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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단편,브금]노스트라다무스의 비극
게시물ID : panic_1967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tarDream
추천 : 2
조회수 : 3544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1/09/18 19:13:31
똑,똑,똑! "누구세요." 문득 벽시계를 바라보니 시간은 오후 10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이렇게 늦은 시간에 노크를 하는 이는 대체 누구란 말인가. 나는 하던 일을 멈추고 다소 신경질적으로 소리를 질렀다. "저... 선생님, 상당좀 하려구요." 굵은 남학생의 목소리였다. 런닝바람이었던 나는 우선 옷가지를 바로 한 후, 책상정리를 대충 마치고 주변을 재빠르게 정돈하고 나서야 문을 열었다. 문 밖에는 잔뜩 상기된 얼굴을 한 3학년 애가 서 있었다. 명찰에는 김인수 라고 쓰여 있었다. "뭔가? 김인수~!" "저... 학생주임 선생님께 드릴 말씀이 있어서요." "지금? 이 시간에?" "예. 꼭 지금 말씀드려야 합니다. 중요한 일이라서." "중요한 일이라니, 무슨일인데 그래?" 솔직히 짜증이 났다. 그렇지 않아도 밀린 업무때문에 제 시간에 퇴근도 못했다가, 이제서야 슬슬 퇴근을 하려던 참이었는데 느닷없이 우거지 상을 한 녀석이 찾아와서 늦은 시간에 상담을 하자니. "잠깐이면 됩니다. 선생님." 간곡한 부탁이었다. 하는 수 없이 나는 그를 안으로 들여보냈다. 하지만 될수있는 한 빨리 되돌려 보낼 생각이었다. 가능한한 빨리. 나는 의자에 앉으면서 서둘러 용건을 물었다. "그래 할 말이 뭐야? 무슨 중요한 일인데 그래?" 아이들의 정신상담을 맡고 있는 나였지만 이렇게 늦은 밤에 찾아오는 상담은 사양하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었다. 그래서인지 나의 말투가 약간은 톡 쏘는 듯했다. "저~ 그게 말입니다..." "뭔데 그래~? 얘기를 해~!" 쉽사리 말을 꺼내놓치 못하는 녀석을 보자 답답했다. "실은 제가 조금전에 어떤 강력한 예지를 받은 것이 있어서요." "뭐야? 예지?" "예. 정말 강렬한 이미지의 예지였습니다. 마치 눈앞에서 영상을 보는 듯 뚜렷한..." "잠깐만, 김인수... 인수야. 우리 뭐 하나만 분명하게 집고가자." 나로선 점점 더 짜증이 밀려왔다. 인수의 말을 가로막은 후 나는 최대한으로 친절하게 말을했다. 학생주임 답지않게. "너 지금, 자율학습하다가 졸았던거지? 엉? 자다가 일어난 거 아니냐구? 나는 너희들에게 진학이나, 취업 혹은 학교생활에 있어서 부딪히는 여러가지 어려움들에 대해서 상담을 해주지, 꿈 해몽은 안한단다!" "꿈이라뇨? 꿈이 아니었습니다." "그래? 꿈이 아니라? 그럼, 잡생각을 너무 오래한건가?" 한동안 녀석은 나의 얼굴만 멍하니 바라볼 뿐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나는 스스로 녀석의 마음을 정확히 꿰뚫어 본 것이라 자만이라도 했는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며 소리쳤다. "쓸대없는 망상따위나 하고 있기엔 시간이 부족해. 알겠어? 넌 고 3이야. 게다가 이제 기말고사가 이틀 뒤로 바싹 다가왔어. 망상따윈 나중에 해도 충분해!" 나는 녀석의 어깨를 툭 친후 문앞으로 다가가서 손잡이를 열었다. "자, 그만 돌아가! 더 남아서 자습을 하든지 아니면, 집으로 돌아가서 마저 잠이나 자든지." 녀석을 빨리 내보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상담경력 5년동안 터득한 바로는 밤늦게 찾아온 방문객치고 제대로 된 녀석이 없었다. 비뚤어진 외골수들이 대부분이었고 그런 녀석들은 하나같이 귀찮은 존재들이었다. 왜냐하면 말귀를 잘 못알아듣고는 항상 같은 얘기를 두번 세번 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녀석은 그 자리에 꼼짝않고 서서는 고개만 돌려 나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이제 곧 선생님께서 죽을 거라는 강렬한 예지를 받았습니다." 녀석의 입에서 대뜸 튀어나온 말이었다. "뭐라구?" 그제서야 나로선 이 사이코같은 녀석의 말을 조금은 더 들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문을 닫고 다시 자리로 돌아왔다. 그러는 사이에도 녀석은 동공이 튀어나올 듯 크게 하고는 나의 움직임만 주시하고 있었다. "다시 말해봐. 내가 죽는 꿈을 꿨다고?" "꿈이 아니라니까요. 그것은 예지였습니다. 그리고 이제껏 저의 예지는 단 한번도 빗나간 적이 없었구요." 조금씩 흥미가 생기는 것도 같았다. "그래? 좋아 어디 그 예지 얘기 좀 더 해볼래?" 나는 의자에 느긋하게 앉으며 인수를 바라보았다. 녀석의 얼굴엔 미묘한 감정의 움직임들이 일어나고 있었다. 그것은 참으로 묘한 표정이었다. "사실 저는... 이제껏 몇번의 예지를 경험했었어요." "그래~? 그럼 네가 노스트라다무스라도 된단 말이냐?" "예. 어릴적에 마을 어른들께서 제게 붙여준 별명이었어요. 노스트라다무스!" 나는 잠깐동안 두 눈을 깜박이며 멍한 얼굴이 되어버렸다. "아주 어렸을적에 마을이 온통 불타는 예지를 받은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다음날 도로 한 가운데서 도시가스관이 폭발했어요. 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다쳤죠." 문득 목덜미에 서늘한 한기가 느껴졌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옷깃을 세웠다. "그리고 또~?" "중학교 때엔 우리반에서 저를 지독히도 괴롭히던 녀석이 산산조각 나는 예지를 받은 적이 있었죠. 물론 그 애는 그 날 저녁 대형트럭에 깔려 형체도 알아 볼 수 없게되어 죽어버렸죠." 모든 것이 지어낸 것이라고만 보기엔 녀석의 눈빛이 너무나도 진지했다. 눈동자에 흔들림이 없었다. "그리고, 또~?" 별안간 인수의 눈에서 광채가 났다. 나를 정면으로 바라보는 그 눈빛이 순간적으로 오싹하기까지 했다. "바로 선생님이 오늘 밤 죽어버리는 예지였어요." "내가? 왜...? 왜 내가 죽는거지?" "누군가로부터 살해당해요... 오늘 밤, 바로 이곳에서..." 심장이 언제부턴가 심각하게 요동치고 있었다. 마치 유령과 대면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나는 침착하게 다시 물었다. "좋아, 그럼 누가 나를 죽이지?" 녀석의 눈에서 또 한번 광채가 났다. 그 눈빛은 분명 미친사람의 그것과 흡사했다. 불길한 기운이 등줄기를 쫘악 타고 흘렀고 일순간 숨이 멎는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선생님은... 저한테 죽었어요." 내 귀를 의심케 하는 말이었다. 나는 너무나 어이가 없어서 억지스런 웃음까지 나왔다. "그... 그게 무슨 소리야? 네가 날 죽인다고?" "네~" 녀석은 태연스레 대답하며 품속에서 뭔가를 꺼집어 내었다. "바로 이걸로요." 너무나도 갑작스러운 일이었다. 녀석의 손에는 날카로운 유리조각이 쥐어져 있었던 것이다. 삼각자 모양의 깨어진 유리창 조각이었다. "무... 무슨 짓이야 이게? 너, 지금 미쳤어...?" "그게 아닙니다. 선생님." "아니긴 뭐가 아냐 임마. 김인수... 어서 그거 내려놓지 못해?" 나는 애써 위엄있는 목소리를 내보려 했다. 정말로 학생주임답게. 하지만 분명 내가 생각하기에도 그 목소리에는 조금의 위엄도 없었다. 인수는 유리조각을 내려놓기는 커녕 오히려 나의 목 앞으로 바싹 내밀었다. 유리조각을 어찌나 꼭 쥐고 있었던지 녀석의 오른손 바닥엔 피가 베어나고 있었다. 그 의지로 짐작하건데, 결코 그것을 내려놓을 생각이 없어보였다. "야... 너 정말 왜이래... 어째서 갑자기 찾아와서 나를 죽이려 하는거야... 내가 너를 심하게 때린 적이라도 있니? 나로선... 오늘 너를 처음보는 것 같은데..." 나는 한심할 정도로 말을 더듬고 있었다. 하지만 정말로 김인수란 녀석을 안 것은 오늘 밤이 처음이었다. 그 전에는 한번도 그녀석과 마주친적이 없었던 것 같았다. 물론 복도에서 우연히 오다가다 마주친 것 말고는. "그게 아니라니까요. 그런게 아니에요." 녀석은 나로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말들만 늘어놓고 있었다. "그게 아니라니... 도대체 그게 무슨소리야?" "선생님은 오늘 저한테 죽어야만 해요. 그것은 다른 이유가 있는게 아니라 오직 저의 예지 때문이에요." "뭐... 뭐라고... 제발... 좀 알아들을 수 있게 말해주겠니?" 나로선 거의 사정하다시피 간절히 말하고 있었다. 녀석의 손에 쥐어진 유리조각은 이제 나의 목에 거의 딱 붙어버린 상태였다. 조금이라도 목을 잘못 움직일 시엔 곧바로 살속을 파고들 기색이었다. "저의 예지때문이에요." "너의 예지라니... 넌... 네가 나를 죽일거라는 예지를 받았을 뿐이야. 그것은... 너의 강박관념에 불과해... 인위적으로 얼마든지 막을 수 있는 예지라구... 안그래? 꼭 그것을 실행시켜야 할 아무런 이유도 없다구... 넌 나를 죽이지 않으면 그만이란 말야... 그러니..." 하지만 녀석은 나의 말을 잘라버렸다. "그런게 아니라니까요. 저의 예지속에선, 제가 선생님의 목을 이 유리조각으로 찌르고 선생님께서 공포의 비명을 지를 때 즈음, 바로~!" 바로, 뭐란 말인가...? "바로..." 녀석은 여전히 유리조각을 내 목에 댄 채로 고개만 돌렸다. 녀석의 시선이 머무른 곳은 한쪽 구석에 세워진 캐비넛이었다. "캐비넛. 그래요! 저, 캐비넛에 뭐가 있지요?" "또... 무슨 헛소릴 지껄이는 거야... 캐비넛이라니...?" "저 속에 뭔가가 있어요." "이런... 미친자식을 봤나... 저 속엔... 기말고사 시험지들만 있을 뿐이잖아... 너... 설마... 나를 죽이고 저 시험지들을 훔쳐갈 생각으로... 이런... 그만둬~!" 별안간 녀석이 고함소리가 나의 귀청을 울렸다. "닥쳐요~! 선생님을 죽여보면 알겠지요. 제 예지가 맞는지 아닌지 말입니다~! 저 속에서는 분명 나오지 말아야 할 것이 나올 거에요. 선생님의 목줄기가 찢어지는 그 순간... 바로 그 순간...!" 인수의 눈빛에서 다시한번 광채가 뿜어져 나왔다. 살인마의 눈빛 바로 그것이었다! 그의 오른팔 근육에 힘이 들어가는 것이 느껴지는 순간 나는 마지막 힘을 다해서 소리를 질러보았다. "잠깐만..." 그러나, 너무 늦었다. 유리가 살속을 파고드는 불쾌한 느낌이 드는순간 나는 본능적으로 끔찍한 비명소리만을 내지르며 죽어야만 했다. 모든 것은 한순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유리는 이미 나의 목을 관통한 상태였고 나의 처참한 비명소리와 함께 핏줄기는 공중으로 쏟구쳤다. 그와 동시에 캐비넛은 울음을 터뜨렸다. 캐비넛의 울음! 그렇다! 이윽고 캐비넛의 문이 활짝 열려지면 그 속에서 누군가가 울부짖으며 뛰쳐나왔다. 강... 지... 현...! 잔뜩 겁에 질린 얼굴의 강지현...! "강지현!" 내가 부르고 싶은 이름이었으나 인수녀석이 대신 내뱉었다. 그도 그럴것이 나의 목에선 더이상 아무런 소리도 나올 수 없으리라. "역시, 너였군! 나의 불길한 예지가... 이번에도 이렇게 적중할 줄이야!" 인수녀석은 악마같은 표정을 지어보이며 죽어가는 내모습과 울부짖고 있는 지현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선생을 죽임과 동시에 무언가가 캐비넛 속에서 뛰쳐나왔어. 그것이 바로 나의 예지였어! 제기랄... 믿을 수가 없어... 그게 지현이 너 일줄이야. ... 지현아...! 내가 널 얼마나 좋아하는 지 알면서... 네가 이럴수가 있는거니... 이럴수가...! 이런 비극이..." 아아~! 정신이 혼미해져 온다~! 모든 것은 나의 잘못이리라. 학생과 불륜을 저질러 온 나의 잘못! 인수녀석이 들어오기 바로 직전까지 나는 나를 찾아온 지현과 열심히 책상위에서 뒹굴고 있었던 것이다. 녀석이 갑작스레 방문하기 바로 직전까지! 나는 급한대로 캐비넛 속에 지현을 숨긴 후, 문을 열어 인수를 맞이했던 것이다! 이러한 일이 벌어지리라곤 전혀 상상도 못하고선... 출처 : 붉은 벽돌 무당집 작가 : 제이슨 친구^^ 님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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