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전 자취를 시작하면서 키우기 시작한 샴고양이 미옹이가 오늘 고양이별로 돌아갔습니다. 10여년의 짧은 시간을 보내고 한 숨을 한 번 내쉬고는 떠났네요.
힘들고 지칠때 언제나 힘을 주던 녀석이었습니다. 퇴근하고 돌아오면 제 어깨위로 뛰어올라와 머리를 핥아주며 격려해주곤 했어요.
아이가 둘 태어나면서 장모님께서 키우겠노라고 데려가셨습니다. 장모님도 고양이를 정말 사랑하셔서 많이 사랑해주셨어요. 30평짜리 당신의 게스트하우스를 통째로 비워서 고양이 전용 별장으로 주시고 여름 내내 24시간 에어컨을 틀어주실 정도로 자식처럼 생각하셨어요.
오늘 처가에 일이 있어서 들렀는 데 어제까지 멀쩡하던 녀석이 갑자기 힘이 빠져서 반가운 기색도 없더군요. 병원에 데려가보니 더위를 먹은듯 하다며 주사와 약물 처방을 해주었어요. 돌아올때까지 기력이 없었지만 곧 회복하겠지 싶었는데 집에 돌아오고 잠시 있으니까 장모님께서 우시면서 전화를 하셨네요.
떠나는 모습을 보지 못해서 너무 미안하고, 마지막으로 얼굴을 한번이라도 더 보여준 것 같아서 고맙기도 합니다.
자기보다 작은 고양이들을 항상 보호해주고 간식도 양보하고 새끼고양이들이 대소변볼때는 옆에서 지키고 있다가 뒷처리까지 해주던 정말 정 많은 녀석이었습니다.
장모님께서 앞마당 양지바른 곳에 묻어주겠다고 하시네요.
고양이별에서는 좋아하던 간식 마음껏 먹고 캣타워에서 신나게 뛰어내리고 먼저 간 엄마도 만나서 응석도 부리면서 행복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