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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게시물ID : freeboard_197737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corso
추천 : 1
조회수 : 284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1/11/18 03:12:35

혼자 살다보면 외로움을 견디지 못할 때가 있다.

아니 많다. 

요즘이 그런것 같은데 달리 취미도 없는 나는 글을 쓰기로 했다.

글 재주가 있는건 아니고 그냥 컴퓨터만 있으면 할 수 있는 일이고 나이를 적지 않게 먹은 나는 컴퓨터로 할 수 있는 별다른 유희를 알지 못한다.


그랬다. 나는 평생 취미랄 것이 없었다.  

쉽게 즐거움을 느끼지 못했다 라고나 할까? 남들이 재미있어 하는 것에도 별로 흥미를 느끼지 못했고 그들이 느끼는 즐거움에 동화 되지 못해서 

돌이켜 보건데 평생 신나게 놀았다는 기억이 없다.

어느 순간 욕망이 거세 되었다고나 할까? 

먹고 싶은것도 가고싶은 곳도 하고싶은 일도 거의 없는것 같다.

그래서 뭔가 먹고 싶거나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평상의 우울에서 벗어나 그걸 해보려고 한다. 그렇다고 그 과정이 매우 즐겁거나 그렇지는 않다. 그냥 사람답게 살고 싶어서 사람다운 모습을 흉내내려고 하는 것이다.

다행히도 아직까지는 잘하고 있는것 같다.


어릴때 어머니께 사랑을 너무 많이 받고 자라서 사람이 사람에게 애정을 가지고 대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그 당연함이 당연하지 않다는건 금방 알게 되었다.

아버지는 내가 어릴때부터 아버지의 모습을 흉내를 내면서 살고 있었는데 그게 너무 선명하게 보여서 중학교부터는 측은하게 생각되었다.

그 사람은 아이들에게 어떻게 해야 하는건지 가족에게 어떻게 해야 하는건지 알려고도 이해하려고도 하지 않았다. 마음속에 본인 자신밖에 없었기 때문에 자기를 둘러싼 모든 주변인들은 자기를 위한 악세서리 정도로 생각했고 자기간의 자신만이 소중해서 무언가를 나누려는 생각이 없었다.

내가 중학교 입학식을 다녀오다 교통사고가 나서 병원에 입원한 일이 있었는데 아버지는 병실로 들어오면서 ‘ 아이고 아이고 우리 아들...그러면서 대성 통곡을 하는 소리를 내었지만 눈가에 눈물도 없었고 곧장 아무렇지도 않게 죄인처럼 허리를 구부리고 있는 차량 운전자의 멱살을 잡았다. 병실에 누워서 그 장면을 보고있던 나는 아버지가 참 힘들게 산다는 생각을 했다. 뭔가를 해야 하는데 뭔가를 해야 할지는 모르고 감정이 따르는대로 움직여야 하는 상황에도 아무 감정이 없으니 이런거라도 해야 하나 라는 연기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내가 그렇게 그를 잘 이해하는 이유는 나도 똑같은 성향의 사람이기 때문이다.

사랑이 너무 많은 어머니와 사랑이 뭔지도 모르는 아버지의 사이에서 자라난 나는 그 양면성을 동시에 가지게 되어 어느날 문득 생각하니  아주 이상한 사람이 되어 있다는 걸 느꼈다..

정많고 따뜻하고 주변 잘 챙기며 자상하지만 냉정하고 침착하고 사람을 쉽게 버리고 지나간 일들을 쉽게 잊어버리는 … 그냥 흘러간 시간에 미련이 없지만 항상 무언가를 잃어버리면서 끝없는  공허함 속에서 나는 아직 살고 있다.


그러던 어느날 갑작스런 어머니의 부재로 인해 나는 끝없는 상실감을 느꼈다.

다들 그렇지만 사랑을 받던 사람이 그 상대가 사라지면 그 사랑의 크기만큼 마음에 구멍이 뚫리게 된다.

살면서 가장크게 느낀 슬픔이었는데 그 슬픔에서 빠져 나오는데 8년이 걸렸다.

8년의 시간동안 나는 망가질대로 망가져서 예전의 내 모습이 어떠했는지 잊어버렸고 남을 대하는 방법이나 대화를 하는 방법 같은 아주 일상적인 생활의 방법들을 다 잊어서 하나 하나 다시 배우려고 노력하면서 사는 중이다. 

삶이란 생각보다 길고 지루해서 지금 죽어도 여한이라는 것은 없지만 스스로 죽지 않을 바에야 사는 동안 사람답게 살아야 하고 남에게 피해주지 않고 나에게 애정을 가지고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슬픔의 부스러기도 주고싶지 않기 때문에 가급적 멀쩡한 모습으로 살아가려 한다. 

그리고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 간절히 바랬을  나의 행복한 삶을 위해서 나도 뭐라도 해야 하지 않겠나 싶다. 

그래서 나는 일상을 일상처럼 살고 주어진 시간을 건사하게 보내려고 한다,

 

글쓰는 취미를 가지려 노력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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