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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위로좀 ...
게시물ID : humorbest_1969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음..
추천 : 37
조회수 : 1833회
댓글수 : 4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03/12/28 05:52:01
원본글 작성시간 : 2003/12/24 17:45:37
 강아지 좋아하시는 오유인 분들께 그나마 위로 아니 제 죄책감이라도 토로하고자
 글을 씁니다. 
 오늘 집에서 키우던 포매라니안 한마리가 하늘나라로 갔습니다. 

 7년전에 저희집에서 태어나서 계속 한집에 살았던 강아지인데 며칠전부터
 베란다의 자기 집에서 불러도 안나오고 좋아하는 치즈 줘도 안오고 하더니..

 아까 아침에 보니 집안에서 꼼짝도 않고 누워서 불러도 바라만 보고 있길래
 데려다가 목욕 시켜주었는데 힘도 없이 물도 안털고 가만히 있고...

 다시 집에 넣어주고는 심란한 상태에서 아까 오후 4시쯤 다시 집안을 들여다보니
 그만 떠나 있더군요. 눈도 다 못감고 반쯤 떠서는... 처음엔 아 결국 죽었구나
 그 생각 밖에 안나더군요. 한숨만 나오더군요. 만져보니 아직 몸은 살짝 따뜻했고...

 살짝 달력으로 싸서 강아지 안던대로 안아올려서는 눈을 감겨주는데...
 갑자기 눈물이 울컥 나더군요. 헉 지금 또 눈물이...
 살아있을때 이렇게 꼬옥 안아주었던 적이 언제였는지... 눈을 살짝 뜬 얼굴
 을 보니 꼭 아직 살아있는것 같아서 가슴이 미어졌습니다. 

 지금 죄책감에 미치겠습니다. 죽는 그 순간만이라도 사람 곁에 두고 가는 길을
 지켜봐 주었어야 했는데.. 아까 방안에 들여놓고 곁에서 보아주었어야 하는데..
 혼자 죽는 것만큼 외롭고 슬픈 일이 또 있을까.. 결국 마지막에도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어리고 젊을때는 예쁘다고 방안에서 키우면서 안아주고 좋아하다가 새로 낳은
 강아지들이 생기고  늙어 볼품없어지니 베란다에 내놓고 별 신경도 안쓰다가..
 결국 가는 길도 못보아주고 혼자 쓸쓸히 죽도록...

 결국 자신은 강아지 자체를 사랑하는게 아니고 그저 모양 이쁘다고 감상용으로
 곁에 두다가 더 예쁜것 생기면 저만치 밀어버리고 신경도 안쓰고...과연 개들을
 이뻐해줄 자격이나 있는 건지 ... 생각할수록 진짜 나쁜놈이고 결국 마지막까지도
 그렇게 혼자 가게 만들었다니 진짜... 미쳐버릴것 같습니다. 돌이킬수도 없고..

 어릴때 처음 태어났을때.. 착한 성격때문에 더 좋아하고 귀여워해주었을때..
 처음 새끼낳을때 서툴러서 나오다 만 새끼를 매달고는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안절
 부절 못했을때.. 베란다에 나가고 나서는 가끔 밖에 내다보거나 하면 사람이 그리워
 서 달려와서는 매달리고 ... 얼마나 사람이 그리웠을지... 결국 마지막 순간에도..

 글쓰면서 돌이킬수록 마음아파지고 눈물나서 안되겠군요. 어차피 생각할수록
 괴롭기만 하고 되돌릴수도 없는 건데...
 
 12월 24일.. 좋은 곳으로 갔겠죠. 비록 하찮은 미물이라 생각하시더라도 한번쯤
 좋은 곳으로 가기를 바라는 마음이라도 가져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우리 강아지 이름은 '지나' 였습니다. 

 지나야 미안하다 그나마 뒤늦게 좋은 곳으로 가라고 빌어주고 눈물흘려주는게
 마지막으로 내가 해줄 수 있는 유일한 일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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