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언니는 아니고 동네 아는언니.. 언니가 참 착하고 다정다감해요. 집도 가깝고 해서 종종 만나서 얘기하는데요 이 언니가ㅠㅠ 다 좋은데 현실감각이 좀 많이 모자라서.. 저한테 이것저것 물어보는데 답해주기가 참 힘이 드네요.
언니가 나이가 서른이 다 됐는데 아직.. 연애를 한번도 못해봤어요 나이가 나이인지라 주위에선 닥달하고 언니도 빨리 정착하고 싶은 모양인데, 오유도 안하는 언닌데ㅠㅠㅠ 안생겨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암튼 언니도 고민이 많아서 저랑 얘기를 많이 하는데요.. 듣고 있으면 모순된 점도 많이 보이고.. 연애에 대한 환상이 너무 심해요ㅠ
언니가.. 순정만화나 로맨스소설을 매일 빌려서 봐요. 사모으기도 하구요 내용은 공통적으로 순수한 사랑.. 언니의 사랑관(?)에 맞는 내용만 빌려보네요.. 주위 사람들이 가볍게 하는 약간 야한 농담같은거 극도로 싫어하고, 문란하다고 합니다..;; 사랑의 표현을 꼭 스킨십으로 할 필요는 없다고 하고요.. 물론 사람마다 가치관이 다를수 있는거지만.. 스킨십도 애정표현의 한 종류라 생각하는 저로서는 이해하기가 좀 힘드네요. 솔직히 생물학적으로 여자와 남자는 다른데, 언니의 인식은 남자한테는 고문 아닌가요?;;
그리고 음.. 언니가 외모에 신경을 전혀 안써요. 뚱뚱한데다 체형이 좀 특이한데, 팔다리는 가늘고.. 배가 많이 나왔어요. 지금은 좀 빠졌지만 한창 쪘을 때는 임산부로 오해까지 받을 정도로.. 화장이라도 하면 좋을텐데 아직도 화장하는 법을 몰라요ㅠㅠ 비비크림이 전부ㅠ 머리도 숱없는 곱슬인데 그걸 그냥 봉두난발로 풀어헤치고 다니고.. 아....ㅠ.ㅠ 이거저거 찝으려니 언니가 기분나빠할거 같아서 말을 못하고 있었는데.... 얼마 전에 서점에 같이 갔다가 집에 가면서.. 버스에서 이러더라고요.
"나는 솔직히 내가 뚱뚱한건 아닌거 같고.. 통통한거잖아 이정도면. 안그렇나? 그리고 외모도 뭐 못봐줄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하거든.. 근데 왜 애인이 안생길까?"
진짜 이러면 나쁜거지만 버스에서 좀 창피했어요.. 자기관리가 뒤따르는 자신감은 멋진거지만 이유없는 자신감은.. 웃기잖아요 솔직히. 예뻐지려는 노력도 사람을 만나보려는 노력도 아무것도 안하면서, 감나무 밑에서 입만 벌리고 있는 거에요.. 인생이 순정만화처럼 풀릴 리가 없는데.
듣는 저도 스트레스 받아서 솔직하게 얘기해주고 싶은데, 괜한 오지랖 같아서요. 언니네 친동생은 "언니 정도면 잘났지"라면서 그저 좋은 소리만 해주는 모양이더라고요. 지는 풀메이크업 하고 다니면서-_- 언니가 그러고 다니는데 지 화장품 사면서 하나 챙겨주지. 그리고 체육학과 나왔으면서 언니 몸이 그러면 걱정도 안 되나-_- 관절염 생기기 딱 좋은 몸인데..
암튼.. 말하는 사람하고 받아들이는 사람 입장은 다른 거잖아요. 오해 생기지나 않을지.. 괜한 오지랖이니 그냥 신경 안 쓰는게 좋은 걸까요? 차라리 내가 언니면 말하기 편할텐데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