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험하지 않게만 대강 수습해놓은 시신을,
유족들은 목화솜으로 코와 귀를 막아주고 깨끗하고 좋은 옷으로 갈아입혔다.
그렇게 간단한 염과 입관을 마친 사람들이 상무관으로 옮겨지는 걸
장부에 기록하는 것까지가 너의 일이었다.
그 과정에서 네가 이해할 수 없었던 한가지 일은,
입관을 마친 뒤 약식으로 치르는 짧은 추도식에서
유족들이 애국가를 부른다는 것이었다.
관위에 태극기를 반듯이 펴고 친친 끈으로 묶어놓는 것도 이상했다.
군인들이 죽인 사람들에게 왜 애국가를 불러주는 걸까.
왜 태극기로 관을 감싸는 걸까.
마치 나라가 그들을 죽인 게 아니라는 듯이.
* 한강 作 소년이 온다
5.18 광주민주항쟁 운동을 배경으로 한 작품입니다.
남겨진 사람들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문장들이 세심해서
한 문단, 문단 읽어내려갈 때마다 마음 아려가며 읽었던 책입니다.
읽는 내내 마음 아렸던 이유는
아마 그 시절을 함께 나누지 못한 죄스러움과
지금에도 아무것도 할 수 없음에서 오는 무능력함과 죄책감 때문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잊지 않는 것만으로 이 텁텁한 죄책감을 덜어내도 괜찮은걸까요.
정말 그것만으로 괜찮은 걸까요.
마지막 문장은 이렇게 말합니다.
'이제 당신이 나를 이끌고 가기를 바랍니다.
당신이 나를 밝은 쪽으로, 빛이 비치는 쪽으로, 꽃이 핀 쪽으로 끌고 가기를 바랍니다. '
우리가 향하는 곳이 밝은 쪽이라면, 빛이 비치고 꽃이 핀 쪽이면 좋겠습니다.
남겨진 사람들은 아직도 그 날의 5월을 살고 있습니다.
이 곳은 비가 옵니다.
마음이 무겁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