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는 내내 머릿속에 떠오르던 생각은 '하.. 이 영화 한달만 빨리볼껄..'이었습니다.
처음엔 그저 기대했던 영화가 VOD서비스 시작했길래 부푼마음으로 클릭을 한것뿐이었는데 엄청난 후회가 밀려오네요.
일단 영화 내용을 돌아보자면 결국 여주인공은 지극히 정상적인, 불쌍한 아버지를 모시고 사는 효녀였습니다.
신기가 들려 이상하고 무서운 말을 한다는 소문, 이장에게서 벗어나고파 마을사람들로 하여금 이장을 의심하게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다 큰 딸의 방에서 남자의 신음소리가 나는걸 보아 아버지와 관계를 맺는 딸이라는 소문, 그 주인공은 다름아닌 이장이었습니다.
아버지가 매번 자살시도를 하던 것도 자신의 딸이 다른 사람도 아닌 이장에게,
그것도 자기 눈앞에서 당하는 모습을 보며 아무것도 못하는 자신이 한심해서였습니다.
이 영화에서 모든 소문의 표적이 되는 여주인공과 아버지는 따지고 보면 아무 잘못없지만 무참히 주윗사람들에게 짓밟히고 맙니다.
영화내내 보여주던 생매장당하는 돼지, 그 돼지가 자신들이 된것이죠.
이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사가 여주인공이말한 '너가 날 말로 생매장시켰잖아.'라는 말이었습니다.
영화 중반, 남주인공은 여주인공이 칼을 들고 자신의 아버지 방에 들어가는 장면을 목격합니다.
그것을 경관에게 말하게되고, 이는 삽시간에 소문이 퍼져 여주인공을 곤경에 빠뜨리죠.
그리곤 후회하지만 결국 소용없었습니다. 여주인공은 곤란해지고 상황은 악화되었었죠.
이 모습을 보며 전 제 자신의 모습과 비슷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도 한달전 좋아하던 여성분이 계셨는데 그 여성분의 친구가 제가 장난으로 말한 말때문에 큰 곤경에 처한적이 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제가 살아오며 무심코 던진말들이 너무도 많았습니다.
물론 전 제가 본 그대로의 사실만 말했을 뿐입니다. 하지만 의도는 완전히 다르게 와전되었고 결국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되버렸습니다.
그렇게 남주인공에 감정이입이 되어갔습니다.
하지만 영화 후반, 보건소 의사가 죽임을 당하는 장면에서도 똑같은 생각을 갖게됩니다.
보건소 의사또한 자기가 말한 그대로를 말했지만 그것이 원인이 되어 죽임을 당할만한 원한을 사게되죠.
여기서 머리가 복잡해지면서 충격을 받았습니다.
남주인공은 의도치 않은 소문을 내지만 반성하고 뼈저리게 후회하며 속죄합니다. 이러한 모습을 통해 다시 여주인공과의 사랑을 이어가죠.
저의 모습이 이러한 남주인공의 모습이라고 생각하며 마음속에서 스스로 위안을 얻었습니다.
나도 나의 가벼운 입으로 인하여 다른 사람이 피해를 받았지만 속죄하며 용서를 빌면 상대방은 용서해줄꺼라 생각했죠.
이 영화는 보기좋게 제 생각에 빅엿을 먹입니다.
의사도 남주인공과 똑같은 행위를 저질렀습니다. 하지만 죽임을 당하죠. 그냥 죽임을 당하고 묻히는게 아닙니다.
이장과 보건소 의사가 묻히는 것엔 큰 차이가 있습니다. 바로 보건소 의사는 도중에 깨어나 '생매장'을 당한다는 점이죠.
여주인공이 말했던 생매장시키던 사람들의 끝은 결국 자신이 저질렀던 것과 같은 '생매장'이라는 것을 말합니다.
속죄의 끝은 용서라고 생각한 순간 자신의 저질렀던 그대로 나도 당하게 될것이라는 속삭임을 듣게된 것입니다.
영화가 끝난뒤, 제 스스로 내면에 거울을 비춰보았을 때 실상은 남주인공의 모습이 아닌 보건소 의사의 모습이었습니다.
결국, 109분의 속삭임동안 뼈저리게 느낀 것은 함부로 말을 내뱉으면 안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어떤 후회도, 속죄도, 용서도 소용없었습니다.
그 끝은 자신이 했던 생매장, 바로 그것일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