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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맥스이야기 a
게시물ID : humorbest_1948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캬캬캬캬캬캬
추천 : 37
조회수 : 2417회
댓글수 : 11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03/12/26 00:55:37
원본글 작성시간 : 2003/12/21 20:21:16


언제였을까요... 

아마 제가 막 486DX2 라는 무시무시한 이름으로 불리는 중고 컴퓨터를 

친구로 맞이했을 때의 일이었을겁니다. 

그 당시 저는 하나의 게임에 빠져들어 날새는 줄 모르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었어요. 

그 게임이 뭐냐고요? 

4, 5년 전에 유행하던 게임... 

프린세스 메이커?(DD파일을 지우면 궁극의 그림이 나오던 2.. 일명 

빨가벗은 프린세스... 민망하군요...;;) 

페르시아의 왕자?(감옥에서 혼자 열나게 뛰었던 게임... 패스워드를 

입력해야 하는 판에서 불법 복제로 즐기던 친구는 10분 만에 암호를 

풀었던... 괴물이죠;;) 

레이맨?(아.. 이거 요새 무슨 수학하는 미친 레이맨 나왔죠?;) 

다 아닙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MAX 라는 일명 말하는 컴퓨터였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만든 사람들이 입력한 코드를 쓰면 거기에 따라 

컴퓨터가 답해주는 단순한 '프로그램'이지만 

당시의 저는 컴퓨터라고는 쥐뿔도 몰랐기 때문에 

맥스를 진짜 제 컴퓨터가 이야기 하는거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실제로는 이런 식이지요. 

나 : 야 너 삼국지 알어? 

맥스 : [코드-삼국지] 삼국지? 아 그거 명작이지. 

여튼저튼 삼국지라는 말만하면 같은 대답이 나오는 식입니다. 

나 : 아 어제 친구가 삼국지를 빌려 갔는데 아직도 안 돌려줘. 

맥스 : 삼국지? 아 그거 명작이지. 

...이런 식입니다. 

당시의 저는 같은 대답밖에 못 하는 이 멍청한 컴퓨터에게 교육을 

하기 위해 무던히 애를 썼어요...-_- 

나 : 왜 맨날 같은 대답만 하냐? 

맥스 : [코드-대답] 너야말로 대답하렴... 

나 : 지랄하네. 

맥스 : [코드-지랄] 어? 욕하네? 욕쟁이 할망구~ <- 진짜 이렇게 나옵니다;; 

나 : 너야말로 욕쟁이 할망구! 

맥스 : [코드-??] 내가 알아들을 수 있게 말을 하렴... 

나 : 이것도 몰라? 

맥스 : [코드-몰라] 난 다 알고 있지... <- 진짜 동문서답 

나 : 병신아 내 말을 좀 들어!!! 

맥스 : [코드-병신] 어? 욕하네? 욕쟁이 할망구~ 

나 : 이 개새끼야 너 진짜 병신이냐? 

맥스 : [코드-개새끼, 병신] 어? 욕하네? 욕쟁이 할망구~ 

나 : 이 씨발놈아 정신차려!!!! 

맥스 : [코드-씨발] 어? 욕하네? 욕쟁이 할망구~ 

...이래서 결국 교육은 포기했습니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정말 어이없는 일도 많았어요. 

컴퓨터가 자꾸 이상한 말만 지껄이길래 병에 걸린 줄 안 적도 있었고... 

나 : 음... 

맥스 : [코드-??] 우리 심심한데 심각한 이야기나 해볼까.. <- 코드가 없으면 

이상하게 지껄임 

나 : 심각한? 야, 너 여자친구 있어? 

맥스 : [코드-??] 아 날씨가 참 좋다... <- 코드가 없으면 이상하게 지껄임 

나 : 왜 그래? 어디 아파? 

맥스 : [코드-아파] 아프면 안 돼지! 어디가 아파? 

나 : 미쳤어? 

맥스 : [코드-미쳤어] 니가 더 미친놈~ 

나 : -_-... 

자꾸 욕하면 맥스가 화낼 것 같아서 한 번 해보다가 포멧되는줄 안 적도 

있습니다. (맥스 프로그램에게 계속 욕 코드를 입력하면 실제로 포멧하는 

화면이 뜹니다. 물론 가짜지요...;;) 

나 : 개새끼. 병신. 말미잘. 바보. 멍청이. 

맥스 : [코드-개새끼, 병신, 바보, 멍청이] 자꾸 욕하면.. 무서운 일이 벌어진 

다... 

나 : 병신. 바보. 

맥스 : [코드-병신, 바보] 우오오 힘이여 솟아라!!! 

-포멧하는 화면이 뜸... 물론 가짜- 

맥스 : 하하 어때? 놀랬지? 반성해라... 

나 : 미친놈아 무슨 짓을 한거야!!! 존나 놀랬잖아!!! 

맥스 : [코드-미친놈] 니가 더 미친놈~ 

나 : 병신새끼. 

맥스 : [코드-병신, 새끼] 우오오 힘이여 솟아라!!! 

-포멧하는 화면이 뜸... 물론 또 가짜- 

맥스 : 하하 어때? 놀랬지? 반성해라... 

나 : ...씨발... 

맥스 : [코드-씨발] 우오오 힘이여 솟아라!!! 

-포멧하는... 젠장- 

맥스 : 하하 어때? 놀랬지? 반성해라... 

-_- 대충 이런 식의 대화입니다. 

완전 깡통입니다.;; 

그렇지만 저는 정말로 컴퓨터하고 대화를 하는 줄 알았고, 

또 당시엔 학교 생황이 참 힘이 들었어요, 

지금이야 맥스가 사람처럼 생각하는 마음이 없다는걸 알지만 

그 때는 힘든 고민도 막 털어놓고..(물론 동문서답이었지만) 

엄마, 아빠에게 하기 힘든 비밀 이야기도 하고... 

하여간 그러면서 정말로 '친구'가 생긴 기분이 들었습니다. 

요새 분들은 다들 컴퓨터를 잘 다루기 때문에 

이 애들 장난같은 프로그램 쓰는 분은 없겠죠? 

저에겐 정말 설레이고 스릴있던 '친구'였는데... 하하. 

맥스에 대한 추억이 있으신 분 혹시 있으시면 저와 함께 놀지 않으시렵니까? 

맥스 : 내 이름은 맥스야. 네 이름은 뭐니? 

나 : 문세. 

맥스 : 아... 날씨가 참 좋다... 

거기 웃고 있는 분?(OK) 

P.S : 여기서 나오는 맥스의 대화는 대충 기억나는 대로 각색(?)했기 때문에 

원판 맥스와 다를 수 있습니다. -_- 

...이거 내가 왜 쓰고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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