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내일 중요한 약속이 잡힌 탓인지 잠이 오지 않아 이렇게 늦은 시간에 키보드를 두드립니다. 익명이기는 하지만 오유를 하면서 남기는 첫 게시물이 되겠군요.
저는 서른을 앞둔 취업준비생입니다. 사회로의 진출이 조금 늦었지만 경제적으로 어려운 편도 아니고 건강이 좋지 못한 것도 아닙니다. 남들 나오는 학교 정도 졸업했고 남들 정도의 외모를 지녔습니다. 최고의 남자는 아니더라도 특별한 이유 없이 이별을 통보 받을 결격사유는 없는 그냥 평범한 대한민국 남자입니다.
4년 정도 만난 여친이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오래 만났기에 연애 초기에 함께 지폈던 불 같은 열정이 지속되지는 않았지만, 4년을 만나는 동안 서로에게 언성을 높였던 일이 손에 꼽을 정도로 잘 지내던 친구였습니다. 만약 누군가 저에게 살아오면서 만난 가장 소중한 인연을 꼽으라는 질문을 던진다면 헤어진 지금도 망설임 없이 저는 이 친구를 꼽을 것입니다.
그런 친구와 3달 즈음 전, 종교 관련 문제로 이별을 했습니다. 저희 집은 한국식 유교문화를 소중히 생각하는 전통적인 집안이고, 여자친구의 집은 독실한 크리스찬이거든요. (오유에서 이런 내용이 길어지면 특정 종교에 대한 비난과 충돌로 이어지더군요. 둘의 이야기가 아닌 것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만남이 깊어지고 서로에 대해 알아 갈 수록 순탄치 못 할 미래에 대한 걱정은 조금씩 세어나왔었지만, 그녀가 너무나도 소중했기에, 그런 불안들이 틈을 벌릴 때면 아무도 보지 못하게 어두운 장막으로 덮어버리고는 오히려 보란듯이 서로를 보듬었습니다. 마치 세상이 허락치 않는 사랑을 쫒는 비련의 영화 주인공들 처럼.. 하지만 오랫 동안 덮어만 온 현실에의 부정이, 우리 모르게 조금씩 벌어지던 검은 천 아래의 틈이 결혼이라는 직접적인 실체에 부딪히는 순간 그렇게 쉽게 부서져 버릴 것이라는 것을 그때는 알지 못했습니다. 대한민국이라는 사회에서의 집안과 결혼.. 4년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의 만남...우리는 그렇게 사랑하고, 그렇게 헤어졌습니다.
그리고 3개월이 지난 지금, 그녀는 만남을 청합니다. 학창시절 저에게 자랑하듯 떠들었던 자신의 디자인을 이제는 당당히 디자이너가 되어 제품으로 전해주겠다며.....
내일 정확히 3달만에 그녀를 만납니다. 만나는 장소를 정하는 것 만으로도 조심스러운 이 만남
과연 어떻게 이끌어가야 할까요? 다시 한 번 그녀를 볼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해야 하겠죠?
왠지모를 눈물이 흐르지만..
최대한 미련 없이....
새로운 길을 갈 수 있도록....
아무렇지 않게..하지만 따뜻하게.................적어도 난 좋은 기억으로 남고 싶으니까!!!!!ㅋㅋㅋㅋ
쓰고나니 뭐 그냥 어떻게 해야할 줄 알고 있으면서도 혼자 넋두리는 글이었네요. 지독히 감상적이고 ㅋㅋㅋ
뭐 그냥 혼자 게시판에 쏟아내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남자가 약한 모습 보일 수는 없잖아욬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