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미래가 보인다.

오늘 불륜남을 만나러 가려고 입은 아름다운 드레스를 볼 수 있듯이, 선명하게 보인다.

가방을 꼭 붙들고 눈은 테이블 아래로 깔고 있는 모습까지도.

 

친절하게 웃으며 우리의 음료를 리필해주는 웨이터의 미래도 보인다.

일이 끝나면 차에 주차위반딱지가 붙어있는 걸 보게 되고, 그 이후엔 집에 가서 아내에게 한소리를 듣게 된다.

잊지 않고 팁을 많이 줘야겠다.

 

우리 맞은 편에 있는 어린 소녀의 미래도 보인다.

내일은 저 소녀의 생일이고 어딜가나 늘 데리고 다닐 곰인형이 생긴다.

얼마나 행복해할지 상상하니 미소를 지울 수가 없다.

아내에게 시선을 돌리자 방금까지 느꼈던 짧은 행복감이 사라진다.

그녀는 긴장하며 물 한모금을 마시더니 이렇게 말했다.

"나 오늘 밤에 늦게 들어갈지도 몰라. 일이 너무 많이 남았어."

 

그녀의 미래가 보인다.

이 식당에서 나가서 좀 걸어가다가 자기도 모르게 도로로 들어서고 차에 치인다.

피가 흩뿌려진 가방은 길 건너편까지 날라가고 운전을 했던 사람은 앞유리에 달라붙은 신체 일부를 보고 충격을 받아 비명을 지른다.

 

지금 이 순간, 그녀의 불행한 운명을 바꿔줄 생각이 들지 않는다.

아내의 배신이 주는 고통이 너무나도 크다.

난 거짓말을 했다.

 

"기다리고 있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