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세시경 설핏 잠이 들었다가 다급히 울리는 벨소리가 너무나 소름돋아서 벌떡 일어났단다 너가 위험하다는 소식에 다시금 북받쳐오르는 눈물에 엄마아빠를 깨우고 언니를 깨우고 불과 네시간전까지 안고있었는데 설마 아니겠지 정말 진짜로? 하는 생각이 쉬이 머리속을 떠나지 못했다 그럼에도 마음 한구석에서 자라나는 불안의 싹을 애써 외면한채 도착했는데
별아 내 인생의 절반을 함께한 별아 넌 뭐가 그리 급했는지 도착하기 몇 분 전에 떠나버리더구나 우리 열한시까지는 눈도 맞추고 발버둥도치고 아빠 보고 좋아했잖아 혈당수치도 여전히 높았지만 조금은 내려갔다는 말에 안심하고 집에 갔잖아 이제 내일 퇴원하는거 아닌가 하는 설렘에 그제서야 배가 좀 고파와서 이 못난 주인은 니가 생사의 갈림길에 섰을때 난 입에 뭘 넣고 있었잖아 왜 그렇게 가버렸니 영빈이도 못 봤잖아 설까지만 버텨주지 오빠 온다그랬는데 그때 휴가라 그랬는데 뭐가 그렇게 급하다고..
싸늘히 식은 너를 상자 안에 넣어준걸 받아서 집에 데려왔는데 왜 난 아직 따뜻한 것 같니 눈도 못 감고 죽은 네가 마지막에 무슨 생각을 했을까 우리집에 와서 행복했니 못해준 것들만 너무나 생각이 난다 그래 어쩐지 엊그제 산책갔을때 그렇게 고집을 피우더니 난 말 좀 들으라고 혼냈는데 얼마나 내가 원망스러웠을까 그래서 마지막까지 눈도 못 감고 그렇게 갔니.. 언니 얼굴 한 번만 더 볼 수 있었잖아 왜 거기서 그렇게 혼자 쓸쓸히 가버려 아냐 별아 다 언니 잘못이야 내가 하루만 아니 일주일만 일찍 알아챘으면 달라졌을까
네가 없는 집이 숨쉬기조차 버겁다 이 작은 집에 더 작은 네가 없어졌을 뿐인데 왜 이렇게 커보이는지 모르겠어 앞으로 난 어떻게 살아야할까 갑작스레 찾아온 이별이 실감이 안난다 다음날 눈을 뜨면 넌 여전히 내 머리맡으로 와서 일어나라고 밥달라고 짖겠지 그래 그럴거야 그렇게 믿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