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친해지려던 분께 고백을 했어요. 버스 정류장에서 그분이 제 막차를 기다려줄 때였죠. 그런데 그분은 갑작스레 정색을 하면서 거절하고, 마구 불편해하더니 먼저 가보겠다며 횅하니 가버렸어요. 다행인게, "난 왜 안되는데?" 라던가, "다시 한 번 생각해볼래?" 따위의 말은 하지 않았어요. 연애란 건 무슨 문제풀이처럼 틀린 이유 고친다고, 오답이 정답 되는 게 아니잖아요. 그래서
응, 아쉽네 하면서 쿨한 척하는 게 뻔히 보이게 보내줬어요.
근데 그러고나서 그분한테 오히려 미안해지네요. 고백하지 말아달라는 눈치를 꽤 여러번 줬지만, 전 꼭 고백하고 말겠다는 맘으로 왔거든요. 그분이 바라던 대로 그냥 편한 오빠로 남아줄걸, 하는 후회가 또 생기네요. 고백하고 차이면 후회 없을 거라더니, 이 거짓말쟁이들!
나름 대사건이었지만 애써 무덤덤한 표정으로 있습니다. 그래도 뭔가는 바뀌어야 할 것 같아서, 한 가지 결심했어요. 차인기념으로 담배를 끊어보려구요. 마크트웨인도 이런 말을 남겼다죠? "금연만큼 쉬운 일은 없다. 난 백번도 넘게 해봤으니까."
물론 저도 여러번 시도했지만, 원래 금연이란 게 어떤 심적으로 커다란 충격이 있을 때 성공하기 쉽다고 하더라구요. 금연이라도 성공하면, 결과적으로 고백하길 잘했다며 혼자 위안 삼을 수는 있을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