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친구 중 하나와 그 여자애의 친구 하나가 대학 같은 과라 희한한 여자놈하나 소개시켜 줄까 해서 그 날 만나게 됐죠.
그리고 같은 날 새벽 3시 25분에 불멸의 오인방이 결성되었습니다.
처음부터 여자로서의 매력을 어필하거나, 베시시 미소를 짓거나 그런 건 없더군요. 반갑다
무뚝뚝하게 시작하고, 술 몇 잔 들어가자 Shake it shake it을 외치는 게 남자 중에서도 찌질한 놈이랑 하는 짓이 똑같더군요. 술잔 쏟고 하길래 좋은 말로 '니 염색체가 x중복이라 봐주는 거다.' 라고 하자 치려면 치라고 할 정도로 막장이었습니다. 술은 또 오지라게 처마셔요, 제정신이 있는 건지. 말 더럽게 안 듣고, 입 걸레고, 이미지 진짜 거지같았는데 술김에 친해져 버렸네요. 뭐 생각해보니 남자놈이었다면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을 문제기도 하고.
아무튼 녀석은
남자 4 여자 1로 만나서 술 마시고 있는데 (친구놈들 다 솔로 저는 제외하고) 옆 테이블에 여자분이 3명 있으면 합석하자고 꼬시러 가는 놈입니다. 5+5+4+4가 애칭이고 강아끼가 별칭입니다.
술자리에서 정치 얘기 나와서 G-Rall하다 싸움이 나거나 하면 가시나가 미쳐 날뛰며 주먹을 휘둘러서 친구가 방어하려다 실수로 때려 이 여자애 코피도 터진 적이 있습니다. 그러면 오 18 내가 졌군 하는 앱니다. 만나면 군대 얘기, 술 얘기, 여자 얘기, ㅅㅅ얘기, 지 애인얘기, 게임 얘기 밖에 안 합니다. 애인처럼 친구를 만나는 애가 아니에요. 만나면 술마시고 게임하는 거 외엔 하지도 않습니다. 이쁜 옷 고르면서 기쁜 척, 슬픈 영화보고 우는 척하는 건 애인하고 있을 때 하기도 버겁다나. 만날 땐 맨날 머리 떡져가지고, 친구 사이에 뭔 빌어먹을 세안이 필요하냐고 외치는 애입니다. 애인 만날 때는 치마도 입고 화장도 하고 고양이처럼 가르릉 거리는 것이 친구들 만날 때는 막장이에요. 친구니까. 근데 밉거나 한심해 보이지는 않아요. 친구잖아요. 그런데 그런 모습에서 저를 제외한 남자놈들이 '아 얘는 ... 달라'라고 느낀 모양입니다.
며칠 전 3명이 저한테 각각 그 여자애가 좋아졌는데 어떡해야 하냐고 물어왔습니다. 며칠 전이면 제가 솔로부대 훈련소에 입소한 날이기도 하고 기분도 개뭐같은데 이 작은 손가락들이 단체로 미쳤나 25분 간격으로 연락질을 아오 빡쳐
아무튼 침체되어 있던 제게 뭔가를 할 수 있는 원동력을 줘서 고맙다 이 강생이들아 그래서 전 곰곰이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고 가장 무난한 질문으로 여자애한테 슬쩍 떠봤죠,
'너 친구랑 연애하는 거 가능하냐?'
가시나 얼굴이 납빛이 되더군요. 어떤 개소리에도 시니컬한 녀석이 그 말에는 동공이 상하좌우로 격하게 움직였습니다. 잠깐 하늘을 보더니 고개를 푹 숙이고 절레절레 고개를 흔듭니다. 그 여자애는 적어도 우정이 사랑보다 순결한 거라고 믿고, 사랑은 변질되고 움직이는 것이며 얼마든지 자신을 파괴해도 감수할 수 있지만 우정은 절대 그렇지 않다고 믿는 놈입니다.
아파서 누워 있으면 똥오줌 받아내고 닦아줄 수 있는 친구놈들이 자신을 '여자'로 인식하는 것은 상상도 하기 싫다더군요.
이 상황을 근데 어떻게 타계하죠? 근데 왜 하필 나야? 샹그릴라
남자녀석들이 이 여자놈을 좋아하는 걸 제가 알고 남자놈들이 이 여자놈을 여자로 보는 걸 뻔히 아는데 이 여자놈한테 얘기를 해야 할까요? 너의 우정은 너만 견고한 거지 다른 놈들은 너를 우정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이놈은 그냥 남자로 태어난 게 나았다 싶기만 하고 아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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