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돌아가신 우리 할아버지는 암 말기에 접어들었음에도 일체의 치료를 거부하여, 의사나 간호사가 다 얼굴을 일그러뜨릴 정도의 고통을 견디어가면서 돌아가셨다. 몸 구석구석에 암이 전위하고, 하다못해 고통을 덜하게 하는 치료조차 아들(아버지)이나 딸(고모)이 간절히바랬음에도 할아버지는 자신에게 그런 치료를 하는 것을 절대로 승락하지 않았다. 장례식이 끝난 후, 할아버지와 평소 친분이 깊으셨던 오랜 친구분이 할아버지의 편지를 건네주었다. 그 편지는 할아버지가 생전에 준비해 둔 것이라고 한다. 편지 안에는 할아버지 자신이 가족을 슬프게 하면서까지, 그 괴로움을 견뎌가며 고생 끝에 죽은 이유가 쓰여있었다. 20년 전, 손자 중 하나가 생존율 20% 미만의 난치병으로 투병하고 있었을 때, 할아버지는 신에게 맹세했다고 한다. 자신은 차후에 그 어떤 병이나 부상을 당하더라도 절대로 의사에게 치료받지도, 약을 먹지도 않을테니 제발 손자만큼은 살려달라고 빌었다고 한다. 다행히 그 손자는 무사히 수술도 성공했고, 성장해 성인이 되었다. 손자의 성장을 끝까지 보고 확인하였기에 더이상 미련은 없다. 다음은 이제 자신이 신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 뿐. 그러므로 가족은 슬퍼하지 않기를 바란다. 나는 만족하며 일생을 마치는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씌여져 있었다. 당시 그 손자는 한살도 채 안된 갓난아이로, 병에 걸렸던 사실조차 기억하고 있지 않다. 할아버지는 자신의 결심을 끝까지 관철하며 일생을 마쳤다. 그 손자인 형은 장례식에서 펑펑 울었다. 물론 나도, 다른 손자들도 모두 울었다. 글재주가 부족해서 이 이야기를 멋지게 쓸 수 없는 것이 분하구나. 어쨌든 우리 할아버지는 정말로 대단한 분이셨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