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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집 아이
게시물ID : bestofbest_1971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권회장
추천 : 229
조회수 : 7564회
댓글수 : 2개
베오베 등록시간 : 2007/12/04 23:26:04
원본글 작성시간 : 2007/12/04 03:37:59
내가 국민학교(초등학교가 국민학교라 불릴때였다)때 우리반에 정말 예쁘고 공주같은 아이가 있었다.

그애는 항상 옷도 레이스달린 공주옷만입고 꼬질꼬질한 다른 촌놈들과 달리 유달리 깔끔했다.

그애는 자기네 아버지는 미국에서 사업을하시고 어머니는 서울에서 사업을해서 고모네 집에 산다고 

친구들사이에 부잣집 아이라 소문이 나있었다.

그애는 다른 세계사람인것만 같았다. 

그래서였을까 여자애들은 질투심에 그 여자아이와 놀지 않고 남자들이 같이 놀자하면 그 여자아이는

별꼴이라는 표정으로 무시했다.

그 아이는 항상 수학 경시반인지 뭔지를 해서 집에 늦게 갔다. 하지만 나는 공차는게 좋아서 수업이 끝나

면 총알같이 운동장으로 튀어가곤 했다. 

어느날 갑자기 비가 정말 억수로 내리는 날이였다. 그 날 친구들은 부모님이 다 데리러 오시고 

학교에는 수학경시반친구들과 나만 남았다. 나는 바보처럼 학교 현관에서 비가 그칠때까지 

빈둥대고 있었다. 수학경시반 애들이 끝나고 부모님들이 또 다들 데리고 갔다. 그런데

그 아이는 내옆에 있었다. 그 아이는 부모님이 멀리서들 일하시니까 못오시는가 하고 생각했다.

얼마후 어떤 할아버지가 다 부러져가는 우산을 들고 나타났다. 그 할아버지를 보자 아이는 

학교안으로 뛰어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할아버지는 발걸음을 돌리셨다. 얼마 가시지 않아

발걸음을 다시 돌리시더니 나에게 우산을 주고 저 친구와 같이 쓰라고 하시며 비를 다맞고 어디론가

뛰어가셨다. 

얼마후 계단에서 이 광경을 빼꼼이 처다보던 아이가 울면서 내려왔다. 

내가 저 할아버지 아는 사람이냐니까 모르는 사람이라했다. 그럼 그 할아버지 보고 왜우냐 했더니

실은 자기 아버지란다.  챙피하니까 말하지 말라고 울면서 소리를 질러댔다 나에게..

너무 화가났다. 난 그 아버지의 미안해하는 얼굴과 비에 젖은 작은 어깨를 봤기때문이였을까

아이에게 우산을 줄생각도 안하고 모라모라 소리 꽥! 지르고 아저씨를 찾아갔다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그 아저씨는 학교앞 문구점 앞 천막에서 비에젖은 잠바를 짜고 계시던

모습이.. 

아마 내가 아저씨에게 그랬던것같다 이거 쟤하고 같이 쓰고가세요 난 뛰어가면 된다고 

모 이런 비슷한 말을 했던것 같다. 

그 이후로 몇일동안 그 아이는 날 피해다녔다. 나도 그 일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얼마후 그 아이에게 편지와 선물을 받았다. 

그날 우산같이 못쓰구 가서 미안하다 하더라 그리고 선물로 자기 아버지가 만든 떡이라고 

자기네집은 사실 읍내에 있는 작은 떡집을 한다고 하더라 아버지가 아직은 챙피한가보다

아무에게도 이 사실을 말하지말라고 편지 끝까지 당부하더라.. 

내 15년전 기억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 그아이가 주었던 무지개떡과 그날의 그아이 아버지의 모습

이제는 그 애가 아버지를 자랑스럽게 여기면 좋겠다.

머리가 굵어진 나이가 됬으니 그애도 이제는 알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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