
결국 FTA의 현안중 하나인 의약품가격 문제는 외국 제약회사 약값을 한국정부가 결정하지 못하고 미국을 비롯한 다국적 제약회사가 정하는 대로 가격을 지불해주는 방향으로 한국의 의약품가격제도를 바꾸는 문제이다. 이는 건강보험재정의 낭비이며 의약품주권을 포기하는 행위이다. 이로 인해 '제네릭 의약품' 생산을 위주로 하는 국내 군소업체들의 타격이 예상된다.
그리고 이는 다시 국내 보험약가에도 영향을 미쳐 국민들의 의약품비용 지출을 증가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미호주FTA에서 보듯이 각국의 고유한 의약품전달체계, 의약품가격정책 등이 무너져 동일한 효과에 더 저렴한 약을 쓰지 못하고 강요된 비싼 약을 써야 하는 현실이 우리에게 올 것이며, 이는 의료비의 급증을 몰고 와 어렵게 지켜온 우리의 공보험 체계의 약화를 초래할 것이다.

세계의약품 시장에서 가장 큰 시장을 점유하고 있는 미국은 제약자본의 입장을 가장 잘 반영해왔다. 미국은 WTO협상과정에서 지적재산권과 공중보건의 문제에 관하여 가장 비협조적이었고, 미통상법(스페 셜301조)를 이용하여 지속적으로 50여 개 국의 의약품관련 제도와 정책을 감시하고 지적재산권을 강화시켜왔다. 
더 나아가 미국은 TRIPS(무역관련 지적재산권 협정)나 UPOV(식물변종의 보호를 위한 국제협약)같은 기존의 다자주의 협정을 통합정리하고 WIPO(세계지적재산기구)의 새로운 협정과 같은, 미래의 지적재산권 관련 협정에서 미국의 협상지위를 강화하도록 FTA를 활용할 것이 분명하다. 
결론적으로 미국은 미제약자본과 미보험자본이 각국의 의료시장에서 제한 없이 돈을 벌 수 있도록, WTO TRIPS를 이용하는 것보다 훨씬 더 손쉽게 FTA를 통해 각국의 특허법과 의약품, 의료제도를 미국식으로 바꾸려 하고 있다. 광범위하고 공세적인 미국의 FTA협상은 국내 제약산업의 붕괴와 약가 상승으로 민중들의 의약품 접근권에 파괴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미국이 원하는 대로 FTA가 체결된다면 강력한 특허권이 제약자본에게 보장되고 그만큼 우리의 건강권은 제약자본에게 종속되어 민중들의 의약품 접근권을 위한 돌파구가 전면 차단될 것이다. FTA는 약을 눈앞에 두고도 죽어가는 환자들을 위해 국가 차원이나 사회적으로 책임지는 것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들 수 있다. FTA는 TRIPS보다 훨씬 더 빠르고 깊숙하게 우리 건강권에 대해 숨통을 죄어올 것이다. 우리 민중들의 의약품 접근권을 파괴하는 한미 FTA를 반드시 막아내야 한다.


III. 한-미 FTA와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 수입
한국정부는 1월 13일 미국에서 작년 8월 광우병에 걸린 소가 발견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재개하기로 결정하였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금지가 한미FTA 체결에 장애물이기 때문이며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다는 것이 정부의 주장이었다. 지난 2006년 1월 20일 일본정부는 미국에서 수입한 쇠고기에서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을 발견, 재개되었던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전면 중단하였다. 또한 같은 24일 캐나다에서 광우병 소가 발견되어 한국정부와 캐나다의 쇠고기 수입재개협상이 중단되었다. 사태가 이러함에도 한국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방침에 전혀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한국정부의 이러한 태도는 미국정부의 압력에 국민의 생명을 포기하는 것으로 절대로 용인될 수 없다. 

첫째, 되먹이 동물(반추동물)로 만든 사료를 소에게 먹이지 못하게 했고, 생후 30개월이 안 된 소에서 내장·등뼈 등의 특정위험물질을 제거한 쇠고기는 ‘먹었을 때 광우병에 걸린다는 확실한 증거가 없다’는 국제수역사무국(OIE) 규정은 광우병 위험을 근본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규정이 아니다. 한국정부는 이 규정보다 더 엄격하게 모든 뼈를 제거하기로 했다고 밝혔으나 문제는 국제수역사무국 규정 자체에 있다.
소 사료로 되먹이 동물만 금지하면 된다고 규정한 것부터가 비과학적이다. 세계보건기구는 “광우병 예방방법은 소에 대한 동물성 사료 전면금지”를 공식적으로 권고하였다(광우병 위협에 대한 이해, Understanding of BSE Threat, 2002. 6). 되먹이 동물이 아닌 돼지나 가금류(닭, 오리)의 사료로 버려지는 소의 ‘살코기와 뼈를 갈아 만든 사료(Meats and Bone Meal, MBM)’ 가 사용되는 이상 유럽에서의 규정처럼 ‘모든 농장 동물에 대한 동물성 사료 금지’ 만이 광우병 위험을 먹이사슬에서 완전히 배제할 수 있다는 규정이다. 
여기서 확인해야 할 것은 공장식 축산방법으로 사육되는 소는 ‘채식동물’이 아니라는 것이다. 광우병은 소가 소나 되먹이 동물의 버려지는 ‘살코기와 뼈를 갈아 만든 사료’를 먹고 자라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장식 축산방법으로 사육되는 소들은 빠르게 살을 찌우기 위해 ‘육식동물’이 되었다. 유럽에서는 광우병 발생이후 소에게 동물성 사료가 금지되었으나 미국에서는 동물성 사료를 현재에도 소의 사료로 사용하고 있다. 다만 되먹이 동물 사료만 금지되었을 뿐이다. 그러나 앞서 지적했듯이 돼지와 가금류가 소를 먹고, 소가 다시 그 돼지와 가금류를 사료로 먹게 되면 광우병의 위험이 제거될 수 없다. 현재 국제수역사무국은 세계보건기구의 광우별 위험제거 지침을 거부하고 있다. 미국의 거대 축산자본에 손해가 되기 때문이다.

둘째, 국제수역사무국의 30개월 규정도 확실한 광우병 대책은 되지 못한다. 특히 미국의 검역시스템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유럽에서는 소를 도살할 때 소의 나이를 떠나 모든 소를 조사하는 반면 미국은 30개월 미만의 송아지는 광우병 조사를 하지 않는다. 소의 광우병의 잠복기는 대체로 4년에서 5년이다. 한국에 수입되는 미국산 쇠고기는 광우병에 걸렸는지 안 걸렸는지는 알 수 없는 상태로 수입되는 것이다. 또한 한국에서 별도의 광우병 조사가 제대로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다.

셋째, 소의 광우병 특정 위험물질(Specified Risk Material, SRM)인 뇌수, 등뼈, 내장 등이 제거된 소의 살코기는 광우병에서 안전하다는 국제수역기구의 규정도 확실한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다. 광우병에 걸린 인간의 ‘근육’에서 광우병의 원인물질인 프리온이 나왔다는 논문이 미국 최고권위의 의학저널 뉴 잉글랜드 의학저널(NEJM)에 실렸다. 최근 월 스트리트 저널에서는 소의 살코기에서도 광우별 원인물질이 발견되었다는 기사가 보도된 바 있다. 

넷째, 최근 일본에서의 수입재금지사태는 미국의 검역시스템이 이 불안전한 국제수역기구의 규정조차 제대로 지킬 수 없음을 확인시켜 주었다. .일본에서 문제가 된 소는 과우병 특정 위험물질인 등뼈가 불어있음은 물론 일본정부가 미국정부와 협약한 20개월 미만의 소가 아니라 30개월짜리 소의 고기로 밝혀졌다. 일본에서 문제가 된 미국산 쇠고기는 뉴욕에 있는 '아틀란틱 빌&람'이 수출한 것으로 이 업체에는 미국 정부 검사관이 상주하고 있으며 이번에 수입된 쇠고기에도 검사필 증명서가 붙어있었다. 이는 미국 정부의 쇠고기검사과정을 전혀 믿을 수 없다는 뜻이다. 

광우병의 예방지침으로는 '소의 동물성 사료 사용금지, 검역 및 검사기준의 강화, 도축과정에서 살코기와 뇌수나 내장 등이 섞이지 않도록 할 것, 소 혈장 성분 인공분유로 송아지 사육 금지' 이 있다. 유럽에서는 이 지침이 지켜지고 있다. 그러나 미 축산업계는 이 조건을 하나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동물성 사료가 여전히 사용되고 송아지가 소의 피가 섞인 인공분유로 사육되고 있다. 
 
또한 한국정부가 캐나다와는 광우병 소 발생을 이유로 캐나다 소 수입재개협상을 중단하면서 미국산 소 수입은 그대로 추진한다는 것은 전혀 앞뒤가 안 맞는 처사다. 우선 미국최초의 광우병 소가 캐나다산이었던 것에서 드러나듯이, 캐나다의 소와 미국 북부지역의 소는 사실상 구분되지 않는다. 캐나다 소의 미국 수입금지는 미국 최초의 광우병 소 발생 시기인 2003년 6월 이후 2003년 12월에 이루어졌다. 이 시기전에 도입된 캐나다 산 송아지는 아직 30개월이 되지 않았다. 또한 한국정부는 캐나다와의 수입협상재개를 중단하는 이유로 '이번 광우병 소가 캐나다에서의 동물성 사료금지이후 첫 번째 광우병 소'라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그러나 미국은 동물성 사료를 금지하지도 않고 있으며 작년 6월 발생한 광우병 소는 캐나다산이 아닌 미국산 소이다. 이번 캐나다와의 수입협상재개중단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가 얼마나 불합리한지를 잘 보여주는 조치일 뿐이다. 

우리는 벼랑끝까지 몰린 한국농업상황에서 이제 미국산 쇠고기까지 수입하여 농민들을 사지로 내모는 정부당국의 농업정책에 반대한다. 대규모 농업보조금을 받는 미국축산업계로부터 한국의 축산농의 생계를 지키는 정책은 미국산 쇠고기를 무조건 수입하는 일이 아니다. 이제 쌀 농사를 실패산업으로 규정한 현 정부는 한국의 축산농업조차 실패산업으로 규정하여 식량주권을 완전히 포기하는 폭거를 자행하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재개한 나라가 과연 어떠한 나라들인가? 멕시코, 대만 등의 미국에 대한 종속도가 가장 높은 나라이거나 일본 등 이미 광우병이 발생한 나라들이다. 뉴질랜드, 호주, 유럽등 대다수 OECD 국가들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금지 조치를 국민건강 보호정책으로 양보할 사항이 아니라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호주 뉴질랜드 등의 대체수입국이 존재하며 다른 나라의 수입금지 조치를 보더라도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해야 할 필연적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다. 더욱이 한국은 광우병 청정지역이다. 
일본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재중단되고 캐나다에서 광우병 소가 또 발견된 이 시점에조차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을 강행하는 것은 한국정부가 자신의 가장 기본적인 책무인 국민의 생명과 건강의 보호를 완전히 포기하는 행위로 밖에 볼 수밖에 없다. 

인도의 핵물리학자이자 환경운동가 반다나 시바의 말을 빌면 “세계무역기구 농업협정은 카길협정”이다. 미국 최대 곡물다국적기업 카길사의 부회장이었던 댄 암스투츠가 작성한 협정 초안이 그대로 통과되었기 때문이다. 세계무역기구의 수역검역협정(SPS)이나 국제수역사무국 규정도 미국 거대 축산기업의 이해를그대로 반영했다. ‘안전하지 않다는 확실한 근거가 없는’ 곡물이나 육류의 수입 거부는 ‘무역장벽’이고 ‘제재 대상’이라는 게 이들 협정의 원칙이다. 그러나 인체에 안전하다는 확실한 근거가 없을 때는 금지하라는 것이 의학에서의 ‘신중의 법칙’이다. 
유럽연합은 미국소에 성장 호르몬이 쓰이고 있다며 수입을 거부했고, 무역 제재를 받았으나 차라리 벌금을 내겠다고 버티고 있다. 그런데 한국 정부는 앞장서서 “미국산 쇠고기는 안전하다”고 말한다. 한국 정부에게 쇠고기 수입 문제는 몇몇 재벌에게 이익이 된다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방해하는 장애물일 뿐이다. 그러나 정부의 첫째 의무는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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