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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쉐프들에게 고기구워준썰
게시물ID : cook_19541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소처럼일만해
추천 : 25
조회수 : 1642회
댓글수 : 90개
등록시간 : 2017/02/03 19:4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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걍 두서없이 생각나서 쓰는 글이니 잘 못써도 이해해주세요.

저랑 남편이 자주가는 식당에 쉐프랑 친해요. 이분은 걍 미국인 쉐프라고 할게요 편의상.
이 식당이 이제는 꽤 고급식당인데 어느날부터 이 식당이 덩치가 커지면서 유명식당이 되었어요. 그래서 해외랑 다른 지역에 분점도 오픈하고 암튼 이제 인지도가 꽤 있는 식당이 되었어요. 이 미국인 쉐프는 2년전인가 이곳으로 스카웃되서 온 분인데 저랑 나이가 비슷 ㅠㅠ (전 그냥 잉여닝겐인데) 암튼 저랑 남편이랑 많이 친해요. 이분 와이프가 한류에 빠져서 막 저한테 식당 추천해달라고 했는데 저는 한식당으로 외식을 일년에 두세번 하는 양식선호자라 가끔가는곳 한곳만 추천을 해줬었어요. 거기에 손으로 빚은 왕만두가 맛있거든요.
이건 걍 썰인데 저희남편이 첨에 거기 갔을때 거기 메뉴에 써있는대로 wangmandoo! 왕망두!! 왕만드우!! 하면서 너무 크게 외쳐서 진짜 부끄러웠음. 덩치나 작고 목소리가 작으면 이해하겠는데 그냥 저희남편은 위로 옆으로 크거든요.. 가만히 서있기만해도 부담되는데 가뜩이나 큰눈을 희멀겋게 뜨고 3일 굶은자처럼 두주먹 꽉 쥐고 왕망두!!!!! 하고 외치니까 주문받으시는분이 놀라셨음..ㅠㅠ

암튼 본론으로 돌아와서 이 식당이 유명해지면서 다른 식당을 주변 대도시에 하나 더 오픈할 계획을 세웠는지 업계에서 내노라하는 프렌치 쉐프를 스카웃해온거에요. 근데 알고보니 저희 자주 놀러가는 지역에갈때마다 가는 식당 executive 쉐프셨어요. 그 프렌치 식당이 식당 두개가 붙어있는 형식이라 하나는 완전 최고급 미슐렝 3스타 파인다이닝이고 하나는 1스타 캐쥬얼 다이닝이거든요. 물론 저희는 캐쥬얼로 갑니다........ 제가 워낙 고급진곳은 분위기에 눌려서 밥을 못먹거든요 ㅠㅠ 쫄려서..  암튼 이 프렌치 쉐프를 미국인 쉐프가 다시 소개해주고 좀 친해지게 되었어요.
그러다가 이 기존 식당이 건물을 옮기면서 VIP만 불러서 재오프닝 파티를 했는데 (말이 VIP지 걍 자주오는 단골들) 그날 캐비어 유통하시는분도 오시고 암튼 손님이 많았어요. 그날 프렌치 쉐프랑 미국인 쉐프가 간만에 주말인데 땡땡이 한번 쳐보자 해서 저랑 남편한테 우리 코리안 바베큐 먹으러 가자고 한거죠. 그걸 듣고 저희 남편이 저한테 빨리 '그'식당에 전화해서 10명을 예약을 막 하라고 난리를 쳤어요 ㅋㅋㅋㅋ 그래서 제가 지인따라 두번 가봤던 생고기집에 가게 되었어요.

손님이 프렌치쉐프 부부, 미국인쉐프, 러시아 마피아처럼 생기신 캐비어 유통업자 아저씨와 모델같던 그분 딸 (알고보니 이분도 식당오너쉐프) 그외 남편친구 부부 막 이렇게 갔는데 저희 남편이 들어가자마자 혼자 막 흥분을 해서 "안녀하쎄요!!! five 쏘쥬 five 비어 please" "쏘쥬 췀춰럼 please" 막 이난리를 치는데 같이간 손님들이 다들 우와 하면서 저희남편을 막 쳐다보는것임.... 무슨 저희남편이 한국말을 유창하게 하는것처럼요. 저희남편은 한국말을 거의 못해요... 제일 잘하는 말은 봐취버쒀 입니다. 저희 엄마한테도 했다가 제가 혼났습니다 ㅠㅠ
암튼 대충 추스리고 깡통스타일 테이블에 앉았는데 특히 프렌치 쉐프랑 캐비어 아저씨가 막 너무 좋아하시는거에요. 그리고는 저한테 알아서 막 주문하라고 시키는데 저는 사실 고기는 어떻게 굽는게 맛있는건지 잘 몰라요. 걍 바싹 익혀먹을줄이나 알지.. 그렇다고 제가 요알못은 아닌데 스테이크는 미디엄 레어 좋아하는데..... 암튼 그래서 다들 술부터 마시는 분위기였고 저는 특히 소주랑 맥주는 써서 못마셔서 걍 사이다나 마시고 있었어요. 반찬들이 나왔는데 기본적으로 간이 쎈건 없고 대신 칼칼한 오뎅국이 양은냄비에 나오는데 그거부터 저희 남편이 앞접시에 막 담아서 나눠주기 시작했어요. 다들 외국인이니 이게 뭐냐 하는데 제가 음.. 피쉬케이크 슾? 하면서 대충 맛만 봐라 했는데 의외로 나쁘지 않다고 다들 먹는 분위기였어요. 그런 (저만) 어정쩡한 분위기에 소고기가 부위별로 촥 나오고 삼겹살은 좀이따가 주신다고 하셨는데 다들 가만히 있음....?? 생각해보니 다들 이걸 첨해보시겠구나 해서 제가 달궈진 팬에 차돌박이를 올려드렸는데 그냥 가만히 계시더라고요 ㅋㅋㅋㅋㅋ 저만 쳐다봐 ㅋㅋㅋㅋ 미치는줄 알았음.. 그래서 결국 제가 집게랑 가위들고 일어나 고기판 두개 번갈아가며 고기를 굽기 시작했어요. 차돌은 금방익으니까 일단 차돌부터 익혀서 한쪽에 옮겼더니 다들 한개씩 집어드심 ㅋㅋㅋㅋ 탈까봐 제가 일단 다들 앞접시에 막 올려드렸어요. 근데 문제는 프렌치 쉐프 와이프님이 고기를 잘 안드신다네요?? 헐 그래서 새우를 따로 시켰어요. 그건 또 손질해야하니까 좀 걸림..
암튼 갈비살인가 등심인가를 굽는데 사실 제가 고기를 잘 못굽는게 어느포인트에서 뒤집는건지 잘 모르거든요. 그래서 일단 앞에 익히고 뒤집어서 익히려고 하는데 캐비어 아저씨가 도와주신다고 젓가락으로 다른팬에 있는 고기를 뒤집으시는걸 제가 본능적으로 순간적으로 집게로 탁 막았어요 ㅠㅠ 그러면서 제가 내가 고기를 구울테니 아저씨는 걍 드시라고 할때 드세요 라고 카리스마 넘치게 말해버렸음. 오 주여 진짜 제가 왜그랬을까요 그순간 쉐프들이 저를 반짝반짝한 눈으로 막 쳐다보는데 겁나 쫄았음. 근데 다들 역시 전문가라며 막 우린 먹으랄때 먹으면 된다고 막 짠짠 건배하고 난리남..... 그와중에 저는 김준현에 빙의해서 신들린 가위질로 고기를 먹기좋은 크기로 샥샥 잘랐어요. 그러자 프렌치 쉐프가 미국인 쉐프한테 한국인들이 정말 똑똑해 가위로 고기를 자르면 이렇게 편한걸 어떻게 생각해냈을까 하심 ㅠㅠ 저도 몰라요 성격이 급해서?? 아마도?? 라고 생각만 했음.
고기가 적당히 익어갈때쯤 제가 이제 드시면 된다고 하면서 막 앞접시에 배분해드리면서 고기판에 공간을 만들어 새우 구울자리를 만들고 다른 한 팬은 맥이 끊기지 않게 다른 고기를 막 올려서 익혔어요. 새우가 마침 나와서 새우를 일렬종대로 쫙 눕혀서 판에 올렸는데 또 감탄... 왜? 이쯤되면 놀리나 싶었죠. 근데 그게 아니라 집게로 새우를 집어 올리면서 가위끝으로 정렬시키니까 도구의 새로운 발견? 뭐 이런거였나봅니다. 그리고 버터를 가위로 잘라서 집게로 올리니까 놀라셨나봅니다. 저도 제가 그러는지 몰랐어요 무슨 홀린사람처럼 나는 김준현이 될수있다 혼자 몰입했었나봅니다.
한 한시간쯤 지났나 그 많던 소고기가 거의 끝을 보이자 저희 남편이 보채기 시작했어요. 자기 좋아하는 아기문어 내놓으라고요. 아기문어가 쭈꾸미인데 baby octopus라고 부르거든요 그걸 저희 남편이 예전에 지인과 왔을때 첨 먹었는데 한 한달정도 아기문어타령을 했었거든요 맛있었다고. 그래서 사장님께 삼겹살 주실때 쭈꾸미도 같이 달라고 했어요. 다행히 그날은 있었다고 하시더라고요 매번 있는 애들은 아닌가봅니다. 제가 그걸 아나요 주면 주는대로 먹는거에 익숙해서..
그렇게 밥한톨도 안먹고 맥주 10병과 소주 5병이 소고기 8인분과 함께 사라지고 있었어요. 저는 제가 좋아하는 갈비살 두점 먹은게 전부였는데 사실 식당 오프닝 파티때 미국인 쉐프가 자꾸 뭘 먹으라고 줘서 주는대로 받아먹어서 배는 안고팠어요. 제 남편도 같이 받아먹었고 남편 친구부부도 같이 먹었는데 그들도 끝없이 소고기를 먹더군요. 무슨 다들 홀린 사람들처럼요.
그렇게 마지막 소고기를 떠나보내고 제가 고기판 불조절을 쎄게 하며 손으로 판 온도를 체크하고 있으니까 미국인 쉐프가 저한테 너 우리 가게 취직할래? 라며 묻더군요. 제가 뭔가 아는줄 알았나봐요. 그리고 적당하다고 생각했을때 삼겹살을 촥 올렸어요. 촤아아아 하면서 돼지기름 익는 냄새나니까 무슨 끝판 보스왕 나온거마냥 다들 고기만 쳐다보더라고요 ㅋㅋ 진짜 웃겼음. 사실 그게 그렇게 굽는건지 잘 모르겠는데 암튼 삼겹살은 바짝익혀야하니 불을 키운거거든요. 다리아프니까 빨리 맥이고 집에갈라고.. 근데 무슨 취업알선을 ㅋㅋ
고기판에서 삼겹살이 지글지글 끓으면서 노릇노릇하게 익을때쯤 고기를 자르고 고기조각으로 기름나가는 구멍을 살짝 막았어요. 그리고 그 삼겹살 기름위에 쭈꾸미를 촤아 올리니까 우리남편이 이게 최고로 맛있는거라고 막 계속 쉐프들한테 엄지척 엄지척 하더라고요. 어차피 쭈꾸미는 살짝 익혀서 야들야들하게 구워야 맛있으니까 얼른 양쪽 판 번갈아가며 뒤집고 잘라서 이제 먹어라 하고 앞접시에 삼겹살하고 쭈꾸미 올려주니 다들 진짜 조용히 먹기만 했어요. 해물+돼지고기 조합중에서도 빨판있는 해물과 돼지고기 조합은 색다른건가봐요? 아님 돼지기름에 구운 쭈꾸미가 걍 맛있어서 그런걸수도..
그렇게 전쟁같았던 약 3시간의 식사를 끝마치고 헤어지는데 손님들이 다들 저한테 너무 고맙다고 하더라고요. 그래 그럴만 했긴 했어요. ㅇㅈ


그로부터 며칠 후, 불금이라 식당에 남편하고 밥먹으러 갔는데 프렌치 쉐프가 너 온다고해서 내가 준비한거야 라며 방금구운 초코렛 크로와상을 제앞에서 직접 썰어주더라고요 ㅋㅋㅋㅋㅋㅋ 식전부터 단거 먹고있었더니 미국인 쉐프가 나와서 너 온다고해서 파스타 면뽑고 있었다며 소스는 어떤게 좋겠냐며 물어보러 나왔데요. 한 5분도 안된것같은데 프렌치 쉐프가 캐비어 아저씨가 너 주라고 했다며 보드카 두병을 슥 주고갔어요.
그 후에도 매번 갈때마다 프렌치 쉐프가 식당에 있으면 이거 내가 테스트하는거야 라고 메뉴에도 없는 음식을 자꾸 갖다주십니다. 물론 엄청 맛있어요. 지난번에 감기걸렸었다고하니까 닭국물베이스 뽑아놓은거 있다고 뜨뜻한 스프도 끓여주시고 했어요. 미국인 쉐프도 매번 그래요. 그나마 미국인쉐프한테는 보답해줄수 있는게 있지만 (물론 지난주에도 스카웃제의함 ㅋㅋ 이쯤되면 걍 인사임) 프렌치 쉐프나 다른 분들에겐 또 고기한번 더 구워드려야하나 싶기도..
그리고 그 식당 직원들에게 같이 고깃집가자고 지금까지도 종용당하고 있어요. 벌써 1년 다된것같은데...


아 그리고 그분 전에 계시던 도시에 친정식구들이랑 놀러가게 되서 일하시던 그 식당 가니까 캐쥬얼한 식당 헤드쉐프가 저한테 너 왜 나는 코리안 바베큐 안해주고 그 쉐프만 해주냐고 나는 너한테 스페셜한 존재가 아니냐고 막 인상쓰고 그러시더라고요. 농담이었겠지만 엄청 당황스러웠어요.
쉐프님 아드님도 얼마전에 봤는데 너에 대한 소문을 들었어 내가 너희동네 가면 꼭 같이 고기먹으러 가자 라고 약속하게 만듬..
그동네 사시는 캐비어 아저씨가 남편한테 전화와서 너네 동네 왔다며 우리딸 가게에 밥먹으러 와 라고 초대하셔서 갔는데 같이간 저희 친정식구한테 너무 잘해주시고 선물도 막 챙겨주시고 하셔서 진짜 정말 감사해씀.. 난 그것도 모르고 아저씨 젓가락을 집게로 블로킹해버려서.. ㅜㅜ
그 외에 정말 랜덤하게 그 두 쉐프와 연관있는 식당에 갈때마다 저를 보고는 아!! 너가 그 코리안 바베큐구나 라고 ㅋㅋㅋ 무슨 이름도 성도 없이 코리안 바베큐 ㅋㅋㅋ
암튼 전 고기한번 구운 댓가로 코리안 바베큐의 레전드가 된걸까요.. 그후로 일부러 고기굽는자리 피하는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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