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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즈음하여 취업준비중인 후배님들께
게시물ID : society_19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운상
추천 : 0
조회수 : 337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09/23 21:29:12
어떻게들 지내시는지.. 오늘은 반년째 취업준비중인 후배에게 전화를 했는데요. 자소서만 계속 쓰고 있데요. 지금 150개정도 썼다더라구요. 5년 전쯤에 같이 취업준비하던 선배들도 100개는 썼었는데 지금은 상황이 더 안좋으니 미안한 소리지만 그 2배는 해야될 듯 하네요. 제가 끌어가 줄 수도 없고 참 안타까워요. 최근 미국 고용시장이 좋다고하니 영어만 되면 미국으로 가라고 하고 싶은데 보통 그런 수준의 영어를 못하잖아요. 우리나라 공교육이 영어만 제대로 가르쳤어도 이 지경은 면하지 않았나.. 그런 생각도 드네요. 너무 서두르지 말라는 말로 마무리하고 전화를 끊었어요.

중학교 때 까지만 하더라도 뭔가 하고 싶은 일이 있었을텐데 오로지 수능을 위한 공부에 매진하다보니 내가 가진 꿈이 무엇인지 잊은채 오로지 수능에 매몰되어 지내기를 수년. 그리고 대기업 취직을 위한 스펙쌓기에 수년.
제가 30대초반인데 여기까진 저도 여기까지는 똑같았네요. 그런데 요즘 여기에 더 추가되서 인턴도 해야되고 심지어는 인턴에 들어가는 것 마저 스펙 경쟁이에요. 스펙이란 용어는 상품에 쓰는 표현이라 사람을 상품화하는 것 같아서 불편하다는 분도 있었는데 맞는 말 같아요.

그래서 다들 열심히 살고 있다는 것에 한치의 의심도 없어요. 그런데 현실은 금수저, 흙수저라는 신조어가 나올 만큼 노력만으로는 성공하기 어려운 사회가 되었고, 그래서 꿈을 갖는다는게 꿈이 되어버렸을지도 모르겠어요. 생존을 위한 취업이 제일 중요한 목표가 되어버렸을 테니까요.

눈을 낮춰서 중소기업에 가자니 왠지 억울하죠. 같은 시간 똑같이 힘들거면 보상이라도 좋은 곳에 가고 싶으니까요. 게다가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이직도 어려운걸로 알고 있어요. 대기업의 자회사라면 모를까..  그런데 여기에 비정규직이라는 타이틀까지 부담해야해요. 숫자를 좀 꺼내면, 청년 취업자의 36%가 첫 일자리를 계약직/비정규직으로 시작하고 이중에서 90%가 1년 이하의 임시직이래요. 이것도 10년간 계속 증가하고 있구요. 일하다가 정규직으로 전환되면 좋겠죠 그런데 그 비율이 너무 낮아요. 지금의 비정규직은 정규직으로가는 징검다리가 아니라 다음 일자리도 비정규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거에요. 비정규직이 사회적 약자로 굳어져버렸고 지금도 고통받고 있는 분들이 많이 있네요. 

사실 우리가 이렇게까지 과도한 경쟁에 내몰릴 필요가 없었어요. 
경제 얘기를 조금 해드릴께요. ‘한국 자본주의’라는 책에 나오는 내용인데요.

지난 10년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OECD에서도 높은 편이에요. 평균 성장률보다 2배정도 높거든요. 그런데 고용률은 10년동안 OECD에서 중간에 머물러 있어요. 경제가 훨씬 많이 성장했는데 고용률이 정체에 머물러 있다는 거에요. 하나의 이유로 우리나라 산업구조로 보면 제조업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들수있어요. 제조업은 고용 창출 효과가 적거든요.  제조업 특성인 생산성 증가가 고용 축소를 야기해요. 무슨말이냐면 내부에서는 혁신이라는 움직임으로 10명이서 100개를 만들던 것을 200개를 만들면 효율이 좋아보이지만 수요가 늘지않는 이상 5명이 불필요하게 되는 꼴이 되는 거죠. 한국은 국내총생산에서 제조업이 33.8%로 OECD중 두 번째로 높아요. 그리고 서비스업 비중은 OECD중 세 번째로 낮아요. 서비스업을 언급하는 이유는 보통 제조업에서 방출된 노동을 서비스 부분이 흡수를 하거든요. 제조업에서 번돈을 서비스업에 써요. 그런데 서비스업 비중이 낮다는 것은 그렇게 되고 있지 않다는 거에요. '고용 없는 성장’이라고 부르는 것이 바로 이런 현상이에요.
그러면 제조업에서 번돈을 서비스업에 쓰지 않고 어디에 쓰고 있느냐? 직원들 임금으로 분배를 잘 하고 있느냐? 임금증가율을 보면 대충 답이 나와요. 10년동안 경제 전체는 45.6% 성장했는데 실질임금은 23.2% 올랐어요. 2008년에서 2012년까지는 더 심하게, 경제가 17%성장했고 임금은 2.5%밖에 안 올랐어요. 분배가 안되는데 경제성장해서 뭐하나요. 누구좋으라고.. 임금이 올라야 시장에 수요가 늘고 투자를 유인해서 고용을 창출하는데요 이것도 안되는거에요. 결국 기업만 돈을 쌓고 있는거죠.
게다가 그 돈을 올바르게 쓰지도 않아요. 우리나라 10대기업중에서 12년동안 투자자들 대상으로 주식을 발행해서 자금을 조달한 기업은 단 한 기업도 없어요. 주식을 발행해서 자금을 조달하려면 투자자들에게 경영 상황을 상세하게 공개하고 자금 조달 목적을 설명하고 해서 검증을 받아야는데 내부자금 사용하면 그냥 맘대로 할 수 있거든요. 이게 뭐가 문제냐면, 시장검증과 감독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도덕적 해이를 유발하는 요인이 될 수 있어요. 영화 베테랑에 나오는 사태가 발생하는거죠. 기업이 만들어낸 이익을 임금이나 배당으로 배분를 안하니까 가계소득이 줄고, 소비가 위축되니 투자가 안되고, 악순환 구조로 돌아서는거에요. 정부에서 간섭을 해야하는데 말이죠.

헌법 119조에는 이런 조항이 있어요.
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 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 

기업에 이득이 상당부분 돌아가고 분배가 안되고 있으면 정부가 나서야하는게 헌법상 맞다는거죠. 그런데 현실은 정부마저 그들편에 있고, 헬조선이라 일컬을 정도가 되어버렸네요.

그렇다고해서 마냥 손놓고 있으라는 얘기는 아니에요. 그래도 어떻게든 부딪혀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노력이 어디가진 않거든요. 저는 국내파라 쉬이 말할 수 없지만 국내에서만 보지말고 능력이 된다면 해외까지 안목을 넓히라고 얘기해주고 싶어요. "새파랗게 젊다는게 한 밑천인데" 라는 노래 가사가 있잖아요. 

후배님들. 얼마나 어려운 시기일지 솔직히 잘 상상은 안되요. 왜냐면 저는 이 정도까지의 고초를 겪어보지 않았으니까요. 저도 취업 경쟁속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중 하나고 마냥 쉽게 취업을 했던 세대는 아니라서 탈락의 씁쓸함과 패배감은 알아요. 그런데 그런 상태가 계속되면 얼마나 고통스러울지는 그냥 가늠해 볼 뿐이에요. 이 어려움들이 결코 여러분이 부족해서 무능해서가 절대 아니라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어서 이런 글을 쓰게 되었네요. 부디 잘 버텨내길 바래요. 좋은 세상 만들어 보려고 노력하는 분들이 곳곳에 아직 있어요. 잘 버텨내면 언젠가 이 어려운 시기를 꿋꿋이 버텨년 자랑스런 세대가 될지도 몰라요.
명절에 기죽지 말구요. 맛있는 것 많이 드시고 힘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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