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스터가 처음 나온 1세대 시절, 격투 포켓몬의 간판으로 널리 알려진 녀석들이 있습니다.
왼쪽에 있는 시라소몬과, 오른쪽이 있는 홍수몬이죠.
사실 이 두 녀석은 형제나 다름없는 사이입니다.
둘 다 아기포켓몬 배루키가 진화한 형태인데, 공격이 더 높으면 시라소몬이 되고, 방어가 더 높으면 홍수몬이 되며, 같으면 카포에라가 되죠.
그런데 이 녀석들의 이름이 어딘가 이상하다 느껴본 적은 없으십니까?
이 둘의 이름은 한국어와 일본어, 영어가 죄다 실존인물 이름을 따다 붙여 버렸거든요.
이유는 알 수 없지만, 1세대 이름 짓기에 있어 뭔가 중요한 규칙 같은 거였나봅니다.
우선 한국어에서 시라소몬은, 옛 싸움꾼 시라소니 이성순의 이름을 땄습니다.
우리에게는 야인시대에 나왔던 모습으로 익히 알려져 있는 그 분이죠.
홍수몬은 칠전팔기, "엄마 나 챔피언 먹었어!" 로 유명한 복서 홍수환씨 이름에서 따왔습니다.
원조인 일본어에서 시라소몬은 サワムラー(사와무라), 홍수몬은 エビワラー(에비와라) 입니다.
사와무라는 60년대 활약한 킥복서, "킥귀신" 사와무라 타다시의 이름을 따왔다네요.
에비와라 역시 60년대 활약한 복서, "면도날 펀치" 에비하라 히로유키의 이름에서 가져왔다고 합니다.
영어에서는 두 포켓몬의 이름 앞부분이 일치합니다.
시라소몬은 Hitmonlee, 홍수몬은 Hitmonchan이죠.
액션 팬이라면 바로 알아차리셨을지도 모르겠네요.
Lee는 이소룡, Bruce Lee고, Chan은 성룡, Jackie Chan이라는 것을 말이죠!
아쉽게도 진화 전 형태인 배루키와 또다른 진화형태 카포에라에는 이런 실존인물 작명법이 적용되지 않았습니다.
어찌 되었건, 불멸의 싸움꾼들의 이름을 등에 건 채, 홍수몬과 시라소몬은 오늘도 싸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