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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바둑史 2-4 (브금)
게시물ID :
sports_508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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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rlfl
★
추천 :
25
조회수 :
1571회
댓글수 :
10개
등록시간 :
2011/09/18 18:58:41
2부 3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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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2편
http://todayhumor.co.kr/board/view.php?kind=&ask_time=&search_table_name=&table=humorbest&no=388265&page=22&keyfield=&keyword=&mn=&nk=&ouscrap_keyword=&ouscrap_no=&s_no=388265&member_kind=
2부 1편
http://todayhumor.co.kr/board/view.php?kind=&ask_time=&search_table_name=&table=humorbest&no=388096&page=31&keyfield=&keyword=&mn=&nk=&ouscrap_keyword=&ouscrap_no=&s_no=388096&member_kind=
하늘의 시험. 천재에게 주어진 운명과도 같다. 살아있는 기성이라는 오청원. 그 역시 절정의 시기에 알수없는 교통사고로 내리막 길을 걷지 않았던가. 찝찝할 정도로 너무나 흡사한 사건이었다. 그러나 정작 조치훈은 오청원과는 달랐다. 생사의 기로에서 그는 의연하게 바둑돌을 쥔다. 목숨은 언제나 반상위에 두고온 그였기에. 1986년.1월 15일. 사상 최초로 헬기를 동원해 대국장으로 이동했다. 그의 모습 하나 하나가 일본인들의 눈에 새겨졌다. 목숨 걸고 둔다던 평소 그의 신념을 비웃기 까지 하던 사람들 조차 그의 모습에 입을 다물지 못한다. 그까짓 바둑이 무엇이길래. 한번의 패배가 어떠하길래. "조치훈의 신념을 존중한다. 그러기 위해서 이번 대국은 진심으로 전력을 다하겠다." 고바야시 고이치 9단은 그렇게 임전 각오를 전했다. 대국이 진행될 수록 조치훈의 완착이 눈에 띄게 두드러 진다. 부상은 그의 천재성을 앗아간 것일까. 2집 반 패. 조치훈은 병원으로 향했다. '결국 그렇지' 지켜보던 이들은 당연한듯 받아들인다. 병원으로 향한 조치훈은 오른쪽 다리에 재 수술 까지 받는다. 그의 체력은 눈에띄게 지쳐 있었다. 휠체어를 탄채 이뤄진 대국에서 1패. "그의 투지는 훌륭하다. 그러나 그것 뿐이다." 모두가 그렇게 말했다.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남은 대국의 수는 곧 그의 패를 기록할 뿐 이라고 생각했다. 1월 29일. 그는 그렇게 똑같은 모습으로 휠체어를 타고 대국장에 나타났다. 두어지는 한수 한수. 조치훈은 초반부터 장고를 거듭한다. 한수에 담긴 의미. 조치훈의 생명 그 한조각들. 너무나 무거웠던 것일까. 반상 위는 아직 두어야 할 곳이 많지만 조치훈의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중반에 맞는 초읽기. 지켜 보는 이들은 고개를 저을 수 밖에 없다. 가족들은 차마 지켜볼 수가 없었다. 빠르게 진행 될 수밖에 없는 남은 상황 딱. 딱. 돌이 놓아질 수록 사람들의 표정이 달라진다. 아! 어디선가 놀라운 탄성도 들려왔다. 피폐한 조치훈의 모습과는 다르게 반상위의 돌들은 정확한 수순으로 놓여지고 있다. "이것이 목숨마저 위태로운 이의 바둑인가" 대국이 끝난 후 휠체어에 실려가는 조치훈의 모습에 사람들은 경악했다. 1승. 1패. 조치훈은 그렇게 승부를 원점으로 돌려 놓았다. "우연인가. 기적인가" 일본 바둑계는 2국의 결과에 쉽게 납득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치뤄진 제 3국. 2월 5일. 깁스와 휠체어에 탄 조치훈이 이제는 낯설지도 않았다. 조치훈의 백. 2국과 마찬가지로 초반부터 이어지는 장고. 돌들이 얼마 두어지지도 않은 빈 바둑판을 보며 무엇을 생각 하고 있을까.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홀로 남겨진 타국 생활? 모두가 원치않는 승리에서 느껴지는 고독? 어쩌면 모두다 상관 없을 지도 모르겠다. 단지 바둑판 위에 자신의 이름을 남겼을 뿐. 3국을 마친 조치훈은 다시 환자의 모습으로 돌아와 가족들의 손에 이끌려 돌아갔고 고바야시 9단은 멍하니 바둑판 위를 바라보고 있었다. 조치훈 승. 2승 1패. 휠체어를 탄 채로 이뤄진 기성(棋聖)전은 결국 6번의 대국까지 진행되었다. 경악스러운 2연승으로 역전까지 했던 조치훈의 모습은 지켜보던 이들에게 생생하게 남겨졌지만, 결과는 2승 4패. 남은 대국에서 체력적인 열세를 감당하지 못했을까... 결국 승자의 이름은 고바야시 9단으로 기록된다. "부상따윈 아무래도 상관없다. 내가 진것이다. 나의 패배다." 조치훈은 그렇게 말하며 나갔다.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고바야시는 승리자의 모습이 아니었다. 우승 소감을 묻는 이들에게 고바야시는 오히려 짙은 패배감에 젖은채 말했다. "나는 진정으로 조치훈을 꺽지 못했다. 부끄러운 승리일 뿐이다." 재속에서 태어나는 새 침묵의 시간들이었다. 드라마 같은 역전승을 기대했지만 기성전의 패배이후 조치훈은 급속도로 추락하고 있었다. 기성, 명인, 본인방. 타이틀을 잃은 채 보낸 시간은 어느새 4년이 지나 있었다. 지난 4년. 모두가 조치훈의 쇠퇴를 이야기한 시간들. 조치훈은 말하고 싶었다. 그들에게 외치고 싶었다. "나는 아직 살아있어. 내 목숨은 반상위에 존재해!" 들리지 않은 고함. 다시 살아나야 했다. 1989년. 본인방 획득. '부족하다.' 그가 누렸던 영광의 기억들은 아직 멀리 있었다. 한번 되찾은 기회. 놓치면 다시는 돌아갈 수 없을 것만 같았다. 다시금 일본 바둑사에 올린 그의 이름은 본인방으로나마 계속 이어질 수 있었기에...본인방에서 그의 연승은 멈출 줄 몰랐다. 그리고 1991년. 후지쯔배 우승. 첫 세계 타이틀 획득. 완전히 타서 재가 되었던 조치훈은 그 재 속에서 다시 태어났다. 1994년. 8년이 지났다. 8년동안 닿지 못했었다. 기성(棋聖). 고바야시 고이치 9단. 도전자. 조치훈 9단. 패배자의 모습으로 승리했던 고바야시. 이제는 도전자의 이름으로 다시금 나타난 조치훈. 서로가 서로를 기다렸던 8년의 시간 이제서야 그 둘은 다시 그곳에서 마주했다. 4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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