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은 옳은걸까, 미키야」
갑자기, 시키는 그런 것을 물어왔다.
「……응, 어떨까. 예를 들면 내가 엄청난 레트로 바이러스에 감염되어서,
살아있기만 해도 도쿄의 모든 시민들이 죽어버린다고 하자.
내가 죽어서 모두를 구할 수 있다고 하면 나는 아마 자살할거야」
「뭐야, 그건. 그런 말도 안 되는 이야기는 예가 될 수 없어」
「괜찮으니까 계속 들어봐. 하지만, 그것은 내가 약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도쿄 시민 전부를 적으로 돌리고서 살아가겠다는 배짱이 없으니까, 자살하는 거야.
그쪽이 편하잖아? 일시적인 용기와, 영구히 지속되지 않으면 안 되는 용기.
어느 쪽이 고통스러운가는 말 안 해도 알겠지.
딴 얘기지만, 죽음은 달콤하다고 생각해.
그것이 어떤 결단 하에 있더라도 말야.
하지만, 당사자로서는 어찌할 수 없을 정도로 도망치고 싶을 때가 있겠지.
그것은 부정할 수 없고, 반론도 할 수 없어. 왜냐하면 나도 약한 인간이니까」
신세기 에반게리온을 다 보고 공의 경계의 이 장면이 떠올랐는데
세상이 두려우니 자살하고 싶지만, 그 자살조차 시도할 용기가 없는 소년이 신지라는 생각이 들어서
더 안쓰럽고 그랬던 기억이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