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횡성에서 출발해 네 시간 가량 꼬불꼬불 계곡 길을 걸어 한시 경에 시루봉에 도착했는데, 배고파서 간이식당에 들어갔더니 댕댕이가 한 마리 식당 안을 오가며 놀고 있다.
우동을 시켜 먹고 있는데, 녀석이 옆에 앉아서 쳐다보는 것이다. 우동을 조금 잘라서 손에 올려 건넸더니 ‘홀짝’ 먹고 또 저 표정으로 쳐다본다. 그렇게 몇 번을 반복해도 한결같은 표정이다. 적당히 먹고 떨어질 줄 알았는데 어림 반푼어치 없는 기대였다.
녀석에게 그렇게 몇 번 우동면발을 건네자 우동 한 그릇을 다시 시켜야할 상황이 되었다. 가만 보니 그냥 개가 아녔구나. 가게 매상을 올리려 투입된 특수 요원이었구나.
그렇게 댕댕이의 농간에 넘어가 허전한 배를 부여잡고 한참을 더 걸어, 길 한편 공터에 밤새 젖은 텐트를 널어 말린다.
개한테 털려 허기진 배, 볕 좋은 점심의 낮잠으로나 달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