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꽤 시간이 지난 대학시절 유난히 술버릇이 특이했던 친구가 생각나 글을 한번 써봅니다..
군대 제대후 대학복학...
무리들이 전부 술을 좋아해 학교에서도 나름 유명했던 우리 동기들 중 다양한 술버릇으로 늘 술자리의 안주로 씹혔던 친구한명이 있었음.
어느날 역시나 술을 먹은 이 친구는 정신이 점점 넘어갔고..
택시를 탈만한 주머니 사정이 없었던 이 친구는 늘 타고다니던 버스노선을 탔음.
하지만 가물가물해져가는 눈으로 버스안에 달려있던 노선표를 보는 순간 직감적으로 버스를 잘못 탔다는 걸 깨달음.
이미 출발한 버스를 다시 멈추기가 쪽팔렸던 이 친구는 중간에 내려서 갈아탈 생각으로 노션표를 뚫어지게 쳐다봤지만..
술기운이 올라오는데다 점점 졸려오는 이유로 감겨가는 눈을 주체못하고 좀더 가까이 보기 위해서 노선표에 얼굴을 점점 가져다대다가.....가져다대다가..그러다가.....순간 필름이 끊겼음.. . . 귓가를 때리는 알람소리에 깨버린 그 친구는 본인의 침대임을 확인하고...어제도 무사히 집에 왔구나..하면서 안도하였음.
이미 늦어버린 수업시간에..그래도 출석이라도 하려고 외출 준비를 하고 가방을 정리하기 위해 가방을 열던 그 친구..
가방을 여는 순간 "푸알랑~~~~~" 하면서 무언가 접힌 물체가 갑자기 펴지면서 나는 소리가 들렸다는...ㅋ
순간 깜짝 놀라 본능적으로 얼굴을 방어한 후 그 물체를 확인한 친구는 본인이 너무 한심하다는 생각에 그날부터 술을 끊기로 다짐했음.
그 물체는 버스노선표........순간 스치는 기억은...가까이 보기 위해 다가갔다가...하도 안보여서 노선표를 떼서 가방에 넣고.....너무 어이없어 하는 아저씨에게 메롱을 하고...마침 정류장에서 문이 열린 버스의 문으로 나가 뛰어가는 본인의 영상이었다는...ㅋㅋㅋㅋㅋㅋ
그 후로 술을 끊기로 다짐한 그 친구였지만...끊기는 개뿔...
친구들이 합심해 그 친구를 위로해주기로 하고 술자리를 가졌음...
괜찮아..술먹고 실수할수 있는거야...우리도 다 실수하고 그래...걱정하지마..
학교 앞 통닭집에서 닭과 소주를 먹으면서 그 친구를 위로했고....
참 어설픈 생각이지만...앞으로 니가 총무하라고...돈관리하고 그러면 불안해서라도 필름안끊길거라고..
그러면서 그 친구한테 돈을 모아줬음...
한잔 두잔 한병 두병 세병...두병만 더 세병만 더...
그렇게 술잔은 쌓여갔고...
또다시 기억이 멀어지는 이 친구는...이럼 안돼...오늘은 맨정신에 가야돼....안돼겠다...도망가자..
이 생각을 끝으로 또다시 필름이 뚝....
서서히 기억을 차려보니 택시안....다행이 정신이 다시 돌아와 택시를 잡아타고 집에가고 있는 것을 확인한 이 친구는 스스로 뿌듯함을 느끼고 있던 중...왠지 주머니가 두둑해서....아...그러고보니 내가 돈 걷었는데 그걸로 술값안내고 그냥 왔구나...하면서 더욱더 뿌듯해하고 있었음..
택시는 집에 도착했고...만삼천원 가량 찍힌 택시요금기를 보며 당당하게 아저씨에게 돈을 주기 위해 주머니에 손을 넣고 돈을 꺼내려 했지만...왠지 이상한 손맛...
돈을 받으려 고개를 돌린 기사 아저씨에게 그가 내민건....반쯤...먹다남은 통닭의 날개..... . . 다음날 애들에게 들어보니 더 먹고가라는 친구들을 뿌리치고 떠나면서 닭다리 하나와 날개 하나를 양손에 쥐고 나갔다는.....ㅋ
아직도 대학 동기들을 만나면 그 시절 그 친구의 얘기를 웃으면서 하고 있지만...정작 그 친구는 연락이 끊긴 상태...
아직도 술 많이 먹고 다니냐 친구야....니가 오유를 할 확률이 얼마나 될진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