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시간은 다르게 흐른다
새퍼드를 닮긴 했지만 관리가 되고 있는 개인지 그냥 떠돌다가 정착한 것인지 헷갈리는 용모의 커다란 개가 부대 내에 있었어요. 어느 부대인지는 군사 비밀이에요.
선임이랑 작업을 하고 있을 때 예의 그 개가 나타났어요.
선임이 옆에서 제 어깨를 툭! 치시더라고요.
이병 홍길동
관등성명이 바로 튀어나오죠. 그때는 쫄병이라 기합이 잔뜩 들어있었거든요.
경례안하냐?
짧은 시간 머리를 계속 굴렸어요.
‘경례...경례라... 옆에서 같이 작업하던 선임한테 시간마다 경례해야 하는 건가? 그건 안배운 것 같은데...’
야 경례 안하냐고
저는 영문도 모르고 선임을 향해 똑바로 서서 거수경례했죠.
피식 웃으시면서 야 임마, 누가 나한테 하래?
저기 저 개 안보이냐? 저 분이 짬밥이 몇넌인데, 사람나이로 쳐도 행보관보다 많아. 경례드려라.
저는 속으론 어처구니 없어 했지만 이미 경례는 마친후였죠. 필승!!
여기 자기보다 빨리 늙고 먼저 죽는 자식이 있어요.
소설 벤자민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속 이야기가 아니에요.
락희는 고양이 나이로 세 살이고 사람나이로 스물넷이에요. 으악. 갑자기 징그럽게 생각이 들었어요. 스물넷 남자사람이랑 매일 끌어안고 뽀뽀하고 그랬다니...
일 년 뒤면 저는 서른다섯이고 락희는 서른둘이 돼요. 그때가 되면 겸상정도는 해주려 했어요. 저 그렇게 꽉 막힌 남자는 아니에요.
또 일년이 지나면 저는 서른여섯이 되고 락희도 서른여섯이 돼요. 우와 엄청 신기해요. 락희랑 저랑 동갑이 되다니 마치 동화속 이야기 같기도 하네요. 그때 우린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요. 그냥 똑같을 것 같아요. 늘 한결 같이요.
그렇게 5년이 지나면 전 이제 세상 어떤 것에도 흔들리지 않는 나이 불혹이 넘어있겠어요. 락희는 60살 정도가 되고요. 아 제가 말을 좀 실수했어요. 락희 어르신이요.
또 몇 년이 흐르면.. 락희는 점점 말수가 줄어들고 잠만 자려고 하겠죠. 어떤 날은 하루 종일 잠을 잘거에요. 그렇게 좋아하던 참치도, 츄르를 먹는 속도도 현저히 줄어들겠죠. 근데 어르신이 되어도 입맛은 여전히 애기네요.
그리고....생이 다 하는 날에 조용히 죽음을 맞이하겠죠.
끝은 늘 있죠.
그래서 우리는 준비해야 해요. 제가 준비하고 생각해 왔던 것은 이거에요.
끝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저미는데,
상상할 수 없다는건 아예 기가 막혀요.
전 제가 준비하고 생각했던 끝을 볼 수도 맞이할 수도 없게 됐어요.
이렇게 황망하게 잃어버리고 끝나는 것은 상상
해본적이 없고 그래서 준비는 더더욱 한 적이 없다고요!
전 재 새끼가 늙어가는 것을 보고 싶어요. 정말로요.
전 조지클루니처럼 늙을거고, 락희는 아마 그냥 늙을거에요.
전 락희가 조용히 제 품에서 생의 끝을 맞이했으면 좋겠어요.
정말로 간절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