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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장편,브금]박쥐 - 3
게시물ID : panic_1969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tarDream
추천 : 2
조회수 : 1418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1/09/19 18:36:06
13. 동훈은 안내데스크에서 원장실을 물어 다짜고짜 원장실로 쳐들어갔다. 10년 간의 형사 경력은 그를 급하고, 약간은 터프한 성격으로 만들었다. 원장실 안은 값비싼 가구들로 장식되어 있었다. 그리고 뚱뚱한 원장이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인사를 건내왔다. 안내하는 간호원이 전화로 연락을 취한게 분명하다. "어서오시오." 싱글벙글 웃는 원장의 인상에서 동훈은 알 수 없는 위화감을 느꼈다. 저 웃는 얼굴 뒤에는 어떤 악마같은 얼굴이 숨어 있는 걸까? "네. 동부경찰서 이동훈입니다." 원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손님대접용 소파에 앉으라고 권했다. 동훈은 마다하지 않고 털썩 소리를 내며 편한자세로 앉았다. "참 가구가 많군요. 가구에 대해서 잘 모르는 제가 봐도 으리으리 한것이 엄청 비싸 보입니다." "허허. 별로 그렇지도 않소." 원장은 변하지 않는 얼굴로 계속해서 싱글벙글이다. "요즘에 원장님께서 안 좋은 일을 하신다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좀 여쭈어보려고 왔는데 괜찮으시겠지요?" "아. 당연히 괜찮소. 얼마든지 물어 보시오. 내가 마누라 몰래 바람을 핀 소문이 벌써 경찰서까지 퍼졌나? 허허허." 원장은 자신이 한 우스개 소리에 자기가 즐거운 듯 큰소리를 내며 웃었다. 반면에 동훈은 마음이 편치 않다. "제가 알기로는 이 병원이 전국에서 몇 번째 안가는 시설을 갖추고 있더군요. 그리고 개인이 세운 종합병원에서는 단연코 첫 번째시더군요. 대단하십니다." "허허. 고맙소." "천문학적인 가격의 장비들...... 병원에서만 나오는 수입으로 어떻게 그 많은 돈을 감당하셨는지 참 궁금합니다." "뭐 그리 대단한 것은 아니오. 우리 병원은 여러 재벌그룹에서 투자지원을 해준다오. 그래서 넉넉한 재정을 항상 유지 할 수 있지. 원하면 장부까지 모두 보여 드릴 수 있소." 원장은 자기 책상 오른쪽에 비치된 금고를 눈짓으로 슬쩍 가리켰다. "아니 뭐 그러실 필요는 없습니다. 저는 혹시나 낙태한 아이들의 시체를 어디다 팔아 넘기는 부업 같은걸 하고 있으신가 해서......" "뭐라......" 원장의 싱글벙글한 웃음이 입가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눈을 가늘게 뜨고 동훈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어서 나가게. 그런 모욕적인 말을 들을 이유가 없네." "하하 농담으로 한말인데 기분이 나쁘셨다면 죄송합니다." 동훈은 회장을 반응을 보고 웬만큼 감이 왔다. 형사 10년 경험은 그의 성격 말고도 사람 보는 눈을 남다르게 만들어 주었었다. 그는 회장에서 꾸벅 성의 없이 인사를 한뒤 소파에서 일어나 원장실을 빠져나갔다. 원장은 굳어진 얼굴로 동훈이 나가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저 피래미 새끼 같은 놈은 뭐지?' 뿌드득. 원장의 입안에서 굵직한 어금니 가는 소리가 새어 나왔다. 동훈은 입가에 미소를 띠고 원장실을 나와 바로 옆의 산부인과 병동을 지났다. '아마 이곳에서 일하는 이동민이라고 했던가......" 그는 그에게 신고전화를 해온 산부인과 의사를 기억해 내었다. 하지만 지금은 만나서는 안된다. 그에게 무슨 해코지가 있을지 모르는 상황이다. "원장 진짜 이상하다니까. 자기가 왕년에 산부인과 전문의였다고 해도 갑자기 산부인과 환자 차트를 모두 자기가 확인을 하겠다니. 귀찮아 죽겠네." 원장이라는 말에 귀가 번쩍 뜨여 동훈은 환자 차트를 잔뜩 들고 가는 두명의 간호사가 나누는 말에 집중했다. "맞아. 원장은 알 수 없는 구석이 많은 것 같아. 매일 싱글벙글해서 속을 알 수가 없는 사람이야." 두 간호원의 원장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까지였다. 그 뒤는 전날 본 드라마, 병원내의 잘생긴 총각 인턴에 대한 잡담이었다. 원장에 대한 이야기에도 특별한 것이 없는 것 같았다. 동훈은 다시 병원을 빠져나가기 위해 걸음을 옮겼다. 14. 동석은 민욱에게 얻은 전화번호로 한가지 소득을 올렸다. 환자 한 명과 통화해서 다음날 만날 약속을 잡은 것이다. 자세한 상담을 하면서 이상한 점을 캐치해볼 심산이었다. 동석은 핸드폰을 꺼내어 시각을 본다. 6시 30분. 벌써 시간이 많이 흘렀다. 이리저리 다니느라 몸을 혹사시켜서 많이 피곤하다. 어서 집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일 하루도 굉장히 바쁠 것 같은 예감이다. 악셀을 꾸욱 밟아 차를 출발 시켰다. 15. 민욱은 303호 병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낮에 그가 검사했던 혈액의 주인이 이 병실에 입원해 있었다. 자세한 정보를 파악하기 위해서 본인을 만나러 찾아 온 것이다. 303호 병실에는 총 4명의 환자가 누워있었다. 창가에 누워있는 젊은 여자가 그가 찾는 한미경이라는 여자다. 눈을 감고 자고 있는 듯 했다. "한미경씨?" 민욱은 침대 곁에 다가가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너무 작았는지 그녀가 반응이 없다. "한미경씨?" 조금 목청을 세워 부른다. 그러자 약간의 반응이 보인다. 눈꺼풀이 살짝 떨리는가 싶더니 눈이 번쩍 뜨였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바..박쥐...박쥐.." 박쥐. 미경이 눈을 뜨자마자 외친 단말마의 비명이었다. 그리고 다시 언제 눈을 떴었냐는 듯이 눈을 감고 고개를 옆으로 떨구었다. 민욱은 갑자기 일어난 일에 당황했다. 하지만 곧 평정을 찾고 손가락 두 개를 미경의 목덜미 가져다 대었다. 심장박동이 아주 빠르다. 손을 들어서 손톱을 보니 손톱이 하얗게 일어나 있다. 얼굴도 비정상적이라고 할 만큼 갑자기 하얘졌다. 심각한 악성빈혈이다. 환자의 침대위에 설치되어 있는 간호원 호출버튼을 눌렀다. 잠시 후 간호원 한 명이 병실로 들어왔다. "가서 내과의를 불러오세요. 아무래도 이 환자의 상태가 안 좋은 것 같아." 간호원은 짤막하게 대답하고 병실을 나섰다. 민욱은 점점 식은땀을 흘리기 시작하는 미경의 얼굴을 보았다. 가끔가다가 가뿐숨을 몰아쉬며 작은 신음소리를 내기도 했고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기도 한다. '마치 악몽을 꾸는것 같군......' 악몽. 민욱은 갑자기 자기가 생각한 것을 다시 한번 곱씹어 본다. 아까 그녀가 잠깐 정신이 들었을 때 <박쥐>라고 말하지 않았던가. '분명 악몽을 꾸고 있는 것이다. 24번째 악몽 환자. 그리고 빈혈도 겸비한......' 민욱은 아까 만났던 기자가 했던 말을 생각했다. <혹시 악몽과 빈혈이 관계가 있진 않습니까? 심한 악몽을 꾸어서 악성 빈혈에 걸린다던가 하는......> '말도 안돼. 그런 일이 있을 리가 없어.' 잠깐 민욱이 생각에 잠겨 있는 사이 내과 전문의가 병실에 들어왔다. 그리고 미경의 상태를 보고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가벼운 빈혈환자였는데 갑자기 악성빈혈로 진척되다니 어찌된 일이지." 내과의는 미경의 눈을 까뒤집으며 조리개의 빛에 대한 자극 반사를 시험했다. 조리개가 줄어들지가 않는다. 심각한 상황이다. "간호원 어서 환자를 수혈실로 이동시키세." 내과의는 부산을 떨며 환자를 수혈실로 밀고 갔다. 민욱도 그 옆에서 보조를 해주었다. 악성빈혈에 의한 발작. 여기엔 수혈보다 더 빠른 치료는 없다. 내과의가 올바른 판단을 내린 것이다. 수혈실은 3층에 있었기 때문에 금방 도착할 수 있었다. 이제 혈액 검사를 해서 맞는 혈액을 찾기만 하면 된다. 간호원이 미경의 손가락에 상처를 내고 소량의 혈액을 빼낸다. 그렇지 않아도 빈혈 때문에 적혈구가 부족한 상황이다. 미경의 입장에선 안타까운 한방울의 피였다. 간호원이 능숙한 솜씨로 혈액의 응집반응을 실험한다. 각 종류의 피와 응집상태를 살핀다. 이미 여러 번의 경험이 있는 그녀는 익숙하게 미경의 피와 다른 피와의 응집 결과를 확인한다. "뭐라고? 모든 혈액과 응집반응이 일어나? 그럴 리가 있나." "확실합니다." 내과의의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이 병원의 혈액창고는 다른 병원에서 긴급 혈액요청이 자주 있을 정도로 규모와 기능 면에서 월등히 뛰어났다. 보유하고 있는 혈액의 양도 혈액은행과 비교할 만 했다. 이곳에 있는 모든 혈액과 응집반응이 일어난다는 것은 그녀의 혈액이 새로운 형태의 혈액이거든 간호원의 실수 둘 중에 하나다. 간호원은 이미 이 병원에서 일 한지 8년이 된 베테랑 간호사. 실수할 확률이 적다. 갑자기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에 직면한 내과의는 당혹함을 감추지 못하고 안절부절 했다. 이때 옆에서 내과의의 일을 지켜보던 민욱이 입을 열었다. "이 환자의 혈액은 새로운 형태의 혈액일세." "뭐라고?" 민욱은 낮에 검사실에서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혈액샘플 프레파라트를 꺼내었다. 그리고 수혈실 한쪽에 비치된 현미경에 꼽아 넣었다. "낮에 이 환자의 혈액을 검사했었는데 그때 만든 거야. 한번 보시게." 눈을 접안렌즈에 가져다댄 내과의의 입에서 헉 하는 비명소리가 들렸다. 곧 이어 민욱이 말을 시작했다. "보이는가? 이 환자의 혈액의 적혈구는 일반 사람의 절반밖에 되질 않아. 그래서 빈혈을 일으킨 게 분명해." 분명 내과의의 눈에도 그렇게 보였다. 하지만 아직 믿기 힘들다. "간호원, 환자의 혈액을 프레파라트로 만들어 줘봐." 간호원은 다시 미경의 아까운 피 한 방울을 빼내었다. 문득 미경의 얼굴로 다시 시선이 간 민욱은 그녀의 얼굴이 수혈실로 오기전보다 훨씬 창백하다는 걸 깨달았다. 온몸의 세포들이 산소를 달라고 하얀 백기를 들고 시위를 벌이는 듯 했다. 민욱은 그녀가 더 이상 살지 못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간호원은 단 몇 초만에 프레파라트를 만들어 내과의에게 건 내었다. 내과의는 재빨리 프레파라트를 갈아 끼우고 다시 초점을 맞추며 관찰을 시작했다. "이럴 수가! 이 환자의 적혈구의 크기는 1마이크로미터정도 밖에 안되겠어!" "그럴 리가. 몇 시간 전 만해도 3마이크로미터는 됐는데......" 민욱은 현미경에 눈을 가져다 대었다. 정말 1마이크로미터정도, 아니 그 이하인 것 같았다. 적혈구 의 크기가 <줄어> 있었다. '이럴 수가!' 민욱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런 혈액이 존재하다니...... 민욱이 놀라고 있는 사이 미경은 이제 얼굴에 황달끼를 보이고 있다. 그리고 입술이 바싹 말라붙었다. 신체의 세포에 산소가 잘 공급되지 않아 가장 심장에서 먼 발끝과 손끝이 괴사 상태에 빠지고 있었다. 미경은 죽어가고 있다. 16. 민욱은 한 환자의 죽음을 방금 경험했다. 손끝부터 천천히 괴사에 들어가 나중엔 뇌에 산소공급이 안되어 뇌까지 괴사에 빠져 한동안 뇌사상태였던 미경이 완전히 심장을 멈추고 몸의 기능을 정지한 것은 밤 8시였다. '어째서 적혈구가 줄어들었지? 어째서......' 민욱은 자신의 정신과 사무실에 앉아서 미경의 사망원인인 적혈구 수축에 대한 자기 나름대로의 분석을 행하고 있었다. 하지만 한참을 생각해도 결론이 나질 않는다.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상식의 한계 안에선 도저히 불가능 한 일이었다. '혹시 정말 박쥐가 나타나는 악몽을 꾸어서 적혈구가 줄어 든 것......?" 민욱은 자신의 상식의 한계고리를 끊어 보려했다. 꿈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사실 수면전문가나 정신과 의사들 사이에서도 완전히 정립된 이론이 없다. 단지 낮의 스트레스를 꿈으로 푼다던가, 성적 욕망의 표출과 같은 자기 만족의 꿈 정도만 알려져 있을 뿐이다. 민욱은 한 손에 전화기를 들었다. 그리고 다른 한 손엔 낮에 왔다간 기자의 명함이 들려 있다. 하지만 곧 전화기를 내려놓았다. '아직 확실하지 않다.' 민욱은 아직 자신의 상식을 포기하는 건 이르다고 생각했다. 17. <... 다음 소식은 xx시의 악성 빈혈 사망자들에 대한 소식입니다. ...> 동석은 TV에서 나오는 악성빈혈이라는 소리에 눈이 뜨였다. <... 이틀 전 6명의 이례적인 사망자를 낸 악성빈혈에 의해 또다시 7명의 사망자가 어젯밤 발견되었습니다. 보건복지부에서는 xx시에 악성 빈혈에 대한 의견서를 각 병원에 보냈으며 약간의 빈혈이라도 근처 병원에 꼭 들러 진료를 받을 것을 성명에서 밝혔습니다. ...> 전날 사건 수첩과 씨름하다가 TV를 켜놓은 채로 소파에서 잠들었다. 꿈에서도 사건 해결에 머리를 썼는지 TV에서 빈혈이라는 단어가 나오자 저절로 잠에서 깨어난 것이다. '또 사망자들이 나왔어?' 동석은 점점 심각해지는 사건 양상을 보고 자신이 하고 있는 조사에 대한 확신이 들었다. 이때 어디선가 전화벨소리가 울려왔다. 이리저리 핸드폰을 찾던 그는 자신의 바지 뒷 주머니에서 핸드폰 소리가 들려온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네. 김동석입니다." "나 성일병원의 전민욱일세!" 민욱의 목소리에 잔뜩 흥분한 기색이 엿보였다. 어제 말한 새로운 혈액형에 대한 이야기인가? 동석은 난감했다. 분명 기사를 써준다고 약속했었다. 하지만 난감함도 잠시였다. 입사 동기 중에 과학부기자가 있다. 슬쩍 술 한잔 사면서 부탁하면 기사를 실어 줄 것이다. "네. 그 새로운 혈액형에 대한 정보는 어떻게 찾으셨나요?" "그게 말이지......" 18. 민욱은 아침에 일어나 짤막한 TV뉴스를 보는 버릇이 있다. 오늘도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일어나자마자 TV를 켜고 소파에 앉아 눈은 화면을 보면서 입은 아내가 타준 커피를 마셨다. 평소와 별다름 없는 아침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TV에서는 7명의 악성빈혈에 관련된 소식이 나온다. '설마!' 민욱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틀사이에 빈혈 사망자가 13명이라니...... 아니 14명이다 자기 눈앞에서 사망한 빈혈 환자도 있지 않은가!! 서둘러 옷을 챙겨 입었다. 평소보다 이른 출근준비에 아내가 당황했다. "급한일이 생겼다." 옷을 급하게 차려입은 그는 마지막으로 아내의 화장대 위에 있는 핸드폰을 들었다. 그리고 잠깐 무언가를 생각하다가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아, 난데. 혹시 내가 맡고 있는 환자 중에 사망한 사람이 있는가?" 병원으로 거는 전화였다. "네. 저희도 방금 그 얘기를 하고 있었는데...... 7명이 사망했습니다. 너무 신기한 일이라서 저희도 얘기하고 있었어요." 병원의 네트워크를 통해 사망했다는 정보가 들어오는 까닭에 아침에 차트 정리를 하던 간호원이 그 사실을 알게된 모양이다. 민욱은 급하게 전화를 끊었다. '악몽이다. 악몽이 사람의 적혈구에 영향을 주고 있어. 엄청난 일이다.' 다시 핸드폰을 열었다. 이번엔 다른 손으로 안주머니를 뒤적거리다가 명함 하나를 꺼내었다. 어제 저녁에 걸려던 전화였다. 어제와 달리 오늘은 확신에 찬 표정으로 전화번호를 빠르게 눌러나갔다. 출처 : 붉은 벽돌 무당집 작가 : 이구리 님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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