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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현실적일 만큼 극적인 사진
게시물ID : docu_198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릴케
추천 : 14
조회수 : 2466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3/06/14 21:5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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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팔레스타인의 평범한 가정집이 이스라엘의 미사일 폭격으로 무너졌다. 집 안에 있던 아빠와 여섯명의 아이들은 현장에서 숨을 거두고, 엄마는 혼수상태에 빠졌다. 삼촌은 어린 조카의 시신을 안고 장례식을 치르러 모스크로 향하는 내내 오열했고, 슬픔과 분노로 가득 찬 마을 사람들이 그 뒤를 따랐다. 스웨덴 사진가 폴 한센은 주택가 좁은 골목에 들어선 이 장례 행렬을 촬영했다. 잠든 듯 눈을 감은 아이들의 표정과 대비를 이루는 살아있는 자들의 절규, 신의 뒤늦은 축복처럼 멀리 골목 초입에 들어오는 햇살까지 한센이 찍은 사진은 그야말로 극적이다. 이 사진은 어머니의 위로조차 받을 수 없어 삼촌의 손에 맡겨진 비극적 피에타이고, 골목이라는 장소적 배경은 팔레스타인인들이 맞닥뜨리고 있는 죽음의 일상성을 보여준다. 


이러한 상징성 덕분에 이 사진은 올해 세계보도사진상 대상에 해당하는 올해의 사진상을 받았다. 지난 2월 심사 결과가 나왔을 때, 한센의 사진에 대한 사람들의 일차적 반응은 ‘비현실적일 만큼 극적이다’였다. 움직이는 장례 행렬임에도 초점이 정확하게 맞았다는 점, 완벽한 구도를 잡아내기에는 사진가의 촬영 위치가 짐작되지 않는다는 식의 얘기가 분분하더니 급기야 한 달 전에는 데이터 분석 전문가에 의해 합성을 한 가짜 장면이라는 논란이 불거졌다. 결국 월드프레스포토재단은 국적이 다른 세 명의 전문가에게 원본 파일의 분석을 맡겼고, 색을 후보정하긴 했으나 각기 다른 사진들을 합성한 것은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눈을 의심할 만큼 비현실적인 사진이라는 말은 사진의 권위를 높이는 것일까 아니면 포토저널리즘의 진정성이 의심받고 있다는 것을 의미할까. 1991년 CNN이 걸프전을 생중계한 뒤로 전쟁에 관한 영상은 게임과 영화보다도 더 스펙터클한 것이 되었다. 이제는 사람이 ‘진짜로’ 죽는 장면임에도 구도와 색감을 고민해야만 눈길을 끌 수 있다. 믿어지지 않는 것은 한 장의 전쟁 사진이 아니라, 전쟁의 양상조차도 더 자극적이고 더 현란해지는 현실이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306132128365&code=99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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