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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사랑의 소나타
게시물ID : panic_1976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퍼오기신
추천 : 1
조회수 : 1710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1/09/21 12:49:07


'으으.. 여긴..' 


..눈이 떠졌다. 


'왜 눈이 떠지지.. 눈이 떠지면 안되.. 난 지금 죽어있어야 해..' 


주위를 살펴보니 병원이다. 의사는 내게 주민의 신고로 간신히 살아났다고 했다. 지금 내가 숨을 쉬고 있다 

는 사실이 이렇게 원망스러울 수가 없었다. 

그가 살아있나 확인 차 전화를 하기 위해 핸드폰을 열었다. 그에게서 문자가 와있다. 5분 전에 도착한 문 

자. 아직 살아있는 모양이었다. 



「그렇게나 힘들었니.. 미안해.. 정말 미안해.. 몸 괜찮니.. 깨어나면 연락좀 해줘.. 이제 더 이상 귀찮게 하지 않을게. 미안해..」 



'대체.. 대체 뭐가 미안하다는 거야.. 이 바보자식아..' 


제길.. 내가 왜.. 갑자기 이런 일들을.. 감정이 복바친다. 


"이 빌어먹을 악마새끼야 지금 당장 나와 !!!!" 


분노에 휩쓸려 병원에서 소리쳐 버렸다. 혼자 쓰는 독실이었지만, 밖에서 내 소리를 들은 간호사가 깜짝 놀 

라 들어온다. 아무일 아니라고 다시 내보냈다. 


"악마.. 지금 당장 빨리 나와줘.. 거래.. 거래를 하자.. 제발.." 


반응이 없다. 제길.. 제길.. 팔로 눈물을 닦았다. 


'.......?' 


이상한 기척에 팔을 내리고 앞을 보니 

검은 망토를 두른 이상하게 생긴 물체가 소름끼치는 미소를 지으며 서 있었다. 


'이것이.. 악마..' 


보는 것만으로도 공포심에 온몸이 찌릿찌릿하다. 갑자기 악마가 이상하게 생긴 신체 기관을 연다. 인간의 

것과는 다른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재미있는 인간이군. 나에게 거래를 신청하다니 ..킥킥.." 


.......무섭지만.. 최대한 정신을 차리고 대답을 했다.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는다. 


"원재를 살려줘.. 대신.. 내 목숨을 주마.." 


"크크크... 니 목숨 하나로는 안되지.. 나의 음악은 절대적이야.. 킥킥.. 그걸 철회한다는 것은.. 더 큰 대가를 필요로 한다. 큭큭.." 


"어떤.. 희생 말이냐.. 내가 줄 수 있는 건 이 목숨밖에 없단 말이다.." 


"네 목숨 따윈 필요 없어.. 대신 다음 사랑의 소나타를 그자식에게 전송하겠다..큭큭.." 


"..!! 그건 안.." 


..잠깐, 그렇게 하면.. 원재의 가족은 모두 죽을 것이다. 그렇지만 원재는.. 살 수 있다.. 

원재만, 원재만 살 수 있다면.. 


"그래.. 알겠다." 


'원재의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동생.. 절 용서하세요..' 


..3명..인가. 그가 나를 잊었을지, 잊지 못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소나타는 4악장. 그럼.. 


"잠깐, 그가 사랑하는 사람이 단 3명뿐이라면 마지막에 죽게 되는 것은 누구지?" 


"큭큭.. 그 본인이 죽게 된다." 


제길.... 역시나 그렇게 되는 건가. 


"마지막에 죽게 되는 건, 그가 아닌 나로 해줘. 내가 대신 죽겠다." 


"큭큭.. 그냥은 안되지.. 그럼 또 하나의 조건을 걸어라." 


악마다.. 이래서 악마가 악마인 것인가.. 더 이상 걸 수 있는 것이 없다. .. 그렇다면.. 


"내가.. 원재의 가족들은 가능한 선에선 내가 죽이겠다." 


"크크크.. 재밌군.. 정말 재밌어.. 좋아, 거래는 성립 됐다..큭큭 이제 철회는 불가능하다. 지금 당장 가서 새 곡을 만들어 그에게 보내도록 하지.. 너에게도 보낼 태니 잘 듣고 실행에 옮기도록.. 크크." 


악마는 그렇게 말한 뒤 사라져버렸다. 며칠 뒤, 새로운 사랑의 소나타가 나에게 도착했다. 

동시에 원재에게도 도착 했겠지.. 


우선 원재에게 다시 접촉 할 필요가 있었다. 3번 악장의 살인 계획을 실행 하려면, 다시 그와 접촉을 해야 

한다. 그때 가서 너무 갑자기 메일을 보내면 이상하겠지. 지금부터 접촉을 시작 해야한다. 그에게 메일을 

써서 다시 나의 존재를 각인 시켰다. 


그리고 예정된 첫 번째 살인을 해야 했던 날. 나인 것이 의심 받지 않게 하기 위에 남자 옷을 차려 입었 

다. 긴 머리를 감추기 위해 평소 쓰지 않던 붉은색의 모자를 사서 쓰고, 머리카락을 안으로 집어 넣었다. 

그렇게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로 떠났다. 그리고 음악에 따라 그녀의 동생을 죽였다. 너무나 끔찍하고, 무서 

웠다. 내 손이 사람을 찢어 베고 있다.. 


그러나 그를 살릴 수만 있다면.. 


그의 아버지 일은 나의 영역을 벗어났으므로, 악마가 직접 죽였다. 


다음으로는 그의 어머니. 나에게도 따뜻하게 대해주시던 분이었다. 하지만 죽여야만 했다. 음악에 암시된 

것처럼 스스로 내 집에 불을 지르고 원재의 집 뒤에 잠복했다. 그가 나의 집 쪽으로 가는 것을 확인한 뒤, 

그의 집에 불을 질렀다. 끔찍한 비명소리가 들린다.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죄송합니다..죄송합니다..죄송합니다..죄송합니다.. 수없이 속으로 외쳤다. 

이제 내가 죽음으로써 죄 값을 치룰 차례다. 


예고된 그날이 왔다. 조용히 죽으려 했다. 옷들이 모두 불타 버렸기 때문에, 똑같은 복장을 할 수 밖에 없 

었다. 남자 옷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모자도 썼다. 


그냥 길을 거닐다, 담담하게 죽으려 했다. 이미 난 내 손으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의 가족을 둘이나 죽였 

다. 지금 죽어도 억울할 것이 없다. 


'어디서 죽지..' 


아름다운 곳에서 죽고 싶었다. 한강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잠시 뒤, 두 사람이 나에게 따라 붙는 것이 느껴 

졌다. 4번째 악장처럼 3사람이 되었다. 그리곤 칼질소리가 났었지.. 


..무서워 졌다. 죽는 것이 무서워졌다. 담담한 척 했지만.. 역시 죽는건 무섭다.. 이러면 안 되는데.. 이러면 안 되는데.. 


구해줘.. 원재야, 구해줘.. 그가 보고싶다. 마지막 순간이지만 그가 보고 싶다. 핸드폰을 들어 그의 번호를 눌렀다. 

핸드폰을 통해 그의 목소리가 들린다.. 아, 반가운 이 목소리.. 정말로 듣고싶었던 이 목소리..목소리만 들어도 눈물이 나온다. 그가 내 위치를 묻는다. 그가 이리 온다고 했다. 


"미안.. 정말 미안.. 이런데 끌여 들여서.. 보고싶어.. 빨리 와.. 살려줘.." 


미안해, 보고 싶어, 살려줘.. 마음속에 담아뒀던 단어가 모두 폭발해 터져 나온다. 

전화를 끊고, 공포에 떨며 앞으로 걸어간 지 수 분 후, 갑자기 뒤에서 2개의 비명 소리가 들렸다. 


'털썩.' 


뒤를 돌아 보았다. 

아까 두 괴한들이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었다. 


그리고 원재가, 나를 향해 달려온다. 드디어, 드디어 만났다... 보고 싶던 나의 그. 기쁨에 소리쳤다. 

"구하러 와줬구.." 



'푸욱' 









그녀가 말을 마쳤다. 

피를 너무 많이 흘렸는지, 시선을 고정하지도 못한다. 


"그렇게.. 되거야. 다행이야.. 널 구할 수 있어서.. 마지막으로 네 얼굴 보고 죽을 수 있어서.. 네 손에 죽을 수 있어서.. 내 힘으로 음악의 저주를 조금이라도 바꿀 수 있어서.." 


그녀의 손이 내 얼굴을 감싼다. 따뜻한 체온. 지금 흐르는 내 눈물보다도 뜨겁다. 



"바보.. 바보 같은 것아.. 왜.. 왜.. 나 따위 것을 위해서.." 


"기뻐..널 살릴 수 있어서.. 고마워.. 살아줘서.. 정말 고마워.. 이제 슬슬.. 갈 때가 됐나봐.. 네 뒤에 세상이.. 온통 까맣게 보이네.." 




........... 




손으로 그녀의 눈을 감겨줬다. 


"더이상 아무 말 하지 마.." 


그녀의 입술에 입맞춤을 해준다. 그녀의 숨이 완전히 멈췄다. 내 얼굴을 감싸고 있던 손이 축 쳐진다. 






....다행이다. 그녀를 실망시키지 않아서. 






"고맙다, 기다려 줘서. 이제 죽여." 


"큭큭.. 이정도쯤이야.." 




내 뒤에 검정 망토를 휘날리며 서있던 악마가 씨익 웃는다. 시커먼 손가락이 기묘한 광택을 내는 뾰족한 흉 

기로 변하더니, 순식간에 내 머리통을 관통한다. 








그녀의 노력에도, 음악의 저주를 바꿀 순 없었다. 

그러나 그녀 덕에 이 저주의 음악 속에서 가장 아름답게 죽을 수 있었다. 



나에게 도착한 음악은 내가 사랑 하는 사람을 모두 죽인 '사랑의'소나타 임과 동시에, 

날 살리기 위한 그녀의 사랑이 깃든 '사랑의'소나타였다. 



의식이 흐려지는 마지막 순간, 예전에 그녀가 고백할 때 예쁘게 웃으며 말해준 하나의 명언이 생각난다. 




『음악은, 사랑이 적합한 말을 발견한 것이다. - Sidney smith』 




한편의 아름답고 웅장했던 소나타가, 방금 막 연주의 막을 내렸다. 



그리고 또 다른 연주를 위해 

악마는 지금 다음 곡을 써내려 간다. 



공포로 얼룩진 또 다른 사랑의 선율을 담을, 

다음 소나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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