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저는 14살 할배냥을 아기 시절부터 키워온 집사입니다. 현재는 친동생이 키우던 8살 여자 냥이까지 총 두 마리 키우고 있고요. 둘 다 애기 때 중성화를 마친 아이들이라 임신한 냥이를 겪어보지 못했어요.
저희 부모님이 경기도에 업장을 운영 중이신데, 업장 건축 공사 중일 때부터 그곳에 살던 터줏대감 냥이를 부모님이 밥주고 돌보신데다, 이후에 직원 분께서 데려온 고양이도 부모님이 한동안 맡아 돌보시고 하다보니 동네에 우리가 고양이 좋아한다고 소문이 났는지... 누가 임신한 고양이를 버리고 갔어요.
업장 부지 내에 살고 있는 고양이들이 많은데 지금까지 본 적이 없는 아이고, 사람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아서 누가 키우던 아이인 것은 분명합니다. 이 추운 날씨에 임신을 했다는 것도... 그동안 안 추운 환경에서 지냈으니 짝짓기를 한 걸로 생각되고요.
저는 고양이를 진짜 몹시 좋아하지만... 우리 애 하나 잘 키우키도 부족한데 밖에 사는 애들 내가 다 데려다 책임질 수 있는 것도 아니니 애초에 생각도 말자 싶어서 길냥이들에게 마음을 주지 않아요. 근데 얘는 진짜... 애가 너무 순하고 얌전하고... 보자마자 마음을 뺏긴다는 게 이런 건가 봅니다...
처음 나타난 날 밖에서 음식을 주워먹고 있길래 어머니께서 쫓으려고 문 열고 나갔더니 얘가 도망은 커녕 먼저 다가와서 애교를 부리고는 열린 문 사이로 그냥 냅다 들어가더랍니다;;; 그후로 실내에서 아예 눌러 앉아 사는 중이고요. 화장실 갈 때만 나가서 볼일보고 다시 알아서 들어와 지낸대요. 손님들 봐도 겁을 안 내고, 진짜 너무 얌전하고 조용히, 심지어 우아하게(?) 집냥이처럼 지내고 있어요. 처음 본 사람이 만져도 좋아하고요, 손을 잡아도 잡힌 채로 얌전히 있어요;; 집냥이 중에서도 완전 개냥이... (누군지 몰라도 이런 애를 왜 버렸을까요 ㅠㅡㅠ)
여튼 그래서 제가 어떻게든 돕고 싶은데 뭘 어떻게 해주면 좋을지 모르겠어요. 일단 곧바로 병원에 가서 엑스레이 정도는 찍어보려 합니다. 새끼가 언제 나올지, 몇 마리인지는 알아야 할 것 같아서요. 출산 박스도 검색해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만들지도 계획해뒀고요. 근데 그 이상은 어쩌면 좋을지 막막하네요... 새끼들은 인터넷으로 분양 받을 분들을 알아보는게 좋을까요? 어머니는 새끼만 낳으면 바로 중성화해주고 우리가 사료 정도는 계속 줄 수 있으니 그 정도까지만 하자 하십니다. 저도 얘가 원래 길에 살던 애면 그게 최선이라고 생각하는데, 길생활하던 애가 아닌 것 같아서...
사실 제 욕심은 엄마냥이는 제가 입양해서 키우고 싶어요. 근데 아기들까지 제가 다 떠안을 수는 없거든요. 새끼 고양이들은 인터넷으로 분양이 쉽게 성사되는 편인가요? 근데 혹시 막 무책임한 사람이 데려가면 어떡하죠? 그 전에 데려가겠다는 사람이 나타나긴 할까요? 엄마냥이는 또 우리 할배냥이랑 합사는 어쩔 것이며... 진짜 멘붕이에요 저;;;
임신 검진, 출산, 육묘, 분양 무엇에 관해서든 정말 어떤 조언이든 부탁드립니다 ㅠㅡㅠ 엄마냥이는 고등어고 건강 상태는 좋아보여요. 이빨이 아주 깨끗한 걸 보니 나이도 아마 갓 1살쯤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