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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80년 5월 어느날 밤이었다
게시물ID : readers_1973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이태연
추천 : 3
조회수 : 431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5/05/18 02:23:52
김남주

학살2 




오월 어느날이었다
80년 오월 어느날이었다 
광주 80년 오월 어느날 밤이었다 

밤 12시
나는 보았다
경찰이 전투경찰로 교체되는 것을 
밤 12시
나는 보았다
전투경찰이 군인으로 대체되는 것을 
밤 12시
나는 보았다
미국 민간인들이 도시를 빠져나가는 것을
밤 12시
나는 보았다 
도시로 들어오는 모든 차량들이 차단되는 것을

아 얼마나 음산한 밤 12시였던가
아 얼마나 계획적인 밤 12시였던가 

오월 어느날이었다
1980년 오월 어느날이었다 
광주 1980년 오월 어느날 낮이었다 

낮 12시
나는 보았다
총검으로 무장한 일단의 군인들을 
낮 12시
나는 보았다
이민족의 침략과도 같은 일단의 군인들을
낮 12시
나는 보았다
민족의 약탈과도 같은 일군의 군인들을 
낮 12시
나는 보았다
악마의 화신과도 같은 일단의 군인들을

아 얼마나 무서운 낮 12시였던가
아 얼마나 노골적인 낮 12시였던가

오월 어느날이었다
1980년 오월 어느날이었다 
광주 1980년 오월 어느날 밤이었다

밤 12시
도시는 벌집처럼 쑤셔놓은 심장이었다 
밤 12시 
거리는 용암처럼 흐르는 피의 강이었다
밤 12시 
바람은 살해된 처녀의 피묻은 머리카락을 날리고 
밤 12시 
밤은 총알처럼 튀어나온 아이의 눈동자를 파먹고 
밤 12시 
학살자들은 끊임없이 어디론가 시체의 산을 옮기고 있었다 

아 얼마나 끔찍한 밤 12시였던가 
아 얼마나 조직적인 학살의 밤 12시였던가 

오월 어느날이었다
1980년 오월 어느날 낮이었다

낮 12시
하늘은 핏빛의 붉은 천이었다
낮 12시
거리는 한 집 건너 울지 않는 집이 없었다 
낮 12시
무등산은 그 옷자락을 말아올려 얼굴을 가려 버렸다
낮 12시
영산강은 그 호흡을 멈추고 숨을 거둬 버렸다 

아 게르니카의 학살도 이리 처참하지는 않았으리 
아 악마의 음모도 이리 치밀하지는 않았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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