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하면 얘가 받아주긴 할까? 보기 좋게 뻥 차이지나 않을까? 차이고 나면 가슴 아플까? 그러고 나서 멀어지는 건 아닐까? 내가 얘한테 가당키나 한 사람인가? 얘는 날 어떻게 생각하는걸까? 왠지 나한테 잘해주는 거 같은데, 얘도 날 좋아하나? 날 싫어하는 거 아닐까?
수천가지 의문들이 머릿속에서 맴돌고 밥을 먹어도 밥맛도 안나고 괴로워서 마신 술인데 더 괴로워 지고 어디서 예쁜 액세서리라도 보면 괜히 하나 사서 선물해주고 싶기도 하고 재밌는 영화가 개봉하면 같이 보러 가고 싶기도 하고 행여 어디 아플라 치면 밤새 간호라도 해주고프고 차라리 내가 대신 아프고 싶고 배고프다 뭐 먹고 싶다 그러면 노가다라도 해서 밥 사먹이고 싶고
그러고 싶죠? 그럼 쓰잘데기 없는 고민 그만두고 말씀하십시오. 좋아한다고, 좋아하고 있었다고.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고 있다가 불쑥 털어놓으란 얘기가 아닙니다. 제발 얠 꼬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오유에다가 묻지 마요. 남 얘기 듣고 우왕좌왕하다 죽도 밥도 안되는 케이스, 직접 많이 겪어봤습니다. 당신의 진심은 전해지는 법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믿어야 합니다. 자기 자신을 믿지 못하고 겁에 질려서 인터넷에 연애 상담하는 남자들 치고 여자친구 제대로 만드는 사람 못봤습니다.
부딪히세요, 안되면 또 해보세요. 또 안되면 또 해보세요. 그래도 안됩니까? 그럼 남자답게 포기하세요. 그리고 그날 저녁에는 사람이 술을 마시다가 술이 술을 마시다, 술이 사람을 마시는 지경까지 한잔 꺾어요. 그러고 눈물 나면 좀 울어도 돼요. 남자가 로보캅입니까? 그리고 좀 참아봐요. 그러다가 못참겠으면 또 부딪혀보세요. 나는 안되겠냐고. 되면 그보다 좋을 수 없는거고, 안되면 깔끔하게 물러나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