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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이명박 회사의 직원이 아니다(다음 아고라 펌)
게시물ID : humorbest_19666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안습
추천 : 128
조회수 : 1956회
댓글수 : 0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08/04/22 17:50:17
원본글 작성시간 : 2008/04/22 17:10:08

난 이명박 회사의 직원이 아니다.

 

이제 이명박을 대통령이라고 부르지 않기로 했다.

그동안 비록 내가 찍지 않았고, 말이나 행위에 문제가 많긴 했지만 절차에 따라 대통령이 되었기 때문에 마음에 들지 않는 게 많더라도 내가 쓰는 글에 꼬박꼬박 이명박 '대통령'이라고 불렀다. 그게 싫으면 그냥 MB라고 했고...




하지만 이번에 미국에 가서 미국의 경제인들을 만난 자리에서 스스로 대한민국 회사의 CEO라고 불렀다고 한다.

 

난 CEO를 대통령이라고 부르고 싶지 않다.

기업 생활을 한 지 20년이 넘어 버린 지금, 사실 기업의 CEO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떤 위치에 있는지 너무나도 잘 안다. 

특히 대기업 CEO의 역할이라는 게 어떤 건지, 특히 1991년에 현대건설을 끝으로 기업 CEO를 끝낸 이명박이 어떤 식으로 CEO 노릇을 해 왔고, 그가 지금 말하는 대한민국회사의 CEO라는 것을 본인이 어떻게 이해하고 행동하는지도 잘 안다.

 

내가 삼성사람들이야 이병철을 선대회장, 이건희를 꼬박 이건희 회장이라고 부르지만, 기 업의 돈을 쌈짓돈 주무르듯 하면서 우리나라 사회의 지배층을 돈으로 부패시키고, 지 자식에게 물려 주기 위해 온갖 반사회적 짓을 저지르면서도 법 위에 군림하는 그런 인간, 그러면서 한번도 반성도 하지 않는 그런 구제불능의 인간을 그냥 이건희라고 불렀듯이 이명박도 이제 이명박이라고 불러야겠다. 내 품위를 떨어뜨리지 않는 수준에서 좀더 심한 말을 해도 별 무리는 없어 보인다.




아참 헷갈리지 말기 바란다. 이명박이 말하는 CEO란 보통 말하는 전문경영인이 아니다. 오너 CEO를 말하는 거다. 지가 대한민국의 오너라는 거지.

 

왜 대한민국 대통령이 대한민국 회사의 CEO가 아니어야 하는지 살펴 보기로 하자. 

 

1. 기업은 민주주의를 원칙으로 하지 않는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그렇다. 민주주의를 근간으로 한다. 기업은 일반 민주주의와 다르다. 민주주의의 근간은 투표이고, 투표는 1인 1표를 기반으로 한다. 주식회사는 1주 1표이고, 돈 많은 한 사람이 많은 주식을 가질 수 있다. 보통, 평등의 원칙이 기업에서는 이뤄질 수 없다. 쉽게 말하면 돈 많은 게 장땡이다. 





기업에서의 그 바로 하위 원칙이 직위에 따른 권한이다. 아래 직위가 감히 상위 직위에게 어떤 말을 한단 말인가? 나갈 각오를 하지 않으면 아주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국민은 기업의 직원이 아니다. 국민이 대통령을 뽑고, 감시한다. 민심의 바다라는 게 바로 그런 거다. 이명박은 그런 걸 이해하지 못한다.

 

 

2. 기업의 CEO는 언제나 옳다.

 

CEO도 사람인 이상 틀릴 수 있다. 하지만 오너 사장은 언제나 옳다고 주장해도 아무도 할 말이 없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는 수밖에. 정주영, 이건희 지 맘대로 할 수 있는 구도를 만든 뒤에는 제 맘대로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주위에서 웬만큼 떠들어도 신경 안쓴다. 지가 감옥에 갈 상황이 되어야 들은 체 한다.


 

도리어 그렇게 떠드는 넘들은 승진 안 시키거나 연봉 안 올려 주고, 왕따시키고 감시한 뒤에 제 발로 나가게 만든다. 안되면 해고하고. 이런 인간의 특성은 주위에서 제 맘에 안든 얘기를 하는 사람들을 아주 싫어한다. 주위에는 예스맨을 가득찬다. 기업의 특징이다.


 

금방 이명박이 떠 오를 거다. 이명박은 대통령이 된 뒤부터 항상 자기가 옳다고 주장한다. 자신에게 투표하지 않는 국민들, 자신의 반대파나 반대 의견도 국민을 위해 정책으로 받고 보완하는 정치인, 대통령과는 품종이 다르다

 

3. 기업은 돈(이익)을 추구한다.

 

당연하다. 기업의 목적은 이익을 내는 것이므로. 그나마 세금 잘 내고, 고용을 많이 창출하면 좋은 기업이다. 요즘 사회공헌, 지역사회 기여 등을 떠들지만, 사실 알고 보면 이익을 잘 내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다.

 

특히 이명박이 CEO할 때는 그런 것도 없었다. 탈세를 하든, 뇌물을 갖다 바치든, 노조를 칼로 찌르든, 영업 이익을 줄이든, 총수(CEO)에가 많이 갖다 바치면 된다. 그게 바로 명박이 말하는 경제(!)다.

 

이명박이 분배에 별 관심이 없고 무지한 건 이런 배경이 있는 거다. 일단 기업이 많이 벌면 직원들도 많이 받든 어쨌든 좋은 거지 그 이상 뭐가 있나, 하는 생각이다. 부자가 많이 벌면 떡고물이라도 떨어 뜨려 주지 않겠어? 명박이 마음이다.

 

 

4. 기업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는 효율이다.


기업은 한정된 자원에서 가능한 한 적은 비용으로 최대한의 이익을 내려는 조직이다. 그게 바로 효율이다. 그래야 이익이 많이 난다. 기업 내 곳곳의 비효율을 제거하려고 온갖 짓을 다한다. 비정규직 많이 만드는 것도 다 비용을 줄이려고 하는 거다. 물론 개별 기업의 비용은 줄이고, 사회적 비용은 엄청 늘어나지만 기업은 별 관심없다. 매출 규모가 늘더라도 도리어 고용이 줄어 드는 것은 기업의 효율이란 측면에서는 아주 잘 하고 있는 거다. 일자리가 필요한 국민의 입장에선? 영 *같은 거지.


 

민주주의, 문화, 교육, 의료, 환경, 정의, 평화, 통일, 노동, 양극화, 이런 거, 모른다. 아니, 알고 싶지도 않다. 그런 건 단기적으로 돈 버는 데 장애다. 비효율의 원인일 뿐이다. 헌법에 보장되어 있는 집회와 시위가 사라지고, 노조가 조용해지면 경제 성장이 1% 이상 된다는 이 해괴한 논리의 배경에는 21세기 한 나라의 대통령에 어울리지 않는 1980년대 CEO 이명박의 일천한 가치관이 있는 것이다.

 

 

5. 기업은 기본적으로 상명하복의 조직이다.

 

명박이 두 달 동안 하는 거 다 봤지? 여의도 정치 혐오증이라는 게, 지가 CEO인데 지시하면 아랫 것들이 일사불란하게 재벌기업처럼 움직여야지, 이런 저런 잡소리가 나오는 건 말도 안된다.

 

사장이 원하면 비서실에서 논리 만들고, 숫자 만들고, 추진 계획 세워서 보고한 뒤, 사업부에서 추진하면 되는 거지, 왜 이렇게 말이 많나? 한나라당, 좀 조용히 해라. 이게 지금 이명박의 솔직한 심정일 거다. 그 심정 내가 잘 알지...

 

이명박은 앞뒤 가리지 않는다. 법에서 보장하는 임기도 무시하고 공기업 사장들 사표 받아서 짜르고, 감사원에도 으름짱 놓고, 마음에 안 드는 공무원도 내 보내고, 대한민국 농림부라는 곳에서 미국 축산재벌을 보호하기 위해 별 짓 다한다. 잘못하면 사장한테 짤리니까.

 

한 국가와 정부는 법에 따라 움직인다. 하지만 이명박은 법을 무시한다. 지금 이건희가 법 무시하는 거 봤지? 게다가 이명박은 이건희 한 수 위인 대통령인데...


6. 기업은 약자를 돌보지 않는다. 약자를 내 보낸다.

 

기업광고 때는 사회적 약자와 함께 하는 듯이 그럴싸하게 하지만, 장애인 고용촉진법에 따라 고용은 하지 않고 벌금을 내고 만다. 규제가 있다 하더라도 벌금 내고 만다. 한 사회가 제대로 작동하기 그런 규제조차도 풀어야 한다고 한다.


 

한 나라는 그러면 안된다. 사회에는 생활보호대상자도 있고, 장애인도 있다. 가난한 사람, 비정규직 노동자, 농민, 어민, 태안주민, 노숙인, 월세나 전세사는 사람들 등 수많은 사회적 약자들이 있다.

 

세금이나 건강보험, 국민연금과 같은 소득의 재분배 기제를 통해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것이 국가와 정부의 중요한 존재 이유이다. 기업의 생리와는 맞지 않다
요즘 명박이가 떠들어 대는 것이 국민의 눈으로 이해가 안되는 중요한 이유다.


 

7. 기업은 역사와 철학이 중요하지 않다. 특히 저질기업일수록...

 

명박이 일본 '천황'이 우리나라 방문해도 좋다고 얘기했다. 주일 한국대사관 홈페이지에는 독도얘기가 없어졌다고 하고.




역사와 철학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업이 희귀하게 있다. 하지만 절대 다수의 기업에게는 역사와 철학이 중요하지 않다. 철학은 오로지 사업이 잘 되게 하기 위한 것만 필요할 뿐이다. 눈 앞의 이익을 좇아 다닌다. 중장기 계획은 다 이미지 놀음일 뿐이다.

 

이명박이 자꾸 '실용'이라고 말하는 거 왜 그런 줄 아나? 자신의 '사업'이 잘 되는 거면 뭐든지 '실용'인 거다. 거기에 실용주의의 철학적 바탕이나 역사를 말해 봐야 아무 소용 없다. CEO 중에서도 불도저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1980년대 사장 이명박이 그걸 알 리도, 알고 싶을 리도 없다.

 

미국이건, 일본이건, 그게 다 비즈니스 파트너일 뿐이다. 게다가 미국은 명박이 숭배했던 나라 아닌가!!! 그 나라 대통령의 별장을 대한민국 대통령 '최초'로 가다니!!! 정말 감지덕지일 뿐이다. 


 

일본이 보는 일제강점기 역사의 진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다르다. 독도도 그렇고. 하지만 이명박에게는 이런 거 다 필요없다. 돈 버는데, 그런 게 뭐가 중요하나! 맹박이 심정 알겠지?

 

 

사실 그래서 기업의 CEO가, 시장이든 대통령이든 사회 전체를 바라보는 안목이 필요한 자리에는 적합하지 않다. CEO는 기본적으로 돈과 효율이 가장 중요한 자리이기 때문이다.

 

난 이런 명박이 회사의 직원이 되고 싶지 않다. 명박이 지가 CEO라고 떠들어대지만, 난 정말 그런 자가 CEO로 있는 회사의 직원은 되고 싶지 않다. 특히 이 나이에...

 

그래서 최소한 내 의사 표시로 명박이를 대통령이라고 부르지 않기로 했다. 대통령이면서 CEO라고 하니, 그를 대통령이라고 부르면, 그런 자가 CEO인 회사의 직원이 될 것 같은 더러운 기분이 든다.




추신: 회사의 중장기를 고민하고, 직원들의 동기 부여를 통해 상생의 기업을 만들어 가고자 하는 CEO가 아주 희귀하지만 있다는 걸 내가 안다. 그런 분들께는 박수를 보낸다. 



짤방설명

이명박 CEO가 있는 회사의 직원이 된 것을 슬퍼하는 김태연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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