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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공부]미국에서의 1318 솔로부대 탈영기....
게시물ID : humorstory_12137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세상공부
추천 : 13
조회수 : 375회
댓글수 : 8개
등록시간 : 2006/07/12 15:07:12
 오유에 계신 많은 솔로분들과 지금까지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며 '커플 별거없다' 는 골방 환상곡의 워니님의 철학을 철저히 믿으며 살아온 나.

 그러나 나도 어쩔 수 없는 남자이다. 나이 19살, 한창 혈기 넘치는 청춘, 호르몬 분비는 어쩔 수 없는 자연현상......

 세상 공부한다고 교환학생 시절부터 미국으로 건너온지 3년째...... 정말 모든 걸 다 겪어봤다. 미국, 정말 남녀 구별이 없는 사회 분위기 하나는 칭찬해 줄 만 하다. 그러나 문제는 그 도가 좀 지나치다는 것. 오히려 그런 모습들이 좀 보기 싫어서 오히려 1318 솔로부대 우수대원으로까지 추천될 정도로 나는 여자에 대한 관심을 끄고 살았다.

 그러다가 '첫 데이트' 약속을 받아내고 난 후 오유에 올린 글에 대한 답변을 주신 고마운 분들로부터 많은 기대를 얻고 첫 데이트를 치루는데 성공했다. 사진도 올렸었다. 지금도 자료가 남아있을런지는 모르나, 손도 잡았다. 그러나, 그게 탈영을 의미하지는 않았다. 그저 친구는 친구일 뿐이라고 ㅠ.ㅠ

 어쩔 수 없이 대학까지 끌어가야 하나 싶어 거의 포기하다 시피하고 유학생활을 하던 나......

 드디어 어제 쨍~ 하고 해 뜰 날이 왔다.

 고등학생들을 위한 미국대학 여름학교을 위해 먼 뉴욕까지 날아와서 만난 그녀......

 문제는 한국인 유학생도 아니고 순수 미국 여학생......

 금발의 단발머리에 안경을 쓴 하얀 얼굴이 귀엽다 싶고, 늘씬하고...... 웬지 도도할 것 같은 인상.

 그런데 물어보니 겨우 3주동안 여기 다닌단다. (나는 6주)

 '에라이, 3주는 너무 짧다. 게다가 이런 여자애한테 남친이 없을 리가 없고.'

 이렇게 그냥 단정지어 버리고는 2주를 그저 밥 먹을 때 같이 이야기 나누는 정도로 낭비(?)해 버렸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귀엽고 편한 그녀...... 용기는 안나고......

 그러던 어제 저녁, 학교에서 다국 간식 파티가 있었다. (우리나라 식혜도 주더라. 롯데잔치집식혜 ㅡㅡ;)

 여전히 몰려 지내던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이야기를 나누는데 내가 불 줄 아는 아이리시 휘슬(타이타닉 주제곡 전반부에 흘러나오는 그 피리소리 기억하는가? 바로 그 악기다)과 바이올린을 연주해 주었더니 그녀, 황홀한 표정을 지으며 내 옆을 떠나려 하지를 않는다.

 '헛, 이런 반응 나타낸 애는 아직까지 본 적이 없는데?'

 몇 곡 더 들려주는데 지겨운 기색도 없고 계속 미소 띈 얼굴로 날 바라본다. 나는 기왕 분위기 잡는 김에 화끈하게 잡는다고 노래까지 불러줬다. (가수급은 아니더라도 노래방 가서 발라드곡 하나 쏴서 분위기 잡을 실력은 된다고 믿는다.)

 "How do I say goodbye~~"

 흘끗 바라봤는데 아직도 황홀한 표정의 이 여학생......속내가 무엇이란 말인가?

 "너 정말 잘 부르는구나."

 이 말 한 마디를 시작으로 대화를 푸는데, 이게 웬 걸, 친구들까지 오늘따라 도움 될만한 질문들을 적절히 날려준다.

 "바이올린 12년째면, 설마 5살때부터 한 거야?"

 우선 내 나이를 밝힐 수 있는 기회.

 "아니, 7살 때부터 했지."

 그랬더니 놀란 그녀.

 "어머, 그런데 아직도 고등학교에 있는 거야?"

 그와 동시에 내 과거사를 모두 털어놓았다. 한국서 2년반 고딩수행, 1년 교환수행, 2년 유학수행......

 그 때 내가 날린 결정타 하나......

 "바빠선지 인기가 없어선지 여자친구는 한 번도 없었지."

 그 말에 누구보다 더 놀라는 그녀......

 "어머, 진짜? 에이, 설마......"

 "아니야, 진짜. 한 번도 여자친구 없었어."

 "정말? 너같이 쿨한 애를?"

 헛, 나 보고 쿨하다고 했다...... (오해하지 마십시오. 그대로 옮겨적는 겁니다.) 분위기가 왠지 괜찮다 싶은데......

 "ㅋ, 글쎄, 쿨한 거하고 인기 많은 거하고는 상관없지 않나?"

 "에이, 인기 많아서 콧대 높이고 다니는 애들보다는 낫지."

 친근하게 다가오는 그녀. 웬지 뭔가 낌새가 이상타......

 이 때 좋은 아이디어 하나 떠올랐다. 친한 여학생 한 명에게 자주 해주던 안마술 발휘!! ㅋ, 이거만큼 좋은 스킨쉽이 없지 (음흉한 놈 ㅡㅡ;)

 "저 친구한테 매일 맛사지 해줬는데, 받을 때마다 내 무릎 위에서 그냥 자버리더라구."

 내가 이렇게 말하자 크게 웃는 그녀.

 "한 번 받아볼래? 피곤한 것도 좀 풀리고 도움이 될걸??"

 그러자, 기다렸다는듯이 서슴없이 그 여학생은 나한테 등을 내밀었다. 그 때 갑자기 작년 생각이 나더라. 한 여학생한테 해 준답시고 안마를 해 줬는데 너무 세게 해줘서 한 대 맞았다 ㅠ.ㅠ (미식축구 같이 하는 친구들과 어울리며 다니더니 팔힘만 세졌다 ㅡㅡ;)

 그래서 살살 눌러주고 정성스럽게 문질러줬다.

 그러는 동안 파티가 재미없었는지 다들 떠나버리고......

 어깨가 다 끝나자, 아예 내 무릎 위에 머리를 배고 누워서 손 안마를 받는 그녀......

 "아까 내가 여자친구 없다니까 놀라던데, 너는 있는가 보구나?"

 내가 묻자, 놀랍게도 그녀의 대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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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지금까지 한 번도 남자친구 안 사귀어 봤어."

 허걱! 신이시여, 이게 진정 사실이나이까?!

 "저, 정말? 에이, 설마......"

 "정말이라니까. 남자애들이 날 이상하게 무서워해. 짧은 머리 때문인지, 아니면 내 공부버릇 때문인지."

 "ㅋ, 바보들이네. 너같은 여학생을 앞에 두고도 무시하고."

 살며시 웃음을 짓는 그녀. 그 때, 갑자기 내 손을 끌어서 자기 목과 어깨에 내려놓는다.

 "모모, 너 정말 너무 편하다. 막 졸음이 와."

 순간 흠짓 놀랐다. 그런데 나도 웬지 모르게 마음이 편안해지고...... 이 열 여섯 꽃같은 여학생이 내 무릎을 베고 누워있다는게 꿈만 같고......

 손이 차갑길래 계속 쓰다듬어 주고 있을 때, 용기를 내어서 물었다.

 "한 가지 물어봐도 되니?"

 그러자 얼른 고개를 들며 나를 바라보는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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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기, 내 여자친구가 되어주겠니?"

 '부탁한다(please)' 라는 표현까지 곁들여서 나는 그녀에게 물었다. 그러나 이미 2주가 지나고 이제 단 3일밖에 안남은 상태. 가망이 없을 거라 믿었다.

 "남은 3일동안?"

 이 때 잠시 망설였다. 괜히 물어봤나. 그러나 여전히 웃고 있는 그녀...... 나는 내 이성관에 대해 말해주고는 이렇게 대답했다.

 "난 그렇게 짧게는 사귀지 않아. 항상 도와주고 싶지. 3일 이후에도 여자친구로 남아줄래?"

 그러자, 놀랍게도 그녀는 내 뺨에다가 키스를 했다.

 "정말 고마워 ㅠ.ㅠ"

 거의 울기 직전까지 가는 그녀. 드디어 솔로부대 탈영인가...... (그 어디에도 헌병대는 없었다. 여긴 미국이다.)

 난 영화에서나 보던 그 입술 대 입술 키스를 이 날 처음 해 보았다. 서로가 믿기지 않는지 우리는 서로를 계속 안고서 한참을 그렇게 있었다.

 19년만의 솔로탈영......

 서두르지 않겠다. 먼 곳 까지 와서 만나게 된 그녀. 졸업하면 스탠포드 대학교 진학이 꿈이라며 당차게 말하는 금발머리의 이 여학생 (이러니 내가 공부 안할 수가 없지 ㅡㅡ;)

 항상 내가 지켜줄게.

 P.S - 조만간 사진도 올릴 예정이니 기다려주세요. 제 디카가 고장이 나서 ㅠ.ㅠ

 그리고, 공부도 게을리 하지 않고 열심히 해서, 지난 번 독립운동가의 이름에 얽힌 사연 때 드린 결심 반드시 지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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