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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치기가 대한민국에 없던 근본 없는 문화인 이유
게시물ID : humordata_195979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우가가
추천 : 15
조회수 : 2294회
댓글수 : 78개
등록시간 : 2022/08/18 15:4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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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주 : 웃대에 면치기 관련한 영상이 하나 올라왔었습니다 그게 좀 논란이 되었었어요

이 영상입니다 )

 

 


00-1.png



 


(이제 본문)

 

 

 

 

미스터 베이스볼(1992년, 소리 있음)




한물간 메이저리그 야구 선수가 일본 프로야구로 가서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고 활약한다는 내용의 약간 나비부인 같은 느낌도 있는 영화임. 짤은 일본 가정에서 식사를 대접 받는데 익숙치 않은 젓가락으로 소바를 먹는 장면. 




면치기 하면서 후루룩 소리를 크게 내는걸 더 맛있게 먹는 취급을 하는 기괴한 유행을 보면 항상 생각 나는 영화 장면이었음. 그리고 30년이나 된 영화의 한장면을 아직 기억하는 이유는 돌아가신 할머니 덕분임.






할머니는 영화 보는건 좋아햐셨는데, TV에서 하는 이 영화를 같이 보다가 움짤의 장면이 나왔을 때임.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화가 나서 목이 메인 목소리로 "저, 근본도 없는 왜구 새끼들은 왜 아직도 국수를 저따우로 후루룩 거리며 처먹는거야. 개갈 안나는 되먹지 못한 새끼들"(충정도 분이심)이라고 하심. 평소 욕은 고사하고 언성을 높이시는 것도 못 들어봐던 나는 크게 놀랐는데...




다음날 점심에 할머니께서는 북어와 멸치를 넣고 국수를 왕창 삶으심. 그리고 마늘과 고추를 다져넣은 양념장을 국물에 풀며 입맛을 다시는 동생들과 내게 어디서 국수 먹을때 소리 내서 먹지 않게 조심하라고 하심. 그거 왜구 놈들이나 하는 짓이라며... 나는 어제 분노한 할머니를 처음 봤던터라 고개를 몇 번이고 끄덕이며 절대로 소리 안내게 조심하겠다고 대답했음.




그리고, 나중에 할머니께서 돌아가신 뒤 아버지께 국수에 대한 얘기를 듣게 되었음.






외증조부께서 조선 처녀들을 돈 벌게 해준다고 속여서 험한 꼴을 당한다. 그런데 결혼한 유부녀는 안 끌고간다더라는 소문을 듣고 할머니를 급하게 결혼 시키셨다고함. 할머니는 땅 한 조각 없는 가난한 집안의 장남이던 할아버지가 싫었지만 험한 일을 당하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하셨다고함. 그리고 3년 정도 후에 할아버지는 갓난 아이였던 아버지를 남기고 작은 할아버지 두 분과 함께 일본으로 끌려가심. 




그 시점에 쌀은 물론이고 쇠붙이는 숟가락까지 공출 당하는 바람에, 할머니도 시집 오시면서 친정 어머니께 물려받은 가락지와 비녀까지 빼앗기셨다고함. 쌀도 볍씨와 간신히 배만 채울 정도만 남기고 다 뺐긴 상태였고. 할머니는 혼자서 젖먹이 아버지와 고모 두 분을 키우고 시어머니도 모셔야 하셨음.




그러던 여름날, 아직 걷지 못하는 아버지를 포대기로 메고 읍내에서 일을 하시다가 돌아오시는 길에 일본 사람이 사는 집을 지나가시는데... 마루에 가족들이 둘러앉아서 새하얀 소면을 후루룩 소리를 내며 먹고 있는 걸 보셨다고함. 자기는 제대로 못 먹어서 젖도 잘 안나와서 아버지는 매일 등 뒤에서 칭얼거리는데, 그 하얀 소면과 뽀얀 일본 아이 얼굴을 보시고선... 20리 길을 서럽게 울면서 걸어오셨다고함. 




생각해보면 할머니는 내가 밤늦게 공부하면 야식으로, 배고프다면 별식으로 항상 국수를 삶아주셨음. 할머니는 내가 먹는 것을 옆에서 물끄러미 보고 계셨는데... 아마 그때 서러움에 대한 보상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듬.




웃자에 이정재가 조용히 먹는 모습 보고 나니 갑자기 할머니 생각이 나서 주절주절 써봄. 끝.

 

 

 

 

00-0.png

 


방송에서는 시각과 청각으로 면의 맛있음을 강조하기 위해 소리를 내는 것까지는 이해하지만

면치기를 굳이 더 나은 관습으로 강조하거나 안한다고 면박주는 건 아니라고 봅니다.

 

 

 

출처 http://huv.kr/pds1173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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