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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
게시물ID : animal_19796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현명한선텐
추천 : 8
조회수 : 2165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20/01/02 18:4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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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2002년 중1 봄에 아버지 손에 들려왔던 우리 똘이. 
그 옛날, 요즘은 참 흔한 반려견의 지식따위 전무하게 키우기 시작했던 그때. 분식증의 똘이를 보며 안쓰러웠던지 친구하자고 데려왔던 우리 예쁜이...

 그 해 너희가 나누었던 사랑에 2002년 9월, 5마리의 천사가 세상에 얼굴을 내밀었다. 아직도 기억이 난다. 장군이, 복실이, 영민이, 아수라, 막둥이. 중1의 고사리만한 손바닥에도 올라갈만큼 작고 소중했던 그 아이들을.
 
 아무런 준비없이 생명을 맞이했던 우리 가족이라 참 난감했었다. 때문에 너희를 생이별 시킬 수 밖에 없던 우리를 용서해주렴. 막둥이와 아수라는 아버지 지인댁으로, 복실이는 친할아버지댁으로.  암컷이라는 이유로 분양이 쉬웠다는 이유가 참으로 웃기지만, 수컷이란 이유로 우리 집에 남게된 장군이와 영민이가 지금 생각해보면 다행이였다 생각하고 있어. 
 
 우리집 가족구성과 똑같이 여자 하나에 남자 셋이여서 그랬을까. 정말로 너희는 내 친동생들이자 친구들이였다. 등교와 하교, 입대와 전역, 출근과 퇴근.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시간이 점점 짧아졌음에도 항상 꼬리치고 애교떠는 너희가 좋았다. 한없이 주는 사랑이 어딨는가라고 누군가 나에게 물어본다면 고개를 들어 너희라고 말할거야. 

 그렇게 우리와 너희의 시간이 흘러 드디어 첫번째 이별이 찾아왔네. 안오길 바랬다면 정말 큰 욕심이였을까. 피부병도 찾아오고, 당뇨도 찾아오며 복수가 차오르는 똘이 너를 보며 우리는 해줄 수 있는게 없어서 발만 굴렀다. 어머니는 자신 때문에 아픈게아닐까하며 죄책감에 눈물도 흘렸었다. 힘들게 누워있는 너를 보며 괜히 왜 한번 더 봐주지 못했을까 자책도 우리 모두가 했다. 그렇게 2014년 12월 4일 아침 7시. 너는 우리의 첫번째 별이 되었다.

 참 다음 이별이 너무 빠르게 찾아오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말하면 이기적인 사람으로 보여질까. 그럼에도 찾아오는 이별이 너무나도 미웠다. 우리 예쁜이. 어쩜 그리도 예쁜짓만 골라했을까. 이름을 잘 지어도 너무 잘지었다고 항상 말했다. 산책만 나갔다하면 어쩜 그리도 호기심이 많던지, 모든 것들에 코를 들이밀고 서서 냄새를 맡던 너가 떠오른다. 걷는시간이 반, 너를 기다리는 시간이 반이였을 정도였네. 아프지않았으면 참 좋았을것을, 야속하게도 백내장이 너를 괴롭혔구나. 너의 눈을 위해 이 병원 저 병원을 다녀봤지만 나이가 항상 발목을 잡는게 참으로 싫었다. 우리 예쁜이는 아직도 저렇게 건강해보였는데도 말이다. 모서리 보호캡을 집에 이곳저곳 붙이고 신경을 써줬는데도 시간이 참 야속했어. 2017년 4월 27일 밤 11시 반. 너는 그렇게 우리의 두번째 별이 되었다.

 우리 장남, 태어날때부터 부정교합으로 모유경쟁에 밀려있던 너를 그 누구보다도 씩씩하게 컸으면 좋겠어서 붙였던 이름 장군. 첫째는 건강해야하는 일념으로 어머니께서 직접 분유를 먹이며 키웠던 너라서 그런걸까. 아이들중 사람 손이 가장 많이 탔던 너는 그 누구보다도 애교쟁이였다. 산책할때도 틈만나면 안아달라 때쓰던 너가 생생하게 기억난다. 간식하나 제대로 먹기도 힘들어도 열심히 먹던 너는 참으로 사랑스러웠다.  아픈 손가락이여서 그랬을까. 좀 더 오래 곁에 있으면 좋겠다 생각했는데도 뭐가 그렇게 급했던거니. 빠르게 말라가는 너를보며 우리는 세번째 이별을 맞을 준비를 했다. 2019년 11월 16일 오전 4시. 너는 그렇게 우리의 세번째 별이 되었다.

 영민. 그 누구보다도 가장 먼저 대소변을 가리고, 행동 하나하나가 똑똑한 우리 영민이. 그 누구와도 잘 지내고, 그 누구에게도 먼저 시비거는 것을 본 적이 없을정도로 순했던 우리 영민이. 세계 시츄 외모대회가 열리면 무조건 1등이라 생각했던 우리 영민이. 너는 왜이렇게 급하게 떠났니. 노화로 뒷 다리를 제대로 쓰지도 못하면서도 대소변은 꼭 가리고, 기운차게 변을 보는 너를 보며 오래 더 살겠구나 했는데, 뭐가 그리 급하다고 일찍 가버렸니. 나는 아직도 잊을 수 없다. 그렇게 생명이 꺼져가는게 보이는데도 꼬리를 흔들어주던 너의 모습. 그게 마지막 꼬리흔드는건줄 알았으면 우리가 뭐라도 더 해줬을까? 어머니는 아직도 집에있는 간식을 보며 너를 더 줄껄 하고 가슴아파하고 계신다. 너는 먼저 별이 되어버린 가족이 생각났던 거니. 2019년 12월 27일 새벽 3시. 너는 그렇게 우리의 마지막 별이 되었다. 


 나는 사람이 죽으면 개들이 마중나온다는 말이 싫어한다. 나는 너희에게 준 사랑이 한참으로 부족한 것만 같아서 너희가 얼른 사람으로 태어나서 사랑받으며, 하고싶은거 하며 살았으면 좋겠다. 
 집 쇼파에 앉아서 멍하니 TV를 보고있노라면 그 허무함을 지울 수가 없다. 가득 찼던 그 곳이, 따뜻함으로 가득 했던 그 곳이 찬바람이 분다고 생각이 든다면, 그것은 겨울의 어디선가 불어온 바람때문이 아닐거라 생각이 들면, 비단 나의 착각때문일까? 너희는 알까? 새벽의 어느 길을 걸으며 누군가와 했던 통화에서 너희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며 보고싶다고 울었던 나를? 있을땐 몰랐는데, 없어보니 알게되더라. 
 아직도 거실에 놓여있는 너희 밥그릇들, 배변패드, 간식들, 자리들이 그대로 있는데 말이다. 

 만약, 정말 만약 다시한번 너희가 우리집에 어떤 모습으로든 찾아와주면 좋겠다. 이번에는 우리가 좀 더 사랑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할테니 말이다.
 보고싶다 똘이야 예쁜아 장군아 영민아. 사랑했고 사랑하고 사랑할 우리 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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