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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만원의 행복
게시물ID : humorbest_19571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울랄라Ω
추천 : 102
조회수 : 1889회
댓글수 : 11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08/04/11 11:20:01
원본글 작성시간 : 2008/04/11 11:03:15
"아빠! 나 키 재주세요."

"뭐라고? 또 키를 재달라고? 아빠가 꾸준히 잘 먹어야 키가 크는..."

"아아앙! 빨리 재주세요! 오늘은 자신 있단 말에요."

"허허...요 녀석."
 

밥도 잘 안 먹을뿐더러 시금치, 당근, 양파, 콩 등은 절대 안 먹고 자기 입에 맞는 음식만 먹기에
이래선 안 되겠다 싶어 민정이에게 제안을 하나 했었습니다.

1. 밥상에 차려진 모든 반찬 골고루 먹기
2. 밥은 밥풀 하나 남기지 않고 다 먹기
3. 위의 1항과 2항을 잘 지켜 아빠가 정해놓은 키가 되면 용돈 만원 지급
 

요즘 뜸하다 싶더니 민정이가 저녁 밥숟가락 놓자마자 키를 재달라며 자꾸 보챕니다.

"알았다, 알았어. 민정아 그럼 벽에 가서 서봐."

민정이는 오늘은 정말 자신있다는 표정으로 냉큼 벽에 가서 섭니다.

사실 그 벽에는
민정이에게 제안을 한 후에 바로 민정이를 세워놓고 키를 잰 후 파란색펜으로 금을 그어 놓았었습니다.
그리고 빨간펜으로 파란색 금 10cm 정도 위에다가 목표달성 키라고 말하고 금을 그었었습니다.

민정이에게 제안을 하고 오늘까지, 여러번 민정이의 키 재기가 시도되었지만 번번이 빨간금에는 못 미쳤었고
그 때마다 실망하는 민정이에게 꾸준히 잘 먹으면 분명히 빨간금을 넘을거라고 말해주곤 했는데

어라? 오늘은 빨간금에 닿는...

가 싶더니 내려가고 다시 닿는가 싶더니 또 내려가기를 반복합니다.
이상하다 싶어 자세히 보니 민정이가 까치발을 들었다가 힘들면 내리고 다시 까치발을 들었다가 힘들면 내리고를 반복하고 있었습니다. 

"아빠, 어때? 빨간색 금이지? 응? 빨간색 맞지?" 

민정이의 오늘 자신감은 저 까치발이었던 것인가!
번번이 실패하더니만 잔머리를 굴린 것인가!
부정행위에 대한 응징을 해야 하는 것인가!

여러가지 생각의 교차 끝에
지금껏 내 제안의 1항과 2항을 잘 지켜준 민정이에게 상을 내려야 겠다고 마음을 고쳐먹고
지갑에서 만원짜리 한장을 꺼내며 말했습니다.

"이야! 우리 공주님 축하해! 하지만 목표달성 했다고 예전처럼 또 골라먹거나 잘 안 먹으면 안 된다. 알았지?"

민정이는 만원을 들고서 마냥 좋아라 합니다. 

다음 날 아침.
출근 준비를 하는데 민정이가 무언가를 내게 내밉니다.

"아빠, 이거..."
"민정아, 이게 뭐니?"

민정이는 대답 대신 그 무언가를 내 손에 쥐여주고는 자기방으로 종종 뛰어갑니다.

조금 의아한 표정을 지은 채 손에 쥐여진 무언가를 바라보니
민정이가 자주 내게 주곤 하는 봉투였습니다.

봉투 안에는 만원짜리 한장과 쪽지가 들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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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죄송해요.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어제 받은 만원 못 받겠어요.
어제 민정이는 키 잴때 발을 들었었거든요.
다음에 진짜 빨간금에 닿으면 그 때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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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원짜리 한장을 들고서 어린아이처럼 해맑게 웃는 나를 보며 아내가 말합니다.

"당신, 비상금 숨겨놓은 거 찾았어요?"



민정이 아버님 카페에서 퍼왔습니다.
근데 퍼와도 되나?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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