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작년에 올렸던 글인데 그때 가입하지 않고 올린 글이라 제 아이디로 다시 올리고 싶어서 다시 올립니다^^ 보셨던 분께는 대단히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실화입니다 별로 무섭진 않습니다 저는 군생활을 논산훈련소에서 조교로 복무했습니다. 일병으로 갓 조교 업무에 익숙해져 있을 무렵이었습니다. 새 기수 훈련병들이 들어온지 얼마 되지 않았던 때였죠
하루는 좀 고약하고 장난끼 많은 상병 고참이 와서 4소대 담당 고참한테 말했습니다 "야,야 4소대 너네 귀신보는애 있대매 ? 몇번 훈련병이야?" 고참은 옆을 지나치던 저와 또 일병 고참을 한명 더 붙잡고 4소대 쪽으로 향했습니다. 4소대 4생활관에 들어가보니 뭐 다를바 없이 머리 빡빡 깎은 훈련병들이 개인정비를 하고 있었죠.
귀신을 본다는 훈련병을 보니.. 별 다르게 생김새에 특징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마 중앙에 점이 하나 있고, 그냥 저냥 어찌보면 신통하게 생겼더군요.. 얼굴에 공포스럽거나 미묘한 느낌은 없었습니다. 어머니가 무속인 일을 하신다고 했습니다.. 무당이시죠.
상병 고참이 질문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야, 너 귀신본대매??" "... 예" "여기도 귀신 있어??" " 예"
잠시 침묵. 옆에 있던 훈련병이 말했습니다. "야 너 귀신 있는 곳에서 귀신 얘기 하면 좋지않대매??" 라고 물으니 착한 귀신(?)들 이라 괜찮답니다. 선한 성향을 가진 귀신들은 괜찮다고 하네요. "여기 무슨 귀신이 있는데?" 고참이 물었습니다. "... 38년 전 군인 남자 하나가 창가 쪽에 서 있습니다" 진짜냐고 확실하냐고 고참이 다그치니까 맞답니다.. 다시 물어보니 지금은 관물대 위에 올라가 있다고 하더군요. 그 훈련병의 말을 들어보니 귀신은 어디에나 있을 수 있답니다. 나무위에도 있고, 그냥 바로 옆에도 있고, 하는 말이 악한 귀신과 그냥 저냥 착한 성향의 귀신이랑 구분이 된다고 하더군요.
뭐 미심쩍긴 했습니다. 사실이든 아니든 재미삼아 고참이 데리고 나와 훈련병 생활관을 쭉 한번 돌아보기로 했습니다.
거의 뭐 없더군요. 귀신이 하나도 없나 싶다 느껴지며 거의 마지막에서 두번째 생활관에 도착했을 즈음 "여기는??" "......" 이 훈련병이 대답이 없더니 갑자기 피식_ 웃더군요.
"왜!? 왜!? 뭐 있어??" "... 커튼 뒤에 있습니다." 왜 웃었냐고 물어보니 어떤 여자 귀신이 생활관 창문 커튼뒤에 숨어있는데 고개를 빼꼼_내밀어서 쳐다보다가 숨었다가, 쳐다보다가 숨었다가를 반복해서 그게 웃겨서 웃었답니다. "오오...." 따라다니던 고참들이 신기해하더군요. 쪼금 신기하면서 오싹하긴 했습니다. 저는 짬이 안되서 그다지 반응은 못했지만요
다 돌아보다 마지막으로 1소대 1생활관을 보고 소대장실(2생활관과 3생활관 사이 당직 분대장이 취침 소대장실이 있습니다)을 봤습니다. "여긴 있어..?" "......." "있어!?"
있답니다. 누구냐 하니 6살 짜리 여자애 하나가 쭈그리고 앉아 턱을 괴고 이쪽을 보고 있답니다. 그때 기분이 조금 오싹하더군요. 괜히 오바하는건지 진짜로 무서운건지 그 고참은 설레발 치며 무섭다 진짜냐 난리를 쳤습니다. "야 다시 봐바 다시다시" 이 훈련병이 다시 보고 나왔는데. 지금도 있냐고 하니 지금은 쭈그리고 앉아있긴 하는데 양 무릎 사이에 고개를 묻고 있다는군요. 그 날 그 고참이 당직분대장이었는데 무섭다고 난리를 쳤었습니다.
다음날, 4소대가 배식 소대였습니다. 취사장에 밥 먹으러 갔을 때, 그 귀신을 보는 훈련병은 1찬이라 1찬배식을 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식판을 들고 반찬을 받으며 그냥 아무렇지 않게 또 궁금하기도 하니 물어봤습니다. "야 여기는 있냐??"
별안간 갑자기 훈련병의 표정이 어두워지고 굳더군요. 별안간 식은땀이 줄줄 흐를 것 같은 표정이었습니다. 깜짝 놀란 저는 그냥 알았다 됐다고 하고 빨리 지나갔습니다.
나중에 막사로 돌아와서 그때는 말하면 안좋은 상황이었냐고 물어보니, 고개를 끄덕끄덕 하더군요.
그 이후로는 저는 1소대 담당이라 그 훈련병을 계속 만나거나 보지는 않았습니다.
진짜 귀신이 세상에 있나, 싶더군요.
번외로 훈련병들을 데리고 큰 강당에 정신교육을 갔을 때였습니다. 훈련병들을 다 앉혀놓고 조교들은 뒤에 앉아서 잠시나마 졸음으로 잠을 청했는데 저도 왼쪽으로 턱을 괴고 졸고 있었죠. 별안간 바로 제 왼쪽 귀에다 대고 누가 묻더군요 "자~? 자~? 자~?" 순간 고개를 들어 왼쪽을 보니 아무도 없었습니다. 오른쪽을 보니 한칸 너머 후임 녀석이 졸고 있습니다. "야, 너 무슨 말했냐?" "잘못들었습니다???"
아무도 저에게 말을 건 사람은 없었습니다.
조금... 소름 돋더군요. 분명 누군가 자냐고 물었는데 말이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하루 마무리 잘하시고 내일 출근하셔야 할텐데 기운들 내시고 좋은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