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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바둑史 (브금)
게시물ID : sports_5080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rlfl
추천 : 26
조회수 : 2035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1/09/06 22:08:15
1953년 3월 10일 전남 목포. 천재가 태어났다. 나이 지긋한 어른들 틈에서 물끄러미 바둑판을 처다보던 한 아이. 4살쯤 되었을까? 바둑판은 어지럽게 진행되고 한참을 고심하던 한수를 놓으려던 순간 아이는 외쳤다. "아부지 거기 놓으면 안되라우" 한번도 바둑을 둬본적 없고 오직 어른들의 바둑을 옆에서 지켜만 보던 한 소년의 외침에 어른들은 그저 신기할 따름 이었다. 바둑이 끝나고 복기를 해보니 아이가 지적한 수가 패착. "저 아이가 수를 제대로 읽은 거 아닐까요?" "이제 겨우 네살짜리가 뭘 알겠어" 어른들의 말에 아이는 자존심이 상한듯 말했다. "나 바둑 둘 줄 알아라우" 한번도 바둑을 가르친 적이 없었고 어른들의 틈에서 구경만 하던 아이가 얼마나 둘줄 알까 싶어 확인을 해 봤다. 진행 될 수록 어른들의 눈이 커져만 가는데.. 놀랍게도 아이가 그럴듯하게 집을 갖추어 나가는 것이다. 제대로 된 행마는 아니었으나 그 나이에 바둑의 이치를 알고 있다는 사실 만으로 어른들은 충분히 놀랐다. 이듬해 겨울. 막내 조훈현의 천재성을 확신하던 조규상(조훈현의 아버지)은 무작정 조훈현과 함께 서울로 상경한다. 살림은 어려웠지만 조훈현의 천재성을 꽃 피우기 위해선 스승이 필요했다. 상경한 날부터 조훈현과 함께 매일 송항기원으로 출근을 했다. 그곳엔 당시의 일인자 조남철 국수가 있었다. 목포에서 온 꼬마아이. 겨우 다섯살 코흘리게 아이가 귀여웠는지 조남철은 흔쾌히 지도대국을 뒀다. 9점 바둑.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지켜보던 사람들의 눈이 커져간다. 아이가 제법 행마의 틀을 갖췄기 때문이다. 세시간 남짓 지났을까? 아이는 고개를 숙이고 훌쩍거린다. 어린 조훈현의 패배. "한번 더 둬보자꾸나" 조남철의 말에 구경하던 사람들이 놀랐다. 지금껏 지도기를 두판이나 둔적이 없던 조남철 이었기 때문이다. 시간은 흘러 아이가 9살 되던해. 서울로 상경한지 4년. 세계 최연소 입단 기록을 갱신하며 조훈현은 프로기사가 되었다. 당시의 한국 바둑은 일본, 중국에 비해선 명함도 못 내밀 수준. 최연소 입단 사실 이 일본에 전해지자 양국은 사상 최초로 전화대국을 기획했다. 상대는 명가 키타니 문하에서 천재성을 인정받은 이시다(石田). 결과는 조훈현의 패배. 당시 세계 최고의 수준인 일본과의 격차를 확인할 뿐 이었다. 그날을 계기로 조훈현은 일본 유학을 결심하게 된다. 62년 입단. 그리고 1년도 채 안돼 2단으로 승단한 조훈현은 63년 10월 한창 투정 부릴 나이에 가족의 품을 떠나 비행기에 몸을 싣었다. 당시 일본 유학파 기사들은 관례처럼 기타니 문하생으로 들어갔다. 일본 바둑계의 원로 기타니 9단도 당연히 조훈현도 자신의 문하로 들어올 줄 알고 있었다. 조훈현의 후원자들과 현지 보호자 조차도 그렇게 알고 있었으니... 그러나 인연이란 하늘이 만든다고 했던가. 조훈현은 인사차 세고에9단의 자택을 방문한다. 오청원과 하시모토, 두 사람밖에 가르치지 않았지만 그 두 제자의 질량이 너무 커서 일본바둑계의 스승으로 일컬어지던 세고에 선생은 연배로 보나 관록으로 보나 기타니 9단보다 격(格)이 높은 존재였다. 그러나 워낙 연로해서 도장을 운영하진 않았다. 즉, 더이상 제자를 키우지 않을거란 이야기. 그런데 조훈현을 보자마자 대뜸 바둑판을 꺼내며 대국을 청했다. 첫판은 세점. 딱 딱 놓아지던 바둑판이 진행되어 가고... "허어. 판이 짜여지질 않는구나" 세고에 9단은 패배를 인정하고 돌들을 쓸어 담았다. "그럼..두점으로 해볼까?" 그말에 주위가 놀란다. 세고에 9단은 일년에 지도기를 한, 두판 둘까 말까한 인색한 선생이었기 때문. 어쨌든 두번째 판도 조훈현이 이겼다. 다들 두번의 지도기만으로 만족하고 돌아갈까 하던차. 세고에 9단 은 갑자기 말했다. “음, 내가 늙고 몸이 불편해 언제 죽을지 모르나 이 아이는 오늘부터 내가 죽는 날까지 데리고 있겠네.” 1편 끝. 참고- www.chohunhyun.com (조훈현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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