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남편은 요즘 바쁩니다.
밤 12시가 넘게까지 산과 들을 달리며 사냥을 하고 괴물과 싸우느라 눈 밑에 다크서클이 생겼습니다.
생일 선물로 사 준 새 젤다의 전설 때문입니다.
"엄청나다는 말은 들어서 엄청날거라 예상은 했지만, 생각보다 더 엄청나다"고 난리입니다.
게임에 정신이 팔려 밥 생각도 안난다고합니다.
그런 남편을 위해 어제 저녁상으로 오랜만에 타코를 올렸습니다.
상만 보면 심플하잖아요? 하지만 엄청나게 손이 많이 가서 어지간하면 만들고 싶지 않은 메뉴입니다.
귀찮음1의 주인공 수제 토르티야입니다.
사는 동네가 시골이다보니, 어지간한 수퍼에서는 토르티야를 팔지도 않습니다.
파는 곳이 있어도 엄청 비싸고 맛도 그닥이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수제 토르티야의 좋은 점은 아주 얇게 만들 수 있다는 거죠.
사진만 봐도 시판되는 토르티야에 비해 두께가 얇다는 게 느껴집니다.
토르티야가 이렇게 얇으니까 고기를 더 많이 먹을 수 있어요. 갱장한 장점입니다.
저희는 부드러운 토르티야로 만든 소프트 타코를 좋아하는데,
토르티야를 얇게 만들다보니 식으면 금방 딱딱해져서 타코 만들기가 어려워진다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이것을 해결하려던 피나는 노력 끝에 식사가 끝난 후에도 한동안 부드러운 토르티야 만들기에 도달했습니다.
자세한 레시피는 댓글에...
귀찮음2의 원인인 수제 프레시 살사(오른쪽)입니다.
기본 재료는 토마토, 양파, 피망, 청양고추, 고수입니다.(이것도 자세한 레시피는 댓글에)
이게 귀찮은 이유는 모두 잘게 썰어야하기 때문입니다.
양파는 푸드 프로세서로 다져도 괜찮은데 나머지는 손으로 썰어서 의외로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특히 토마토는 씨 부분을 발라낸 후 손으로 썰어야 완성된 후에 보기에도 먹기에도 깔끔하고
피망도 푸드 프로세서에 갈면 너무 잘게 썰려서 보기 좋지 않더라구요.
귀찮음3은 세가지 맛의 세가지 고기들 때문입니다.
젤 위 돼지고기는 한국식으로 제육볶음 했고, 왼쪽의 갈은 소고기는 타코용 향신료를 섞어서 볶았습니다.
오른쪽은 닭가슴살을 바베큐 소스와 섞어서 슬로우쿠커(오쿠?)에 넣고 반나절 익혀준 후 포크로 부셔서 만든거에요.
특히 저 닭가슴살은 한 번에 많이 만들어놨다가 샌드위치 만들어 먹어도 맛있고 밥 비벼 먹어도 맛납니다.
채소는 상추랑 차조기잎, 브로콜리 순을 잘게 잘라서 섞어두었습니다.
귀찮음4의 주역은 가짜 사워크림(왼쪽)과 수제 허니머스터드 소스(오른쪽)입니다.
사워크림을 주변에서 구하기 힘들기도 하고, 어렵게 구해서 먹어보면 맛도 그닥이라, 요구르트로 만들어서 씁니다.
체 위에 키친타올 깔고 플레인 요구르트를 담아 3시간 이상 물을 빼주면 되니까 간단하긴 합니다.
400g짜리 요구르트를 썼는데 물 뺀 후 재어보니 200g정도로 줄어들었어요.
허니머스터드 소스는 그나마 수퍼에서 살 수 있지만, 시판되는 제품은 너무 달더라구요.
만드는 법도 간단해서 요즘은 거의 만들어 먹습니다. 이것도 레시피는 댓글로...
이렇게 준비한 재료들로 타코를 만듭니다.
처음엔 깔끔한 닭고기로.
매운 것 좋아하는 남편은 할라페뇨를 꼭 넣어서 만듭니다.
살사에도 청양고추가 들어가 있는데...
두번째 타코는 칼칼한 제육볶음을 넣어서.
세번째는소고기를 넣어서 야무지게 먹어야~지!
토르티야가 얇으니까 4개 정도는 거뜬히 먹을 수 있습니다. 두꺼워도 먹을 수 있겠지만...
남은 토르티야는 앞뒤로 올리브오일을 얇게 발라준 후 적당한 크기로 썰어서 소금+후추+커민가루 뿌린 다음
160도로 예열한 오븐에서 8분 정도 구워서 토르티야 칩을 만들었어요.
양념이 많이 묻은 건 맨입으로도 먹고, 양념이 덜뿌려진 건 타코 재료 얹어 또 먹지요.
이건 간식이라며, 식사가 아니니 조금만 먹자며 그릇에 조금씩 담아본 나의 부질없는 노력...
맛있어 보이죠? 맛있기 때문입니다.
한 판 끝내고 몇개만 더, 몇개만 더하고 먹고 보니 토르티야칩이 순식간에 바닥을 보여 당황했습니다.
덕분에 오늘은 하루 4끼를 먹었어요.
이만하면 저 살사가 질릴만도 한데, 노노노, 계속 먹어도 맛남.
그저께 사온 모시조개로 만든 조개국을 곁들인 타코라이스입니다.
토르티야에서 밥으로 주식만 바뀌었는데 어쩜 또 이리 맛나는 것이냐...
마지막에 약간 추가한 소고기고추장 때문이냐...
만들 땐 귀찮지만 만들고 나면 이렇게 잘먹는 내가 무섭다...
이 와중에 사진 보면서 아보카도도 넣을걸 하고 반성하는 내가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