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29세의 미혼여성입니다. 올 3월에 결혼을 앞두고 있구요,남편될사람은 32세의 공무원입니다.
결혼을 앞두고 신랑될사람과 결혼해서 '자녀를 몇명이나 낳을까?'하는 문제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게됩니다. 대부분의 남자들이 그러하듯 저희 신랑도 '둘은 낳아야지 안 외롭지~'하면서 둘 낳자고 말합니다. 연애 초기에는 심지어 둘 안 낳을거면 결혼도 안하겠다는 협박도 하더군요.
그러나 저는 애를 '둘'이나 낳을 생각은 정말 추호도 없습니다.
요즘 저출산의 원인을 여러가지 들고 있지만 20대여성으로서 제가 느끼는 저출산의 보다 근본적인 '원인'을 솔직히 까발리고자 합니다. (게시판에서 네티즌의 돌 맞을 각오하고 씁니다. 하지만 저와 비슷한 생각하시는 분들 많을겁니다.)
제가 신랑하고 결혼하면 둘이 합쳐 월수가 500만원정도됩니다. 제가 한 220정도고 신랑이 280정도됩니다.(5급 6호봉입니다.) 월수 500이면 상당히 큰 액수입니다.하지만 30대 초중반의 맞벌이 부부중에 이정도 받으시는 분들 꽤 되시리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앞서 제목에도 썼듯이 저는 월수 500이 아니라 월수가 1000만원이 되어도 아니 매달 1억원을 넘어도 아이를 많이 낳을 생각이 없습니다.
왜냐구요.
첫째, 애를 낳고 나면 1년정도 휴직하게 됩니다. 30대초반의 가임기간 1년과 육아휴직기간 1년은 직장인에게 큰 리스크로 다가옵니다. 직장에서 본격적인 기틀을 잡는기간이 입사 5-6년차인데(중간관리자로서) 이때 애를 낳는라 1년이 지난후 회사로 복직한다면 저는 거의 사원2-3년차의 업무 숙련도로 떨어질것입니다. 하물며 애 하나도 그런데 애를 둘이나 낳고오면 30대 초중반까지는 남자직원보다 업무면에서 한참 떨어지게 됩니다.그러다가 명퇴 당하겠죠.....
둘째, 아이에게 많이 들어가는 양육비와 시간때문입니다. 그리고 많은 기회비용까지요,월수로 500이나 받는데 그깟 양육비가 대수냐고 하실수도 있지만요,하지만 저는 양육비 아깝습니다. 그리고 그 비용과 시간 저 자신한테 쓰고 싶습니다.
저희 고등학교 때 한친구가 있었습니다. 무척 이쁘고 저희학교 문과에서 언제나 1등을 차지했던 친구입니다. 서울대 졸업후 은행 다니고 있구요,이른 나이에 결혼(26세)해 아들 한명을 두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친구,,,,, 나이 차이가 좀 나는 분과 결혼(8살)해서 아이를 금방 낳았습니다. 다른 친구들은 아직 결혼도 안했는데 이 친구 아들이 벌써 3살이에요. 결혼할때 신랑분이 좀 기반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둘이 전세금부터 모아서 시작해야했죠, 둘이 맞벌이해서 전세금 모으고,아기키우고 그러고 사는데
자기 위해서는 정말 쓰는게 없더군요.그 친구 우스개 소리로 '아들이 한우 먹으면 남편은 호주산 먹고 자기는 삼겹살 먹는다구요.' 그러면서 아기 교재 40만원하는거 정말 사고 싶다고, 근데 너무 비싸서 여러번 망설여진다고요. 주위에서 이것저것 시키는거보면 자기도 다 해주고 싶다구요.
자기는 웃자고 하는 소리인데,저는 참 가슴이 아프더군요.서울대 졸업할때도 단대 최우등 졸업에 교수들이 학교에 다시 돌아오라고 할 정도였는데,결혼하고 애 낳고 사느라 그 빛나던 총명함과 재능을 발하지 못하는거 같아서요. 그 총명함과 재능이 결혼과 육아앞에 사그라들더군요.
셋째, 설령 애를 낳는다 쳐도 그 아이를 어느정도까지 제대로 키울 능력이 있는가하고 제 자신을 되돌아보게 됩니다. 제가 올해 결혼해 내년에 낳는다고 쳐도 제 나이 30살 남편나이 33살. 25살까지 키워내기에도 왠지 빠듯합니다. 그때 저와 제 남편이 직장에서 짤리면 어디 파출부, 경비라도 해서 애들 뒷바라지를 해야할 것같은 그 압박감. 전문대학원 간다,고시공부한다고 그러면 그걸또 외면할 수 없을겁니다.
그리고 특히 아들이면 결혼할때 적어도 서울 어딘가에 변두리라도 전세값 정도는 해줘야 될 것 같은 그 부담감.
결론은 '내가 왜 그래야 하는데'하는 반발감이 듭니다.
예전에 한 5년쯤이겠군요. 텔레비에서 싱가폴의 심각한 저출산 문제를 보도하는 다큐를 본적이 있었습니다. 거기서 어떤 싱가폴 젊은이가 인터뷰에서 이런말을 하더군요.
'저는 아이를 낳는거보다,맛있는 레스토랑에서 밥먹고 금요일밤에 파티하고 해외여행다니면서 즐겁게 살고 싶습니다.'라고요,
그 당시에 저는 그걸 보면서 '저런 싸가지 없고 이기적인 놈을 봤나'라고 생각했습니다.그런데 그 젊은이의 모습이 바로 지금의 저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