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전에 우리집 강아지의 정기검진일이어서
동물병원에 가는 길.
산사태로 돌이 무너져 내려 공사중이어서 도로폭이 절반이나 줄어든 지점을 지나갈 때 인도와 인접한 차도에 작은새 한마리가 보였어요.
차는 휭휭 지나가는데 조그만 아기새가 허둥지둥
도로를 오가는 모습에 차에 치일까 너무 걱정이 되어
길가에 바짝 붙여 주차를 하고 구하러 달려갔지요.
70미터쯤 위쪽으로 이동한 아기는 내가 다가가는
것을 알았는지 뒤뚱뒤뚱 달리기 시작했는데,
대퇴골 인공관절 수술을 받은 나는 절대 뛰지 말라는 의사의 지시가 있었지만 달릴 수 밖에 없었답니다.
차들이 달려 오지만 녀석이 달려가는 그 구간은 지하철 공사중이어서 차선이 좁아지는 구간이거든요.
차에서 대략 80미터쯤 떨어짐 곳까지 달려서 아기새를 양손으로 감싸고 차에 돌아와 내 모자에 담았는데
동물병원으로 달리는 와중에 강아지 소리에 무서웠는지 모자에서 탈출을 한거예요.
전에 차안에서 햄스터가 바닥으로 숨어들어가 며칠만에 구해낸 경험이 있어 거기로 들어갔을까봐 걱정했지만 뒷자석 쪽에 숨어 있어 동승한 딸아이가 살며시 잡아 다시 모자에 담고 챙을 접어 올려 못나가게 해놓고 조류전문가인 대학교 후배에게 전화를 걸어 어떻게 해야할지 물었습니다.
이즈음이 아기오리들이 부화해서 어미랑 이소하는 시기인데
어미새와 이소하는 과정에서 낙오된 것 같다는 얘기
그리고 그 자리에 두면 어미가 데려간다는 정도는 저도 이미 알고 있는 상식이지만, 이미 그 주변에는 어미가 숨어서 지켜볼만한 장소도 없었고 인도 쪽은 낭떠러지에 무릎높이의 담장이 있어 그리로 던져 줄 수도 없는 상황이라 어떻게 해야 이 아이를 살릴 수 있을지를 물어 보려했죠.
사진을 보내주니 흰뺨검둥오리라고 하네요.
오리들은 다른 어미의 새끼는 돌보지 않는다고 ...
그래서 어미를 잃은 아기는 사람이 길러줘야 한다네요.
일단 동물병원에서 작은 박스를 얻어 오리를 담고 물을 먹여보니 조금씩 먹네요.
그리고 강아지 진료를 마치고 을숙도 에코센터에 있는 야생동물치료소에 데리고 가서 경위를 설명하고 인계하고 왔습니다. 다친데는 없고 건강하다고 하더군요
날이 몹시 더워 힘들었지만
작은 한 생명을 구하게 되어 보람있는 하루였습니다.
몹시도 작고 귀여운 아가여서 스트레스 받을까봐
사진은 한장만 찍었어요.
사진 찍는 시간 보다 어서 안전한 장소로 데려갈 마음 뿐이어서....
아기 오리가 건강히 잘 자라 자연으로 돌아가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