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 십일년 구월 십육일. 늦더위로 전국에 정전이 난 다음날이자 나와 막내동생의 생일인 오늘.
내가 고등학교 삼학년이 된 해이자 수능에 머리아파한 한해의 생일, 자취를 남긴다
하루 하루는 흘러가고 다시 돌아 오지 않으니 언젠가 내 삶이 돌고돌아 오늘처럼 외로운 생일을 맞게될때, 힘들고 괴로운 생일을 맞게될때 이 글을 돌아 보며 적어도 희망차고 큰 꿈꾸고 있던 나의 한창때를, 가을전어 회떠와 밥에 비벼 게등딱지에 그득히 퍼넣어 '아들! 생일축하한다' 하시며 건네시던 든든한 아버지와 포근히 웃으시는 어머니의 품이 따뜻하다 느꼈던 오늘을, 추억하고 꿈을 다시 선명히 새기련다
불안한 성적에 입시에 앓던 골머리 한풀 꺾였던 하루를, 매주 꼬박 몰아서 챙겨보던 일일시트콤이 애달프고 허무하게 긴 여정을 끝낸 오늘 하루를. 텅빈 듯한 오늘을 채워준 하루종일의 푸른 추억을 오유의 한페이지에 끼워놓고 꺼내보련다
비록 지금은 독서실 옆 공원벤치에 앉아 내 일생 두번째 핸드폰으로 다리꼬고 턱괸채 빈둥대지만 내년의 나는, 몇십년후의 나는 밝게 미소지으며 이 글 읽으며 어렴풋이 부모님 모습 떠올리고 이 글쓰던 한적한 공원의 아스라한 가로등불빛떠올리길
간절히 바란다
크리스마스 100일전, 어느해엔 한 사람 내 무릎배고 누워 이 글 보며 함께 행복한 미소띄우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