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생]
1) 나에게 주어진 소명도 있을까? 내 인생이 짊어져야 할 운명의 과업이란 것도?
스물을 훌쩍 넘긴 이 나이에도 나는 여전히 어둠 속을 더듬거리며 나아가고 있는 기분이다. (126쪽)
2) '언젠가는….' 이라는 말로밖에 나를 달랠 길이 없을 때가 있었다. (212쪽)
3) '나아가자, 나아가자' 했어도 혼자 걷는 그 길이 점점 무서워졌다.
4) 의미 없는 일은 없다고, 이렇게 고독하게 쫓기며 불안과 두려움 속에서 보내고 나면 다른 것들이 온다고 누군가 약속을 해주었으면 좋겠다. (107쪽)
5) 누가 내 질문에 답을 가지고 있을까. (295쪽)
6)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며 살아가는 일이나 죽음의 의미를 알게 되는 일이 나이 먹는 일과 비례하는 건 아니다.
세월이 쌓인다고 알게 되는 것도 아닌 것 같다. (26쪽)
7) 살아보지 않은 앞날을 누가 예측할 수 있겠는가. 앞날은 밀려오고 우리는 기억을 품고 새로운 시간 속으로 나아갈 수 있을 뿐이다. (20쪽)
8) 시간은 언제나 밀려오지만 똑같은 날은 다시 오지 않는다.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되는 그 순간에 또 다른 일이 시작되기도 한다. (11쪽)
9) 인생은 각기 독자적이고 한 번 뿐이다. 그 누구도 예외일 수는 없다. 단 한 번. 그럴 것이다. (23쪽)
10) 그러니 스스로를 귀하고 소중히 여기게. (63쪽)
[인간의 길]
1) 왜 누군가를 좋아하는 일은 기쁨이지만은 않을까. 왜 슬픔이고 절망이기도 할까. (157쪽)
2) 잊을 수는 없겠지만 그때로부터 마음이 멀어지길. 바래진 상처를 딛고 다른 시간 속으로 나아가길. (211쪽)
3) 인간은 불완전해. 어떤 명언이나 교훈으로도 딱 떨어지지 않는 복잡한 존재지. (341쪽)
4) 누군가에게 마음을 털어놓는 일은 가까워지는 게 아니라 가난해지는 일일 뿐인지도 모른다.
누군가와 가까워지는 일은 오히려 침묵 속의 공감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112쪽)
5) 이렇게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순간들이 살아가는 동안 얼마나 많이 다가올까.
한 인간이 성장한다는 것은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순간들을 하나씩 통과해나가는 일인지도 모른다. (210쪽)
6) 나부터 독립적이고 당당하길 바란다. 숨김이 없고 비밀이 없으며 비난하지 않는 관계를 원한다. (184쪽)
[살아 싸워 이기리라]
1) 폭력에 이로운 문장은 단 한 문장도 써서는 안 된다. (89쪽)
2) 폭력적이거나 부패한 사회는 상호간의 소통을 막는다. 소통을 두려워하는 사회는 그 어떤 문제도 해결할 수 없게 된다.
나중엔 책임을 전가할 대상을 찾아 더 폭력적으로 된다. (183쪽)
3) 갑자기 알 수 없는 죽음에 내몰린 사람들이 그리 많다는 사실을 어찌 받아들여야 할지. (346쪽)
4) 내가 지금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생각해본다. 할 수 있는 일보다 할 수 없는 일들만 떠오른다.
진실과 선함의 기준은 무엇인가. 올바름과 정의는 어디에 숨어 있는가. (183쪽)
5) 살아 있으라. 마지막 한 모금의 숨이 남아 있는 그 순간까지 이 세계 속에서 사랑하고 투쟁하고 분노하고 슬퍼하며 살아 있으라. (291쪽)
출처 |
신경숙 장편소설,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문학동네, 20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